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화칼럼] 말 안 듣는 아이들
[김영화칼럼] 말 안 듣는 아이들
  • 온라인팀
  • 승인 2016.09.0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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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화 강동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에이 씨 왜 째려보고 그래?” 

진료실에 들어와 의자에 앉으면서 이런 말을 제게 툭 던진 학생은 초등학교 시절 병원에서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진단을 받았던 고등학교 학생이었습니다. 뒤따라 들어선 어머니는 아이가 어린 시절 ‘사춘기가 되면 비행청소년으로 빠질 수도 있다는 주의를 무시하고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은 것이 후회 된다’고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ADHD는 어떤 문제일까요? 그리고 만약 내 아이가 ADHD가 의심된다면 부모로서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 걸까요? 진료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을 중심으로 Q&A(질문과 답변) 방식으로 살펴보겠습니다.

Q. 어떤 행동을 하면 ADHD를 의심해야 하나요?
- 아주 어릴 때부터 말썽쟁이, 장난꾸러기 또는 호기심 많은 아이로 보입니다. 그리고 자라면서 점점 반항기가 있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학교에 입학하면 수업시간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꼼지락거리고 다른 친구에게 장난을 치는 모습으로 선생님 눈에 띄게 됩니다. 과제물을 빠트리거나 물건을 잘 잊어버리는 등 사소한 실수를 반복해서 학교에서나 집에서 자주 지적을 당하곤 합니다. 

“게임을 할 때나 만화책을 볼 때는 집중을 잘하는데 그래도 ADHD인가요?” 
“집중력이란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과제에 집중하는 능력입니다.” 

그러다 보니 재미없는 공부나 숙제 할 때는 집중을 잘 하지 못하게 됩니다. 자라서 사춘기가 되면 나쁜 짓을 일삼는 ‘불량소년’ 같은 아이가 되기도 하고 항상 정신을 다른 곳에 팔고 다녀 어수룩해 보이는 아이도 있습니다. 

수영을 할 줄 모르면서 불쑥 수영장에 뛰어 들기도 하고 수업시간에 갑자기 고함을 지르기도 합니다.

Q. ADHD는 왜 생기는 걸까요?  
- 저는 몇 년 전 ‘산만한 어린이’란 제목의 특집 TV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한 적이 있었습니다. 대학 교육학과 교수님들과 교육전문가들이 참석했는데 그 중 아무도 ADHD가 질병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없어 상당히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 

고혈압이나 당뇨가 심리적인 원인으로 발생하지 않듯이 ADHD는 심리적인 원인으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ADHD는 뇌에서 발생한 뇌기능 장애입니다. 심리적인 문제는 오히려 ADHD 문제행동의 결과로 발생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아이가 선천적으로 집중에 취약하고 과잉행동,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상태로 태어난다고 보아야 합니다. ADHD는 남자아이에게 압도적으로 많아 여자아이들에 비해 4~9배정도 많이 나타납니다.

Q. ADHD 치료는 어떻게 하나요?
- 산만한 행동문제를 가진 자녀를 둔 부모는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뇌 발달에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으로 아이를 대해야 합니다. 아이의 어떤 문제도 부모가 잘못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고, 또한 아이도 자신의 문제 때문에 힘들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ADHD 치료에서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치료는 약물치료입니다. ‘메틸페니데이트’는 ADHD치료에서 놀라운 효과를 보여주는 치료제입니다. 

어린시절 ADHD진단을 받고 이후로 50년이 지난 후 약물치료를 받은 그룹과 약물치료를 받지 않은 그룹이 어떻게 다르게 살아 왔는지를 비교한 연구가 있습니다(이 약은 임상에서 90년 이상 ADHD치료에 사용되어 왔기에 가능한 연구입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약물치료를 받은 그룹이 훨씬 더 안정적이고 생산적인 인생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약물치료와 더불어 사회기술훈련(사회적 행동에는 결과가 따른다는 것 배우기)과 인지행동치료(행동을 자제하는 법 배우기)도 필요합니다.

Q. 바둑을 시켜야하나요? 운동을 시켜야 하나요?
- ADHD 어린이들은 운동기능에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하지만 치료를 받고 훌륭한 운동선수로 성공한 사례는 수없이 많습니다. 야구나 축구를 전공하는 학생들도 ADHD 치료를 받고 운동에 더 집중이 잘 된다고 합니다.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를 추가해 역대 올림픽에서 모두 28개의 메달을 목에 걸어 올림픽 황제로 불리는 마이클 펠프스는 어릴 적 ADHD 진단을 받은 소년이었습니다. 펠프스는 9세에 ADHD로 진단 받고 약을 복용했습니다. 

▲ ‘아이엠 프로그램(im program)’에 참가한 아이들과 마이클 펠프스. (출처=MichaelPhelpsFoundation)

 

교사인 어머니는 ‘긴 팔을 가진 괴물’이라며 친구들에게 놀림 받고 지나치게 산만한 마이클에게 집중할 것을 찾아주기 위해 수영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펠프스처럼 에너지를 운동으로 한껏 발산하고 나면 오히려 집중력이 생기게 됩니다. 

ADHD 어린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아이들의 낮은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활동을 권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아이들은 학교나 가정에서 수년간 야단맞고 잘못을 지적받으며 자라기 때문에 자존감이 심하게 떨어져 있습니다. 또한 실패를 반복해온 탓에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펠프스는 엉뚱하면서도 높은 창의력,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넘치는 에너지를 수영이라는 스포츠에 활용했습니다. 펠프스 역시 수영을 통해 회복한 자존감이 마음의 밑바닥에 차 있었기 때문에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인물로 거듭날 수 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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