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에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 적용 ‘위헌’ 소지
사립유치원에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 적용 ‘위헌’ 소지
  • 송지나
  • 승인 2017.03.2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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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설립자의 재산권 침해로 사유재산권 보호 위배
국공립유치원과 국가지원금 차등 지원도 위헌적 시비 야기
법률전문가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권 침해 헌법소원 제기”

[베이비타임즈=송지나 기자] 정부가 9월부터 사립유치원에 적용키로 한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이 헌법을 위배할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이 사립유치원 설립자에 대한 보수와 시설사용료, 감가상각비 등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헌법상 사유재산권 보호규정을 침해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또 사립유치원이 국공립유치원에 비해 국가지원액을 과도하게 적게 받는 것도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과 자유시장경제질서를 침해하는 위헌적 시비를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이 권리의 주체와 재정의 주체가 완전히 다른 국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에 동일하게 예·결산구조와 세입·세출항목을 규정하고 있어 법령의 개정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사립유치원이 갖는 사적재산권 성격을 인정해 초기 설립자금과 재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재무회계규칙을 개정하거나, 아예 ‘사립유치원 재무회계특례규칙’을 제정해 사립유치원의 구분회계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사립유치원 설립자들의 투자금에 대한 감가상각비 및 적립금, 시설사용료 등을 인정함으로써 사립유치원의 공공성과 다양성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 한국유아정책포럼이 24일 여의도 침례교회 교육관에서 개최한 ‘유아교육 발전을 위한 사립유치원의 건전한 육성방안' 주제의 창립세미나에서 토론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오영숙 두원공대 겸임교수, 이재복 오성회계법인 부대표, 이병길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임재택 부산대 명예교수, 백종섭 대전대 행정학 교수, 홍찬선 머니투데이 상무, 진상원 한국유아정책포럼 정책위원장.

 


한국유아정책포럼(회장 이덕선)이 24일 서울 여의도 침례교회 교육관에서 개최한 ‘유아교육 발전을 위한 사립유치원의 건전한 육성방안’ 주제의 창립기념 세미나에서는 사립유치원 대상 재무회계규칙 시행에 따른 문제점과 개선방안이 다양하게 제시됐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사립유치원의 정체성과 정책 방향’ 주제발표를 통해 “정부가 사립유치원에 적응할 시간을 주지 않고 학교법인용 재무회계규칙을 적용해 설립자의 권한과 교육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사립유치원에게 국공립유치원에게나 필요한 회계규칙과 프로그램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정부가 정책 방향에 적응할 시간이 없었던 사립유치원 경영자들을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새로운 회계 방식으로 인해 유치원 설립자들은 학부모나 국가로부터 받은 수입을 설립자라는 명목으로는 한 푼도 가져갈 수 없게 됐고, 원장이라는 직책에 대한 보수의 형태로만 대가를 가져갈 수 있을 뿐 투자자인 설립자의 지위는 완전히 박탈당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회계규제가 사립유치원의 일거수 일투족을 통제하는 수단이 돼서는 안되고, 주식회사의 외부감사법인이 사회에 공개하는 수준이면 족하다”며 “지금처럼 회계통제를 해야 한다면 최소한 유치원 설립자에게 시설사용료와 설립자로서 기여한 부분에 대한 정당한 대가는 지출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사유재산으로 설립된 사립유치원에 학교법인용 회계기준을 적용할 경우 정부가 정한 항목 이외에는 지출이 허용되지 않고, 비용항목이 매우 세세한 수준까지 규정돼 있기 때문에 결국 교육의 내용까지 규제될 수밖에 없어 유치원 교육이 획일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24일 여의도 침례교회 교육관에서 개최된 ‘유아교육 발전을 위한 사립유치원의 건전한 육성방안' 주제의 한국유아정책포럼 창립기념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김성섭 강동대 유아교육학 겸임교수는 “설립 및 운영 재원이 개인의 재산으로 구성되어 있는 사립유치원에 사립학교재무회계규칙을 적용하는 것은 실제 사립유치원의 운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고, 차입금 및 적립금의 허용도 실제로는 허가 사항 등으로 제한함으로써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며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이 사립유치원의 경영 규모, 내용의 난이, 회계운용 능력 부족 등으로 실제적인 회계 운용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성섭 교수는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의 형식들은 사립유치원의 경영 현황을 나타낼 수 있는 규칙으로 제정되어야 한다”면서 “투입되지 않은 재정을 근거로 법적인 의무만 강조하는 회계보다는 사립유치원의 현실과 운영에 적합한 새로운 ‘사립유치원재무회계규칙’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사립유치원의 현실성 있는 회계운용을 위해서는 기본금, 차입금, 적립금, 감가상각과 설립자의 투자에 대한 권리 인식 등에 대한 항목들이 인정돼 회계 항목으로 분개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특히 시설사용료 형식의 감가상각 방법 등이 사립유치원의 회계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에는 감가상각, 충당금이나 적립금 등 발생주의적인 원인에 의한 내용과 기초 설립비, 차입금 및 이자 비용, 설립자에 대한 권리 보전과 잉여의 회수 등 일반회계 항목들이 인정되지 않고 있는데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유치원의 안정적 경영을 위한 원비책정권이나 경영권 등은 책임에 맞게 경영자들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자율권이 보장이 되어야 하며, 이에 따라 회계 내용도 새롭게 구성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영숙 두원공대 겸임교수는 토론에서 “헌법 31조1항에 ‘모든 국민은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며 “사립교육기관들이 공립교육기관에 비해 적은 지원금을 받는 것과 사립유치원 설립자가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이 헌법에 보장돼 있는 사유재산권 보호와 교육의 평등권을 위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이병길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은 “사유재산 출연에 따른 사유재산권 보장과 관련해 과도한 규제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지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방안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날 토론에 참가한 진상원 한국유아정책포럼 정책위원장은 “사인설립 사립유치원은 그 특수성에 의해 최소한의 시설기준만 충족되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며 “정부의 재원이 유아학비지원으로 사립유치원의 재정에 투입된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정책을 변경해 학교이기 때문에 수익을 가져가면 안된다는 식으로 회계감사를 실시하는 것은 헌법의 소급적용 금지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진 위원장은 이어 “헌법 제23조 ③항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보상은 법률로써 정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규정에 의거해 정부는 행정적인 횡포를 멈추고 법률로써 정당한 보상제도를 만들어 모든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이덕선 한국유아정책포럼 회장(왼쪽)이 24일 여의도 침례교회 교육관에서 열린 창립기념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이덕선 한국유아정책포럼 회장은 “사립유치원은 지난 100여년 동안 우리나라의 유아교육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왔으나 공로에 대해 감사받고 인정받기는 고사하고 부도덕하게 정부의 교육지원금을 횡령하고 온갖 탈법을 일삼는 못된 사람들로 낙인찍혔다”며 “이것은 사유재산인 유치원에 대해 정부가 초중고에 적용하는 공립법인용 회계규칙을 잘못 적용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사를 통해 “저출산으로 유치원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 알고 있다”면서 “좋은 의견이 나오면 정책에 반영되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부의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이 사립유치원의 교육활동을 옥죄지 않도록 모니터링 해서 제도가 미비한 점이 발견되면 바로 수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24일 여의도 침례교회 교육관에서 개최된 ‘유아교육 발전을 위한 사립유치원의 건전한 육성방안' 주제의 한국유아정책포럼 창립기념 세미나에서 축사하고 있는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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