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칼럼] 망국론(亡國論)
[김동철칼럼] 망국론(亡國論)
  • 김동철
  • 승인 2016.12.24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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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철 베이비타임즈 주필·교육학 박사 / ‘환생 이순신, 다시 쓰는 징비록’ 저자

 

2016년 대한민국의 처지를 한 마디로 말하라면 ‘망조(亡兆)’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망조(亡兆)는 망징패조(亡徵敗兆), 즉 망해가는 징조와 지는 조짐이 보인다는 뜻이다. 이 망조라는 말은 입 밖에 함부로 꺼내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나라 안팎의 기류를 살펴보건대 이 말 외에 어떤 단어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역사는 반복되는가. 100여 년 전 구한말 썩어 문드러져 가는 조선을 낚시질하기 위해서 서구열강과 일본은 호시탐탐 탐망전에 돌입했다. 기어코 조선의 운명은 일본의 정한론(征韓論)의 희생양으로 끝나고 말았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처지를 생각해보면, 어디서 많이 봤던 기시감(旣視感)이 들어 등골이 오싹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지정학적으로 강대국에 둘러싸인 ‘고립된 섬’으로 외로운 형세이다. 지도를 보라. 러시아, 중국의 대륙과 일본 열도에 포위된 데다 북한은 핵으로 압박하고 있다.

태평양 건너 미국은 북핵 및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려 하자, 중국과 야당은 반대하고 나섰다. 중국이야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지만, 야당은 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달린 이 문제에 반대하고 나서는가. 대선을 앞두고 사드 반대자의 표를 얻으려는 심산이라면, 이건 국익을 저버린 당리당략의 발상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우리는 솔직해져야 한다. 나라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여야의 파당적이고 이기적인 정치는 이제 포스트 최순실 사태의 새 패러다임에서 바뀌어져야 한다. 자국 우선주의에 세계적 조류에서 국익에 한 목소리를 내야 마땅할 것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등으로 군사적 비대칭 상황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북한 핵은 누군가 막아주겠지’라는 안일한 사대주의(事大主義)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외교와 국방, 안보에 있어서 나라의 안위를 지켜주지 못하는 세력은 나라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잃은 패거리 정상배(政商輩), 또는 꼼수 정치인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한반도 주변 상황은 엄중하다. 미국과 중국은 태평양 앞에서 해양세력으로 맞부딪치고 있고, 중국과 일본은 센카쿠 열도(중국명 다위오다오)를 놓고 일촉즉발의 태세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이런 강대국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자국 이익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북한은 핵무장 선언으로 어느 누구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오로지 한반도 적화통일이 그들의 목표이다.

세계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여야 정치인, 언론인, 경제인, 문화인 등 각계각층이 똘똘 뭉쳐 국익 지키기에 나서고 있는데 우리는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집안싸움에 골몰하고 있다. ‘분열하는 민족’이란 지적을 받을 만하다.

400여 년 전 임진왜란 발발 전이나 구한말 세도정치 때 나라 문을 꼭 잠그고 외국의 동향에 무지했던 상황과 무엇이 다른가.

‘스스로 지키려는 의지가 없는 사람들에게 언제까지 투자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안 나오는 게 이상할 정도로 우리는 우물 안의 개구리 놀이에 열심이다.

이런 상황을 빗대 율곡 이이(李珥)는 기국이비국(其國而非國)이라고 말했다. 왜구의 침입으로 나라의 안위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있는데 붕당의 패거리 싸움에, 군사방비는커녕 군량미조차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니 ‘이 나라는 나라가 아닙니다’라고 선조에게 목을 내놓고 상소를 올렸다.

오늘날에는 지부상소(持斧上疎)를 하는 사람도 없다. 지부상소는 대궐 앞에 도끼를 가지고 가서 임금께 상소하는 것으로 “내 말이 틀리면 도끼로 내 목을 쳐라”는 뜻을 가진 결기있는 선비들의 충언적 자세였다.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지부상소를 올린 이는 고려말 충신인 우탁(禹卓)이었다. 우탁은 충선왕이 아버지 충렬왕의 후궁인 숙창원비 김씨를 숙비로 봉하자 상복을 입은 채 도끼를 들고 대궐로 들어갔다. 그는 아버지의 후궁을 취한 것은 패륜이라며 자신에게 잘못이 있으면 목을 치라고 간언해 왕을 부끄럽게 했다.

조선시대에는 중봉 조헌(趙憲) 선생이 임진왜란 발발 한 해 전인 1591년 선조에게 지부상소를 올렸다.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사신을 보내 명나라를 치기 위해 길을 빌려줄 것을 요청하자 일본 사신의 목을 벨 것을 요구하며 사흘간 궁궐 밖에서 도끼를 놓고 시위를 벌였다.

또 구한말 최익현(崔益鉉) 선생에 의해 다시 등장했다. 최익현 선생은 1876년 강화도에서 병자수호조약이 체결되자 도끼를 들고 광화문에 나타났다. 그는 일본과의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해서는 안 될 다섯 가지 이유를 들며 통상조약을 강요한 일본 사신 구로다 교타카의 목을 벨 것을 고종에게 요구했다가 전라도 흑산도로 유배 가서 4년간 위리안치 되었다.

 


오늘날 나라사랑을 위한 충언을 하는 관료와 정치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모두들 “네 탓이오”를 입에 달고 산다. 단물을 빨아먹을 때와 달라진 상황 속에서 호리오해(好利惡害)한 인간성은 그 민낯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재벌의 탐욕은 더 심해져 후안무치(厚顔無恥)가 되고 배운 자는 곡학아세(曲學阿世)의 비굴한 처신으로 일신의 영달을 꾀한다. 일단의 날강도떼는 강남의 한 아주머니 치마폭에 싸여 나랏일까지 손을 댔다니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 천민자본주의(賤民資本主義)!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중국 전국시대 말기 법가(法家) 사상가인 한비(韓非 BC 약 280~233)는 자신의 저서 ‘한비자(韓非子)’의 ‘망징(亡徵)’ 편에서 “나무가 부러지는 것은 반드시 벌레가 파먹었기 때문이고, 담장이 무너지는 것은 반드시 틈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라가 망할 징조를 총 마흔 일곱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한비가 말하는 47가지 망징은 크게 ‘분열’, ‘부패’, ‘무원칙’, ‘안보의식 해이’, ‘가치 혼돈’으로 정리할 수 있다. 예컨대 ‘다른 나라와의 동맹만 믿고 이웃 적을 가볍게 생각해 행동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라는 대목은 안보의식 해이라고 볼 수 있다.

‘세력가의 천거를 받은 사람은 등용되고, 나라에 공을 세운 지사는 국가에 대한 공헌은 무시돼 아는 사람만 등용되면 그 나라는 반드시 망할 것’이란 대목은 부패와 무원칙으로 풀이된다.

또 ‘나라의 창고는 텅 비어 빚더미에 있는데 권세자의 창고는 가득차고 백성들은 가난한데 상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서로 짜고 이득을 얻어 반역도가 득세해 권력을 잡으면 그 나라는 반드시 망할 것’이란 분석은 부패 등을 꼬집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인도 건국의 아버지 간디(1869~1948)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 일곱 가지 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 첫째는 ‘원칙 없는 정치’이고, 둘째 ‘도덕이 빠진 상업’, 셋째 ‘노력 없는 부(富)’, 넷째 ‘인격이 빠진 교육’, 다섯째 ‘양심이 마비된 쾌락’, 여섯째 ‘인간성 없는 과학’, 마지막으로 ‘희생이 빠진 종교’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원칙 없는 정치’를 으뜸가는 죄로 꼽았다. 간디가 설파한 망국론이 오늘날 우리 국가와 사회에 어쩜 그리 잘 들어맞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오호 통재(痛哉)라!

혼돈의 나라를 구하는 것에 우리는 먼 곳에서 답을 찾을 필요도 없다. ‘난세의 영웅’인 이순신 장군의 신상필벌(信賞必罰) 리더십은 그 해답이 될 터이다. 잘 하는 자(애민과 전투 승리자)와 못하는 자(탐관오리, 도망병)를 정확히 가려서 상이나 벌을 충분히 주면 될 것이다.

<김동철 주필 약력>

- 교육학 박사
- 이순신 인성리더십 포럼 대표
- 성결대 파이데이아 칼리지 겸임교수
- 문화체육관광부 인생멘토 1기 (부모교육, 청소년상담)
- 전 중앙일보 기자, 전 월간중앙 기획위원
- 저서 : ‘이순신이 다시 쓰는 징비록’ ‘무너진 학교’ ‘밥상머리 부모교육’ ‘환생 이순신, 다시 쓰는 징비록’

▲ 환생 이순신, 다시 쓰는 징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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