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빛나라의 LAW칼럼] 태아의 생명권
[오빛나라의 LAW칼럼] 태아의 생명권
  • 송지숙
  • 승인 2017.02.1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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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률사무소 인정 대표변호사 오빛나라

 

산전 기형아 검사와 태아의 생명권

최근 개봉한 영화 컨택트에서는 주인공 루이스가 딸 한나의 죽음이라는 미래를 알면서도 딸을 낳고 자신의 운명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최근 산전 기형아 검사가 선풍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대조적이다. 

2014년 국내에 처음 들어온 니프트(NIFT 비침습적 태아검사) 시장은 2년 만에 그 규모가 10배 이상 커져서 4,5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과거에는 산전 기형아 검사로 쿼드검사나 양수검사를 주로 하였는데, 바늘로 양수를 채취할 필요 없이 채취한 임산부의 혈액으로 흘러나온 태아의 DNA를 분석하는 방식의 니프트 검사가 도입되자 비교적 정확도가 높고 위험성이 낮아 임산부에게 선호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산전 기형아 검사에서 태아가 정상이라는 결과가 나왔는데 실제로는 기형아일 경우에 산모가 의사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을까. 

과거 이와 유사한 사안에서 부정적으로 본 대법원 판결이 있다. 의사가 의료상 과실로 태아에게 다운증후군이 있는데도 산전 기형아 검사상 정상으로 판정했고, 산모가 이러한 결과를 믿고 낳은 아이가 다운증후군 증세를 보이다가 사망한 사안에서 의사에게 태어난 아이의 장애, 기형으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적,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한 것이다(2000다61947 판결). 

판결의 핵심은 산전 기형아 검사에서 태아가 다운증후군의 의심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낙태는 위법이기 때문에 산모가 낙태를 시도할 수 없고, 그렇기에 산모는 검사 결과에 상관없이 출산을 하였을 것이라는 데에 있다. 

이 판결은 산전 기형아 검사 이후 대처 방안과 관련하여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간과하기 쉽지만, 산전 기형아 검사에서 태아가 기형아라는 판정을 받더라도 산모가 낙태를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불법이다. 

형법은 임산부의 낙태를 전면금지하고 있으며, 모자보건법상 의학적, 우생학적, 윤리적 적응사유 등 5가지 정당화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 임신한 날로부터 24주 이내에만 낙태를 일부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태아의 기형은 낙태를 허용하는 정당화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태아의 기형을 이유로 한 낙태는 위법인 것이다.

이와 같이 낙태를 처벌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는 것인지에 대하여 논쟁이 있어 왔다. 이는 태아의 생명권을 인정할지 여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태아의 생명권을 인정한다면 낙태를 처벌하는 것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헌법에 부합하지만, 태아를 생명체가 아닌 산모의 일부로 본다면 낙태죄 처벌규정은 출산을 원하지 않는 산모에게 출산을 하지 않을 것을 결정할 수 없도록 하여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태아의 생명권을 인정하며, 형법상 자기낙태죄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역사적인 판결을 하였다. 

 “태아가 비록 그 생명의 유지를 위하여 모에게 의존해야 하지만, 그 자체로 모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으로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태아에게도 생명권이 인정되어야 하며, 태아가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낙태 허용의 판단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2010헌바402).”

산전 기형아 검사에서 기형으로 판정되는 경우 많은 산모들이 암암리에 낙태를 하고 있다. 공식적인 통계수치는 산정하기 어렵지만, 한 해 16만건 이상(2010년 기준)의 인공임신중절 수술이 시행되며, 이 중 95%가 불법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아직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산모의 자궁 속에 있는 태아는 소중한 생명체인가, 아니면 신체 장기와 같이 산모의 일부일 뿐인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 볼 문제이다.

<오빛나라 변호사 약력>
-現 법률사무소 인정 대표변호사
-前 법무법인(유한) 현 변호사
-前 법무법인 피플 변호사
-사법시험 54회 합격
-사법연수원 44기 수료
-연세대학교 법학과 졸업
-안양외국어고등학교 영어과 졸업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정회원
-환경운동연합 환경법률센터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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