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칼럼] 대통령과 ‘주적(主敵)’ 개념
[김종구칼럼] 대통령과 ‘주적(主敵)’ 개념
  • 송지숙
  • 승인 2017.04.2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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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구 개인정보보호범국민운동본부 운영위원장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불거진 ‘주적(主敵)’ 논란이 대선판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 각 당과 대선 후보들은 유불리를 따지며 주판알을 튕기느라 분주하다.

케케묵은 ‘주적(主敵)’ 논란이 어느 후보에게 유리하고 불리할지 따기지 전에 과연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들의 자질과 북한에 대한 태도를 짚어보고자 한다.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유승민 의원이 북한을 ‘주적’이라고 하고, 이를 문재인, 안철수 등 야당 후보들에게까지 “강요적으로” 인정하라고 한 것은 그의 ‘외눈박이 단세포’적 자질을 여과없이 보여준 것으로 참으로 어리석다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의 ‘국가지도자적 자질’에 근본적인 흠결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총부리를 맞대고 있는 적이자 헌법상 대한민국이란 국가가 국민과 함께 지향하고 노력해야 할 ‘한반도 평화통일’의 대상이 북한 말고 또 있단 말인가?

분명히 북한은 ‘이중의 성격을 가진 - 공산당 정권과 군부는 적, 북한인민은 우리가 구출해야 할 동족이자 동포라는 - 모순된 국가실체’임에도, 명색이 대통령을 하겠다는 이가 ‘민족대업의 완수’라는 거시적 관점을 취하는 대신 군복입은 사람들과 똑같은 외눈으로만 북한을 바라보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사실이 어찌 한심하지 않겠는가!

대통령이 오로지 그런 관점을, 그런 시각과 태도만을 취해야지 오로지 대한민국의 안보가 보장된다는 논리도 지나치게 단세포적이다. 그래 가지고 이 민족과 국토분단의 문제를 어찌 해결하겠다는 것인가? 문제해결을 위한 논리와 방책과 상상력이 그다지도 빈곤한가?

적어도 이 점에 관해서는 - 역성을 들자는 게 아니라 - 문재인 후보의 관점과 대답이 전적으로 옳다고 본다. 명쾌한 표현력, 대중적 설득력이 부족해 보이는 것이 탈이라면 탈이다. 대통령은 국방(안보) 뿐만 아니라 외교, 통일의 종합적 관점에서, 삼각형의 정점에 서서 북한 문제를 바라보아야 할 것이고, 마땅히 한 차원 높은 역사의식을 갖고 이 지난한 민족분단, 국토분단의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깊은 숙고와 고뇌어린 결단을 해나가야만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주적’이란 단세포적 시각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타 후보들에게 무슨 ‘올가미(?)’라도 씌우려는 듯한 태도는 “북한은 주적이 아니라 현존하는 적”이라고 밝힌 대한민국 국방부의 공식 입장에도 반하는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충분한 논리 설명에 익숙하지 않은 국민 대중을 기망하는 것이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라고 본다.

그건 어디까지나 국방부의 입장이며 국방장관은 대내외적으로 그런 입장을 취하는 것이 당연하고도 마땅한, 어쩌면 바람직하기도 한 일이다. 하지만 외교부 장관과 통일부 장관은 각기 ‘주어진 역할’의 관점에 서서 조금씩은 다른 노력과 태도를 취해야 함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과연 국가 전체를 통할하고 헌법수호의 책무를 지닌 대통령까지 국방장관과 동일한 시각과 똑같은 입장을 취해야만 하는가!

이런 관점에서 유승민, 안철수 후보는 아직 국가지도자의 반열에 설 준비가 안된, 혹은 우리 민족과 대한민국이란 국가가 직면하고 있는 이 치열하고 모순된 현실을 외눈으로만 바라보는 단세포적 인물이 아닌가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선 차라리 홍준표 후보가 되레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무력에 의한 승공통일’의 관점에서. 하지만 과연 우리 국민들이 그것을 원하는가? 그것이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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