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언항 인구보건복지협회장
[인터뷰] 신언항 인구보건복지협회장
  • 송지나
  • 승인 2017.07.14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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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언항 인구보건복지협회장

 


“저출산 극복 안 되는 이유는 사회적 인식 부족 때문”

“우리나라, 육아휴직제·육아 부부공동 책임의식 등 아직 부족”
“저출산 문제 해결, 국민의 지지에 기반을 둔 국민 참여 필요”

[베이비타임즈=송지나 기자] 우리나라는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수를 의미하는 합계 출산율이 지난해 기준 1.17명이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67명을 한참 밑도는 수치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다.

특히 통계청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4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4월 출생아 수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올해 4월 출생아 수는 3만400명으로 1년 전 4월에 비해 4,800명, 13.6% 줄었다. 이는 통계청이 월별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적은 숫자다. 

또 올해 4월까지 누적 출생아 수는 12만9,20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만8,600명, 12.6% 감소했다. 4월까지 누적 감소폭은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크다.

베이비타임즈는 초저출산국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인구절벽’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저출산 극복을 위해 결혼·자녀·가족에 대한 가치를 홍보하고 있는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신언항 회장을 만났다.

Q.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어떤 곳인가.

A. 인구보건복지협회는 1961년에 설립되어 50년이 넘는 시간동안 우리나라 인구정책을 민간부문에서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과거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매우 가난한 나라였으며, 보건 분야 또한 취약해 영아사망률이 높았습니다. 이에 협회는 정부 인구정책에 발맞춰 가족계획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했으며, 현재는 과거의 성공경험을 바탕으로 저출산 극복을 위한 홍보와 교육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Q.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주요사업은 어떤 것이 있나.

A. 협회는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조성을 위해 2017년 ‘함께하면 든든육아’를 슬로건으로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역사회의 각계각층이 참여하고 있는 저출산극복 사회연대회의에 간사단체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중교통에서의 임산부배려캠페인, 전국대학생 인구토론대회, 미혼남녀 만남행사, 양육미혼모 지원사업, 인구의 날 및 임산부의 날 기념식 등을 진행하고, 찾아가는 산부인과, 취약계층 대상 건강검진 등 공공의료서비스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국 13개 시도지회가 있어 대국민홍보를 전국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결혼·자녀·가족에 대한 가치를 홍보하고 있습니다. 

 

“저출산 문제는 어느 한 주체의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어렵습니다. 정부, 언론, 종교, 시민단체 등 전국 각계각층이 참여해 국민의 공감을 얻어야 합니다.”

Q. 우리나라의 저출산 수준은 세계 최하위 수준인데 그 원인은.

A.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OECD 꼴지’, ‘작년 신생아 수 역대 최저 기록’ 등 저출산 현상이 심각하다는 내용을 한번쯤은 접해봤을 거라 생각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초(超)저출산’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11개국이 경험했습니다. 초저출산이란 학계에서 일반적으로 출산율 1.3 이하일 때를 말합니다. 현재 한국을 제외하고는 독일·프랑스·스웨덴 등 나머지 10개 나라는 초저출산을 벗어났습니다.  

이를 보고 2000년대 초부터 저출산 문제를 국가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왜 저출산 극복이 안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인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서구에서는 가정과 사회에서 남녀양성평등, 가정육아에 있어 부부공동 책임의식, 직장에서 칼퇴근과 육아휴직제 등이 이미 보편화돼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이런 부분이 제대로 안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 지원이 잘 돼 있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극복이 안 되는 이유는 결국 인식의 부족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행복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도 저출산 현상에 일부분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세대일수록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이 필수에서 선택으로 바뀌어 가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중요하죠. 그렇지만 가족이 개인의 시간을 침해하는 부담스러운 존재로 연결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A. 저출산 문제의 해법은 국민의 지지에 기반을 둔 국민 참여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지지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반대로 국민 여론이 있으면 못할 일이 없다.”는 링컨 대통령의 말이 저출산 해법에도 적용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출산의 원인은 복합적이기 때문에 해결 주체 또한 개별이 아닌 정부, 기업, 민간, 국민 모두가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 지난 5월 서울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에서 보건복지부와 인구보건복지협회, 서울메트로9호선이 임산부배려 합동 캠페인을 펼쳤다.

 


Q. 협회가 주도하고 있는 저출산극복 사회연대회의의 성격과 업무는.

A. 저출산 극복은 민간 부문의 자원과 저력을 총결집시켜 해결해야 할 막중한 일입니다. 사회연대회의는 의료계는 물론 법조계·학계·경제계·종교계 등 모든 사회 계층에서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문제 해결을 전 국민이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차원에서 구성됐습니다.

예를 들어 기독교 목사님이나 불교계 스님이 설교나 설법을 통해 저출산 문제를 걱정하며 극복에 나설 것을 신자들에게 설득한다든지, 대학교수들이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저출산 극복과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은 모두 저출산 극복의 인식 개선에 상당히 고무적인 일입니다.

연대회의는 중앙의 단일기구가 아니라 서울을 포함해 부산·대구·인천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에 걸쳐 있는 전국조직입니다. 전체의 로드맵은 아직 없지만 상설논의의 장으로 각 지자체에서 자체로 논의하며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협회는 각 지회 차원에서 참여하고 연대회의의 사무국 역할을 합니다. 필요하면 회의 운영 및 논의 등 성과를 평가하는 작업을 협회 차원에서 실시할 계획입니다.

Q. 협회는 미혼모의 출산과 양육지원에도 앞장서고 있는데.

A. 미혼모는 혼자 아이를 키우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빈곤과 편견에 부딪히게 됩니다. 빈곤과 편견으로 인해 자녀 양육을 포기하지 않도록 사회적 지원체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현재 미혼모에게 지원되는 양육수당은 월 12만원 정도로 아이를 키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 금액이 현실화 된다면 양육을 포기하는 미혼모는 지금보다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이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새로운 가족형태로 인정한다면 사회로부터 받는 상처로 불행한 삶을 살진 않을 것입니다.

협회는 양육미혼모가 행복하고 당당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자조모임을 운영하고, 리더십 교육과 의료지원 등을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 지난 6월 17일 인구보건복지협회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양육미혼모 자조모임 활동발표회에서 신언항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Q. 협회는 국제가족계획연맹(IPPF) 회원국으로서 국제협력사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아는데.

A. IPPF는 인종, 성별, 종교를 초월한 비정치적, 비영리 조직으로 성생식보건 증진을 통한 인류복지향상을 목표로 1952년 설립된 단체입니다. 협회는 1961년에 가입해 아·태지역(ESEAOR) 소속의 정회원으로 IPPF의 기술적, 재정적 지원을 받았으며, 단기간 내 경제성장과 가족계획에 성공한 모범사례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2004년에는 UN ECOSOC(경제사회이사회) 협의지위(Roster Status)도 확보했습니다. 현재 IPPF 네트워크를 활용해 개발도상국 지원사업 일환으로 에티오피아 취약계층 청소년 에이즈 예방 및 성건강 증진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청소년 성생식 보건 인식제고와 의료서비스 접근성 강화 등을 위해 캠페인, 라디오 방송을 추진하고 있으며, 청소년 센터를 개소하여 열악한 보건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Q. 7월11일이 인구의 날이었는데, 인구의 날에 대해 소개한다면.

A.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사회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사회적 위기의식을 환기시키기 위해, 세계인구의 날과 동일한 날인 7월 11일을 ‘인구의 날’로 정하여 매년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구의 날 행사는 크게 1부와 2부 행사로 나눠 진행됐습니다. 1부는 저출산극복을 위해 지역사회에서 힘써주신 분들에게 정부포상을 시상하고 우수사례를 공유하는 자리였으며, 2부는 미래사회의 주인공인 대학생들이 저출산문제에 대한 토론을 통해 해법을 찾아가는 전국대학생 인구토론대회 결승전이 개최됐습니다.

결승전 논제는 “저출산 해결은 물적 지원보다 인식(가치관)에 달려있다”로 진행됐으며 ‘다자녀들’ 팀이 대상을, ‘다산의꿈’ 팀이 최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 지난 7일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주최한 제5회 전국대학생 인구토론대회 본선에 참여한 대학생들과 신언항 회장 및 협회 직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Q. 지난해 12월 회장이 되셨는데, 6개월 가량 업무를 수행하면서 느낀 소회는.

A. 협회 일이 막중하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우리나라가 저출산 문제를 꼭 극복해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에 참여하고 있어 협회 수장으로 마음이 무겁고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Q. 앞으로 어떻게 협회를 이끌어 가실 건가.

A. 우리나라 인구정책의 역사를 말할 때 인구보건복지협회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협회가 인구정책에 기여한 부분은 의미가 매우 큽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와 협회는 “지나친 산아제한 교육과 홍보 때문에 저출산 문제가 야기되었다.”고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계획 사업을 통하여 적정한 가족규모를 가질 수 있었고, 양질의 노동인력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이바지할 수도 있었습니다.

협회는 지난 4월 보건복지부 장관님을 초청해 간담회 시간을 가졌습니다. 복지부는 협회가 저출산 극복을 위한 민간의 역량이 결집될 수 있도록 구심적 역할을 수행해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저출산문제는 어느 한 주체의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어렵습니다. 정부, 언론, 종교, 시민단체 등 전국 각계각층이 참여해 국민의 공감을 얻어야 합니다.
 
협회는 저출산극복 전국사회연대회의 민간 간사단체로서 저출산대응을 위한 전사회적 협력을 이끌어 내는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또한 홍보기획단을 설치하고, 조사연구과를 신설해 결혼, 임신, 육아와 관련된 조사를 하고 국민들이 관심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에도 앞장서겠습니다.

또한 저는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으로서 협회 직원들과 더불어 “‘앞으로 10년 후 협회가 지나치게 저출산대응을 위한 홍보활동을 전개하여 인구과잉을 걱정하게 되었다’는 비난을 받을 각오로 일하자”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가족을 이룬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동안 따로 살다 부부가 되어 같이 살게 되면 불편함과 힘든 점이 많이 생기게 됩니다. 그렇지만 서로 사랑하니까 맞춰가고 배려하며 진정한 가족이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평생의 동반자가 생기는 것만큼 인생을 가치 있게 하는 일이 또 있을까요? 베이비타임즈 독자 여러분도 사랑하고, 결혼하고, 부모가 되어 인생의 큰 행복을 만끽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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