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칼럼] 사드 배치 파문의 겉과 속
[김종구칼럼] 사드 배치 파문의 겉과 속
  • 송지숙
  • 승인 2017.06.1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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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구 개인정보보호범국민운동본부 운영위원장 / 전 국방홍보원장

 

국방부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발사대’ 2기에 이어 4기를 추가로 반입하면서 정작 새 정부 국정기획위원회와 대통령 보고에선 이를 누락한 사실이 얼마 전 드러났다.

국가안보실과 민정수석실의 특별조사 결과도 그렇지만 ‘보고 누락’ 사실에 대한 안보실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의 심각한 반응에서, 이 문제가 단순한 안보 사안을 넘어 여야간의 ‘중요한 정치적 현안’으로 비화될 것이란 관측이 대두됐었다.

아직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국방장관 등 전·현직 책임자들에 대한 경위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드배치의 당사국인 미국 정부와 의회까지 끼어듦으로써 이 문제는 앞으로도 한동안 우리 정국의 최대 불씨 가운데 하나로 남게 되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1개 포대 반입은 이미 결정된 지가 오래됐으며, 1개 포대는 6개 발사대로 2기 반입 후 4기가 추가 반입된 것은 논리적으로 당연한 일”이라고 변명했으나 문제는 ‘논리’가 아니라 이를 새 정부(대통령)에 대한 정식 보고에서 왜 누락했는가 하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고의적인 누락이냐 아니면 단순 실수냐 하는 것인데, 청와대 조사 결과는 적어도 국방부의 단순 실수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국방부는 왜 이처럼 중요한 사안에 대한 보고를 완벽하게 하지 않은 것일까? ‘완벽하게’란 표현을 쓴 것은-고의든 고의가 아니었든 간에- 결과적으로 ‘일부 사실을 누락’한 채 보고를 했기에 하는 말이다.

만약 청와대의 언급과 조사결과가 모두 사실이라면 대한민국 국방부가 (미국 측과만 통하고) 정작 자기 나라 새 대통령을 우습게(?) 본 것이라고 보아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듯하다.

백보를 양보해서 군사작전의 기밀유지 필요성 등 안보부처의 업무특성 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우리 국방부가 (한미동맹이란 미명 아래) 우리 정부의 공식 보고체계나 우리 국민의 안전과 이익보다 미국 측 입장을 대변하는 것 같은 이유를 앞세우는 것은 결코 정당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특히 전개양상 면에서 국내 최대 무기(차세대 전투기) 도입 사업으로 이명박 정권에서 추진하다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이 시작된 이른바 ‘FX사업’의 데자뷰란 코멘트도 있다. 

미국과의 관계, ‘북한 미사일 변수’에 따른 한미동맹의 결속 필요성 등에 따라 적당한 선에서 봉합될 것이란 분석도 없지 않으나, 심상치 않은 청와대 기류를 봐서는 방산 비리 척결 문제와 연결돼 곧바로 ‘국방개혁’ 쪽으로 직행할 것이란 전망이 좀 더 우세한 편이다. 

1차로 이미 국방부 장관에 대한 ‘보고자’인 정책실장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으나 군 내부와 자유한국당의 반발가능성 등 파장을 우려한 탓인지 문책성 인사만 했을 뿐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한 언명은 아직껏 나오지 않고 있다. 

국방부 정책실장은 보통 자리가 아니다. 별만 하나 더 달면 차관보다 의전서열이 앞서는 자리요, 승진 1순위, ‘중점관리 대상’ 1순위다. 장·차관을 제외하고는 ‘부처 내 최고 실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주요 국방정책의 수립, 결정과 대미/대외 교섭의 핵심 당국자임에 틀림없다.

필자의 견해로는 사드의 한반도 전개 조치의 당위성, 적정성 여부를 떠나 중요한 정권교체기에 전임 정부나 국방부가 “정치적으로 대단히 부적절한” 결정과 조치를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보이며 이른바 ‘비난가능성’도 그만큼 크다고 본다.

한민구 장관의 해명(?)대로 “뉘앙스의 차이”나 “해석의 차이”가 있었다손 치더라도, 애초에 그런 차이를 누가 만들었나? 특히 포괄적이면서도 간략한 언명과 명확한 표현을 중시하는 국방부가 왜 그런 여지를 만들었나? 하는 점, 그리고 한 장관조차도 이번 사안에 대해 제대로 정확히 보고받지 못했을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좀 더 면밀히 조사해봐야 할 듯싶다. 

백보 양보해서 국방부의 주장이 맞다(사실에 부합한다)손 치더라도 그런 판단과 결정을 국방부가 최종적으로 하는 게 맞는 것인가? 설사 전임 정부에 계통을 밟아 보고하고 승인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처럼 중요한 사안이라면 새 정부에 대한 보고도 좀 더 충실히, 사실대로 다시 했어야 하지 않는가? 임의생략 등 ‘부실보고’에 다른 의도는 정말로 없었는가?

이번 파문은 국방부를 좀 아는 경험자로서 볼 때 (국방부나 군부의) ‘항명’까지는 아니라고 보지만, 최소한 “인식있는 오류”를 통해 (정치군사적으로) 의도한 바는 있었지 않았나 싶다.

정확한 동기와 경위야 어쨌건 간에 우리의 “국가적, 국민적 자존감”과도 관련된 문제인 만큼 심재권 국정기획위 사드대책특위 위원장의 말대로 (별도 청문회 대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서 주요 의제로 다루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본다. 별도 청문회는 특히 자유한국당의 극심한 반대로 성사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청문회에서 널리 공개적으로 이슈화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한편, 이와 관련하여 사드 배치를 가능한 늦춰 대 중국 외교나 북핵문제 해결(혹은 대응)에 대한 ‘전략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이 구체화하고 있는 느낌이다.

한편으로는 (비준 동의를 위한) 국회 차원의 논의를, 다른 한 편으론 관련법에 따른 “환경영향평가의 엄격한 실시”를 강조하며 사실상 사드 체계의 정상 가동을 가능한 한 늦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게 국내 주요 언론과 관측통들의 유력한 분석이다. 

그렇게 시간을 확보한 뒤 중국이 북한 비핵화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도록 설득하는 식으로 사드 체계를 활용하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복안이란 것이다.

하지만 이 카드를 비단 중국에만 쓸 게 아니라 FTA 협상이나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대 미국 외교(혹은 협상)에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점차 힘을 얻어가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미국 정부와 의회 관계자들이-기존의 표면적 언급과는 달리- 급거 한국을 방문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면 사드 배치가 “한국과 한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트럼프의 주장은 다소 치우친 억지주장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에게 사드 비용으로 10억 달러(2조원)를 내라고 강변했을 때는 야권인 자유민주당 사람들까지 황당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러한 움직임을 종합해 보면, 미국의 사드 배치 의도가 좀 더 분명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즉, 사드 배치는 주한미군 보호와 한국방위를 위한 것도 맞지만 본질적으로는 ‘미 본토 미사일 방어(MD) 체제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보다 설득력 있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어느 쪽이 진실이든 간에 미국의 사드 배치 요구와 의지가 이토록 강한 마당이라면 동맹국인 우리나라는-이미 국가안보실장이 언명한 대로 “배치 자체는 기정사실”이라 하더라도- 이 사안을 지렛대로 삼아 당면한 한·미 FTA 협상 등에서 미국 측의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안보 곰바우(?)’, ‘미국 무기 도입의 호구(?)’임을 자처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외교관은 “사드 배치 속도를 늦추면서 대미·대중 외교적 레버리지(지렛대)로 삼으려는 새 정부의 접근법이 성공하기 위해선 험난한 산을 여러 개 넘어야 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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