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아동 학대 심각…갈수록 폭력적이고 포악해져
가정 아동 학대 심각…갈수록 폭력적이고 포악해져
  • 김복만
  • 승인 2016.10.12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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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처벌법 시행에도 부모 가해자 ‘솜방망이’ 처벌
정춘숙 의원 “피해아동 보호미흡, 가해자 처벌 강화해야”

[베이비타임즈=김복만 기자] 정부가 지난 3월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전 예방과 조기 발견, 부모·아동 교육 강화 등 범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을 내놨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아동학대 예방 및 조기발견, 신속대응 등 선순환을 그릴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키로 했다.

정부는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년까지 보건복지부의 위기가정·보육 정보, 교육부의 학생 정보 등 각 부처의 행정 빅데이터를 활용해 아동학대를 상시로 찾아내는 ‘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

정부는 아울러 한부모나 조손가정 등 취약가정에 대해서는 각각의 특성을 반영해 부모교육을 진행하고 아동에 대한 교육도 강화키로 했다.

그러나 최근 부모가 영유아 자녀를 상습적으로 학대하거나 폭행해 숨지게 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안전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 등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 사건은 잦아들고 있으나 가정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는 갈수록 폭력적으로 변하면서 부모에 대한 교육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 자료 : 보건복지부

 


◇ 6살 입양딸 테이프로 묶이고 굶주려 사망 = 지난달 경기도 포천에서 양부모에게 투명테이프로 묶여 학대를 당하다가 숨진 6살 입양딸이 두 달 동안 거의 굶은 채 폭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어린 아이에게 음식도 물도 주지 않은 채 굶기고, 심지어 테이프로 몸을 묶고 때리는 등 폭력을 동반한 인면수심 학대 소식에 경악을 금치 못할 지경이다.

11일 인천 남동경찰서에 따르면 A(47)씨 부부는 올해 추석 딸을 투명테이프로 묶어 작은방 베란다에 뉘어놓은 채 사흘간 충남 고향 집에 다녀왔다.

양모 B(30)씨는 경찰에서 “딸을 학대하면서 몸에 난 상처를 친척들에게 들킬까 봐 고향에 데려가지 않고 베란다에 놔뒀다”고 털어놨다.

양부모가 집에 돌아왔을 때 오줌 범벅이 된 딸 D(6)양은 찬 베란다 바닥에 누워 있었다. 사흘간 음식도 물도 먹지 못한 채였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의 끔찍한 학대는 2014년 9월 D양을 입양한 지 2개월 만에 시작돼 2년 가까이 지속됐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양모 B씨는 “딸이 2014년 11월께 이웃 주민에게 나에 대해 ‘우리 친엄마 아니에요’라고 하면서 입양 사실이 밝혀져 화가 나 학대를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A씨 부부 집에 얹혀살던 동거인 C(19) 양과 그의 남자친구는 이들 부부가 딸 D(6)양에게 밥을 주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공장 야간반에서 근무하는 C양의 남자친구는 “올해 7∼8월 이 집에서 살았는데 2달 동안 양모가 아이에게 밥을 주는 걸 3번 정도 봤다”고 말했다.

얹혀사는 입장인 C양은 A씨 부부의 집에 함께 살지 못하게 될까봐 D양을 테이프로 묶는 등의 학대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C양의 남자친구 역시 “여자친구가 A씨 부부의 집에 함께 살고 있다보니 자칫하면 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무 말도 못 했다”고 말했다.

양모는 굶주린 D양에게 ‘과자를 훔쳐 먹었다’거나 ‘식탐을 부린다’며 손과 파리채를 휘두르며 폭력을 행사했다.

D양은 결국 지난달 29일 경기도 포천의 A씨 부부 아파트에서 온몸을 투명테이프로 묶인 채 17시간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숨졌다.

 


◇ 생후 2개월 된 영아 영양실조 상태로 숨져 = 모유를 제대로 먹지 않아 영양실조에 걸린 생후 2개월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20대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팀은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A(25)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1일 밝혔다.

같은 혐의를 받는 A씨의 아내 B(21)씨는 홀로 남은 첫째 아들(2)의 양육을 고려해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 부부는 지난달 딸을 바닥에 한 차례 떨어뜨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두개골이 골절된 사실이 확인될 정도로 딸이 다쳤는데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A씨 부부는 출산 후 산부인과에서 퇴원한 뒤 한 차례도 C양을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아 기본적인 신생아 예방접종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C양은 3.06㎏의 정상 체중으로 태어났으나 B씨의 실수로 한 차례 바닥으로 떨어진 이후 분유를 잘 먹지 못해 심한 영양실조에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 당시 C양의 몸무게는 1.98㎏에 불과해 뼈만 앙상한 모습이었다. 보통 생후 2개월 된 영아의 평균 몸무게는 5∼6㎏이다.

이들 부부는 2014년 2월 친구의 소개로 만나 결혼식은 올리지 않고 같은해 10월 혼인신고만 했다. 당시 B씨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으며 학교를 중퇴하고 가출한 뒤 지금의 남편과 동거했다.

이들은 애초 양가 부모의 동의없이 어린 나이에 결혼 생활을 시작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며 최근 일정한 직업 없이 생활하며 2,000여만원의 빚을 졌고, 월세 52만원짜리 다세대 주택에서 살았다.

앞서 경기도 부천에서는 생후 3개월 된 딸을 집안과 길에서 2차례 바닥에 떨어뜨린 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해 숨지게 한 23살 동갑내기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2월에는 충남 홍성에서 생후 10개월 된 딸이 울며 보챈다는 이유로 장난감을 던져 숨지게 한 20대 여성이 구속기소됐다.

이 여성이 주먹과 발, 파리채로 어린 딸을 수시로 때리는 동안 남편은 온라인 게임에 빠져 아이가 울어도 밤새 방치하고 옆에서 담배를 피운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달에는 게임을 하러 외출하는데 방해된다며 홀로 키우던 생후 26개월 된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이 법원에서 폭행치사 혐의가 인정돼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가정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가 갈수록 폭력적이고 포악해지는 현상이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에 따른 처벌이 ‘솜방망이’처럼 가볍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경찰청과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 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아동학대 신고와 가해자 검거 건수는 크게 증가했으나 검찰의 기소율은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의원은 “가해자에 대한 미약한 처벌은 아동학대가 사회적인 범죄라는 인식을 약화시키고, 신고자나 피해자에게 ‘신고해봤자 소용없다’는 좌절감을 줄 가능성이 크다”면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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