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화칼럼] 청소년의 자살 충동
[김영화칼럼] 청소년의 자살 충동
  • 송지숙
  • 승인 2016.11.22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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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화 강동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저는 현재 강동구 자살예방협의회 부위원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자살자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2년동안 연속 1위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여러 가지 대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조사결과 자살 고위험군은 50대 여성과 70대 남성, 그리고 청소년들로 나타났습니다. 50대 여성의 경우는 자식이 품을 벗어나 생긴 ‘빈 둥지 증후군’으로 겪는 ‘주부우울증’과 관련이 있고, 70대 노인의 경우 경제력과 건강을 잃어 생긴 ‘노인성우울증’과 연관이 있습니다.

우울증은 인간관계를 와해시키고 직업이나 학업능력을 떨어트릴 뿐 아니라 심한 경우 자살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매우 무서운 질병입니다. 우울증 환자의 15%에서 자살을 시도하고, 자살자의 80%가 우울증을 앓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음의 감기 우울증

우울은 ‘오늘은 기분이 우울해’ 하며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우리는 매일 같이 힘든 일을 당할 수 있고, 얼마동안 우울한 기분이 된 후 잠을 푹 자거나 단 음식을 먹거나 해서 기분전환을 하고 다시 회복되는 과정을 밟습니다. 하지만 이런 울적한 기분이 상당히 심각한 상태로 2주 이상 지속되고 어떠한 노력을 해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을 때는 ‘우울성 장애’란 진단이 내려집니다.

‘마음의 감기’인 우울증은 전 세계에서 가장 흔한 정신장애입니다. 전체 인구의 5~20%에 이르는 사람들은 인생의 어느 시기에 도저히 스스로의 힘으로는
헤어나올 수 없는 우울증에 시달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경에는 우울증이 모든 연령에서 나타나는 질환 중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최근 뇌신경과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좋은 치료효과를 보이는 항우울 제약물이 처방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울증은 전 세계적으로 최근까지 수십 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울증이 증가하는 것은 현대인들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다는 ‘통제 불가능에 대한 좌절감’과 욕구 불만을 해소할 뚜렷한 방도도 없는 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기분의 기복이 심하면 우울증 의심해야

보통 사춘기에 접어들면 기분의 기복이 심해집니다. 일부러 그런 행동을 하는 것처럼 집에서는 짜증을 내다가 친구를 만나면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무시를 당한다고 느끼면 발끈해서 대들고, 사소한 꾸중을 들으면 죽고 싶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과식을 하거나 지나치게 잠을 많이 자고, 모든 것이
필요없다고 말하고 대인 관계를 기피하며 우울한 감정을 2주 이상 보이면 심각한 ‘주요우울성장애’로 발전되기도 합니다. 청소년들이 충동적이고 난폭한 행동을 보이거나, 비행을 일삼고 게임중독에 빠져있는 이면에도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소년의 9%가 일생에 한번 자살을 시도합니다. 그리고 청소년의 자살은 다른 사고로 위장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실제 자살률은 더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 대개 50번 정도 자살기도를 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아동기에 부정적인 경험(신체적 정서적 학대, 성폭력, 부모의 우울증과 부모의 잦은 다툼과 같은 가정폭력)을 당한 아이들일수록 이런 경험이 없는 아이들에 비해 자살할 확률이 5,000배나 높았다고 합니다.

감정을 조절하고 충동적인 감정을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도록 하는 뇌의 조절능력은 어린 시절 부모와 좋은 관계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아이들이 기댈 데가 없다고 느끼거나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느끼고 부모가 자신을 진정으로 위한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죽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막는 예방법

자살을 줄이는 주요한 방법 중 하나는 우울증을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는 것입니다.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정신과가 마치 멀쩡한 사람을 이상한 사람으로 만드는 곳이라는 편견으로 정신과 치료를 두려워하고 불편해합니다. 그러다보니 우울증환자가 병원을 찾는 경우는 15%에 불과합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였다가 국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자살예방프로젝트를 실시해 성공한 핀란드를 벤치마킹하면 어떨까요?

핀란드는 ‘심리적 부검’(자살의 심리적 원인을 사후 흔적과 주변 사람을 통해 샅샅이 찾는 것)을 도입해 자살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우울증이란 것을 알아내고 국가차원에서 우울증치료정책을 세웠습니다. 그 결과 핀란드의 자살률은 1990년에 비해 2010년에는 절반으로 떨어졌고, 20여년 만에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오명을 벗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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