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칼럼] 친박단체의 태극기와 성조기
[김종구칼럼] 친박단체의 태극기와 성조기
  • 송지숙
  • 승인 2017.03.2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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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구 개인정보보호범국민운동본부 운영위원장

 

탄핵반대 박사모 집회에 성조기를 왜 들고 나왔을까
미국을 여전히 ‘구세주’나 ‘키다리 아저씨’로만 생각?

분노한 국민과 국회, 헌법재판소에 의해 탄핵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동 집 앞에까지 성조기를 흔들고 나온 친박단체 사람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대체 그들에게 있어 성조기란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는 지난달 15일 정관용 앵커가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이 땅의 자칭 ‘보수’ 혹은 ‘우파’ 세력이 (맹목적인) 친미세력이 될 수밖에 없었던 까닭과 연원을 잘 분석해 줬다. 그들에게 미국은 ‘구세주’이며 ‘키다리 아저씨’ ‘영원한 혈맹’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들이 미국의 이상, 이념과 미국 국민의 기본적인 가치를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그만큼 눈 앞의 이 그림(?)이 “무언가 잘 연결이 안 되는” 혹은 “왠지 앞뒤가 잘 안 맞는” 억지구도(?) 라는 얘기가 될 것 같다. 적어도 한미우호협회 회원이지만 미국을 맹목적으로 숭배하거나 추종하지는 않는 필자에게는 그렇다.

대학, 아니 중고교 시절부터 외국어를 남달리 공부했고, 졸업 후 국제기구와 신문사 국제부 등에서 일했고, 비록 단기유학이긴 하지만 영국유학까지 다녀온 경험 때문일까?

차라리 태극기만 들었더라면. 지금 남의 나라 국기(성조기)까지 들고 나와 국가적 자존심도 없이 낯뜨거운(?) 행태를 보이는 사람들을 보며 정작 미국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주한 미국대사관이 어떤 코멘트를 낸 것도 아니고 이번 탄핵 사태에 대해 미 국무부가 “한국인들의 선택과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을 뿐인데, 혹 그들은 미국이란 나라가 자기네 편을 들어줄 거란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필자가 듣기론 그 반대인 것 같다. “대체 한국인들이 왜 미국 국기까지 들고 저러느냐”고 사뭇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게 필자의 귀에까지 들려온 미국인과 미국의 언론, 시민사회 일각의 반응이다.

성조기를 흔들며 (벌써 다 끝난 일에) “탄핵 무효”를 외쳐대는 이들은 미국의 이념과 미국의 가치가 무어라고 생각하는 걸까? 혹 미국이 힘으로 우리 내정에 관여해 주기를 바라기라도 하는 걸까?

“공산주의에 대항하는 자유세계의 맏형” “우리가 닮고 싶은 세계 제일의 강국” 정도라면 필자도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1950년대에 불어닥친 광적인 ‘매카시즘’까지 연상한다면, 그건 미국을 ‘폭력적 빅브라더’ 이미지와 동일시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 된다.

필자가 생각하는 미국의 정신, 미국의 가치는 ‘자유’와 ‘법치’,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이며 이것은 우리나라 헌법 제1조와 정확히 일치한다.

여기서 ‘자유’란 정치, 경제, 종교, 사회 등 “모든 억압으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며 특히 ‘개인의 자유’ 정확히는 ‘개개인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를 가장 중요한 기본원리로 상정하고 있다.

그런데 우린 어떤가! “공산주의자들의 억압과 인간성 말살”에 저항하고 대항할 자유는 당연한 것이고, 미국인들이 기본적으로 보다 중요시하는 ‘개인의 자유’는 과연 제대로 누리고, 아니 제대로 깨닫기나 하고 있는 걸까?

한국 정부가 제정해 놓은 강력한 규제법 가운데 하나인 ‘개인정보보호법’이 기대만큼 조기에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자유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의식의 부재, 아니, 부족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특정한 권력자나 전·현직 대통령 등을 ‘떼로 몰려다니며’ 맹목적으로 추종하거나 때로 폭력까지 불사하며 집단행동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일부 시위대는 ‘개인의 가치’와 ‘선택의 자유’에 기반한 미국의 이념, 미국인의 가치지향을 완전히 잘못 이해하거나 오히려 거꾸로 알고 있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게 아닌가하고 생각한다.

태극기에다 성조기까지 들고 나온 분들께 다시한번 묻고 싶다.

“여러분은 과연 미국의 이념, 미국의 가치를 정확히 알고 계십니까?”, “혹 아직도 미국을 ‘구세주’나 ‘키다리 아저씨’로만 생각하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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