초딩·중딩 사로잡은 ‘코딩교육’, 코딩 잘되고 있나
초딩·중딩 사로잡은 ‘코딩교육’, 코딩 잘되고 있나
  • 이진우
  • 승인 2017.07.16 22:2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년 초중고 SW교육 의무화, 학원·기업·대학 인력양성 과정 봇물 
정부 “교사를 전문인력화”…사교육 확산·인력 확보 등 해결 과제
 

▲ 지난 6월 서울 등촌동 위즈아이학원에서 열린 로보코의 'SW 초등학교 로봇코딩 수업' 장면. 사진=로보코

 


[베이비타임즈=이진우 기자] “국영수보다 코딩이 대세다!”


요즘 학부모와 학원가에 과외학습의 새로운 총아는 단연 코딩(coding) 교육이다.


서울 강남 등 학원가에선 적게는 30만~40만원대, 많게는 수백만원을 웃도는 코딩교육 과정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가히 ‘코딩 열풍’이다. 대학과 IT기업도 손잡고 코딩 프로그램을 속속 내놓고 있으며, IT 관련단체 및 사회적기업도 앞다퉈 코딩 열풍에 가세하고 있다.


코딩 교육을 쉽게 풀이하면 컴퓨터 소프트웨어 교육이다. ‘리니지’ 전자게임부터 ‘갤럭시S’ 삼성전자 모바일기기, 테슬라 자율주행차,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 네이버의 다국어 통번역기 ‘파파고’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IT기기의 운영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프로그램 언어를 만드는 일을 뜻한다.


미국이나 영국에선 단순히 컴퓨터 프로그래밍 개념을 벗어나 아이들의 창의력 배양 학습도구로 널리 활용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적으로 제4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이 제시되면서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등 융복합 IT기술 및 산업을 선점하려는 선진국간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우수한 코딩 인재를 양성·확보 하려는 움직임이 크게 작용한 탓이다.


우리 정부도 뒤질세라 지난해 12월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합동으로 초·중·고 학교의 코딩교육 의무 시행을 담은 ‘소프트웨어 교육 활성화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소프트웨어 교육은 다름아닌 코딩 교육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중학교는 오는 2018년부터, 초등학교는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코딩교육을 필수과목으로 학습한다.


그러나 정부의 코딩교육 의무화에 앞서 컴퓨터학원 및 IT교육기업, 대학가에선 이미 선진국의 코딩교육 트렌드, 국내 코딩교육시장의 사업성을 간파하고 코딩교육 과정을 봇물 터지듯 선보이며 코딩교육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며 성장하고 있다.


정부의 의무화 조치는 사교육시장으로 급속하게 휩쓸려가는 코딩교육을 공교육의 장으로 끌어들여 수요와 공급의 시장 균형은 물론 국가 차원의 미래사회 핵심역량을 키우고 확보하려는 관 주도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의지와 달리 전문가들은 정부의 계획에서 제시된 교사 중심의 전문인력 양성, 충분한 인력 확보 등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자칫 코딩 교육이 한때 열병처럼 휩쓸고 갔던 각종 단순 ‘정보교육’ 행태를 답습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 자료=로보코

 


내년부터 학교 ‘코딩교육 의무화’ 어떤 내용인가


지난해 12월 초 교육부와 미래부가 발표한 ‘소프트웨어(SW) 교육 활성화 기본계획’에 따르면, 초등학교는 2019년부터 17시간을, 중학교는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34시간 이상의 코딩교육을 실시한다.


학교 중심의 코딩교육 기반 구축을 위해 정부는 2018년까지 전체 초등교사의 30%에 해당하는 6만명을, 중학교는 정보·컴퓨터 교사 6000명을 대상으로 연수를 실시, 핵심교육인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즉, 초등학교에서는 연수를 받은 담임교사가 실과 과목 내에서 코딩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중학교 정보·컴퓨터교사 부족인력은 올해 84명을 포함해 오는 2020년까지 500명 이상을 신규채용 및 복수전공 연수 등으로 확보해 코딩교육에 투입한다.


동시에 코딩 교육의 물적 인프라인 컴퓨실교실 설치와 노후PC 교체를 지원하는 한편, 코딩교육 교과서를 개발하고, 방과후 학교와 융합수업에 활용할 보조교재를 적극 개발해 보급할 예정이다.


또한 전문인재 양성을 위한 SW중심대학의 확충, 학부모 대상 코딩교육 설명안내 등도 활발하게 추진키로 했다.


정부는 이같은 SW교육 의무화를 통해 학부모들의 학원 코딩교육에 따른 사교육비 부담을 최대한 경감시킨다는 방침을 표명하고 있다.


▲ 사진=로보코

 


정부보다 앞서 가는 민간 코딩교육 시장


그러나 SW교육의 공교육 편입으로 정부 주도의 IT인재 양성 계획에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전문가가 지적하는 학교 SW교육의 우려 부분은 2000년대 초반 벤처 붐과 함께 일어났던 과거의 컴퓨터 교육의 한계를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즉, 이전의 IT교육은 컴퓨터 활용에 초점이 맞춰진 교육이었다. 따라서 학교에서나 학원에서나 컴퓨터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도록 교육했고, 종국에는 컴퓨터 처리 자격증을 취득하면 IT교육의 목표를 달성하는 셈이고 교육도 그것으로 종료됐다.


박태수 로보코 대표는 “당시 IT교육을 이수해도 뭔가 창의적이고 새로운 것을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의 현재 코딩 교육은 단순히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위한 기능인을 양산하는게 목적이 아니라, 광범위한 IT산업의 확장성을 높이는 창의력과 상상력이 뛰어난 융합적 사고의 인재 배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코딩교육시장을 확장해 가고 있는 컴퓨터 학원들도 학교와 비슷한 기능적 한계를 안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종전처럼 학원들이 코딩교육을 단순한 돈벌이 수단의 시각으로 치우칠 경우 코딩교육은 다시 컴퓨터 활용을 위한 1차원적인 자격증 따기, 스펙 쌓기의 용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많다.


또다른 코딩교육의 공교육화에 불안의 시선을 보내는 부분은 공교육의 질에 대한 신뢰 문제다.


초등학교 SW(코딩)교육의 경우, 정부는 초등교사 6만명 양성을 통해 양과 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같은 접근법이 코딩교육에 대한 이해 부족과 안일한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전문 초등교사 6만명을 원격(온라인)과 집합(단체) 연수 몇차례만으로 프로그래밍, 알고리즘 등을 전수하는 정도로 학생과 학부모의 코딩교육 기대수준을 맞출 수 힘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더욱이 선진국에선 로봇·드론·게임 등 다양한 형태의 놀이(Play) 개념의 코딩 학습 프로그램이 개발돼 학생들의 흥미와 창의력을 유발하는 학습방법으로 진화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 교육은 실기 체험형보다 주입식 이론교육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학교에서 코딩교육의 질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학생들은 다시 컴퓨터학원으로 유입될 수밖에 없고 결국 또다른 ‘사교육 확산’의 문제와 함께 학부모의 가계부담, 소득 수준에 따른 코딩교육의 불균형 등이 야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무료 코딩교육 사업을 펼치고 있는 ‘멋쟁이 사자처럼’ 이두희 대표는 “세계의 컴퓨터공학은 매년 바뀌지만 국내의 컴퓨터 관련 커리큐럼은 10년째, 15년째 그대로”라며 교육의 질 문제를 언급하고 “학생뿐 아니라 교사, 교수들도 재학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자료=교육부

 


코딩교육 전문인력, 일자리창출 연계 접근 필요


정부는 코딩교육의 사교육 성행을 예방하기 위해 지자체 교육청과 협력해 컴퓨터학원 등에 지도·점검을 벌여 선제적으로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전문가와 학원들은 정부의 개입에 부정적 견해가 지배적이다. 고액 불법 마케팅 등을 규제해야 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공교육이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주는 학원에 단속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시장법칙에 어긋나고 월권적 행위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미국·영국 등 선진국처럼 정부가 코딩교육 정책을 마련한 뒤 비영리민간기구나 대학 등에 위탁하는 형태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한다.

미국의 code.org나 MIT의 스크래치, 영국의 코드클럽·코드카데미가 대표적인 사례로 비영리민간단체나 대학들이 나서 무료 코딩교육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고, 구글 등 IT대기업이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도 미국과 영국 등 코딩교육 프로그램에 후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딩교육 전문인력 양성을 학교의 틀로 국한시키지 말고 경력단절여성(경단녀)이나 전공자 출신들의 취업과 창업으로 연계하는 일자리 창출 정책으로 적극 활용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사회적 기업 맘이랜서는 경단녀 재취업 및 창업을 위한 솔루션과 매칭 플랫폼(맘잡고)을 통해 코딩교육 여성인력을 양성해 학원 프랜차이즈사업을 활발히 전개, 코딩교육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일석이조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코딩교육 프랜차이즈 ‘코딩놀자’도 놀이 개념의 어린이 코딩교육 사업을 선보이며, 3000만원대의 소자본창업을 진행하고 있다.

▲ 자료=인포마크

 


■ 학부모 64% “코딩교육 필요”, 시기는 “초등학교 이전에”


창의력과 논리적 사고를 길러주기 위한 컴퓨터 코딩 교육이 붐을 일으키는 가운데 학부모들은 코딩 교육에 관심은 높지만 이해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 통신기기 전문기업 인포마크(대표 최혁)가 최근 학부모 281명을 대상으로 코딩 교육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4%는 코딩교육이 어릴 때부터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교육 시점은 75%가 ‘초등학교 이전’으로 꼽아 조기학습에 따른 사교육 열풍을 우려하는 정부의 고민을 가중시켰다.


반면에 높은 관심도에 비해 학부모 37%는 코딩을 단순히 컴퓨터기기 활용을 위한 능력향상 기술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고, 내년부터 코딩교육이 단계적으로 초중고 정규 교과목에 편성돼 의무교육이 실시된다는 사실을 절반에 못미치는 45%만 알고 있어 전반적인 이해 부족을 드러냈다.


한편, 현재 자녀에게 코딩 교육을 시키고 있다는 답변은 14%에 그쳐 부모들이 정부의 의무화교육 및 사교육 시장의 움직임을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