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여년 만에 깨어난 이순신의 징비(懲毖) 정신
400여년 만에 깨어난 이순신의 징비(懲毖) 정신
  • 김복만
  • 승인 2016.08.16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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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생(還生) 이순신, 다시 쓰는 징비록’ / 김동철 지음 / 한국학술정보 / 342쪽 / 2만5000원

 


‘혼용무도(昏庸無道)’한 작금의 한국 사회에 경종


[베이비타임즈=김복만 기자] 모든 역사의 한 자락에는 그 시대의 무게와 괴로움을 견디고 시대의 변화를 이끌었던 이들이 존재했다. 그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고, 아마도 가장 위대한 인물은 임진왜란의 영웅 이순신일 것이다.

16세기 후반 임진왜란 때 명나라와 왜국은 조선땅에서 전쟁을 치렀고, 구한말에도 청나라, 일본, 러시아, 미국, 그 외의 다른 유럽 국가들까지 다 쓰러져가는 조선땅을 삼키기 위해 갖가지 분쟁을 일으키곤 했다.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됐고 물질은 풍요로워졌다지만 이 땅에서 일어나는 작금의 현상을 보건대 언젠가 어디에서 본 듯한 느낌, 기시감(旣視感)에 문득 놀랄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이는 중국 대륙과 태평양을 잇는, 동북아의 요해처로서 열강들의 주목을 받는 우리의 지정학적 숙명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대륙과 해양세력의 발판으로서 한국은 끊임없이 고통 받았고, 그 고통은 물론 고스란히 평범한 사람들에게까지 미치곤 했다.

혼용무도(昏庸無道). ‘온 세상이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어지럽고 무도하다’는 이 말은 현재 한국사회에 대한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19세기와 20세기 초 한국이 겪었던 어려움들은 21세기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그 모습을 바꾸어 여전히 우리에게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금수저’와 ‘흙수저’로 대변되는 양극화와 빈부격차, 정치권과 재벌을 포함한 기득권층의 갑질, 북한과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사이에서 살얼음판처럼 쪼개져 흘러가는 동북아 정세까지, 도무지 어디하나 마음 편한 곳이 없다.


더구나 오늘날 동북아시아는 세계의 화약고가 되어가는 형세다. 경제를 바탕으로 대륙굴기(大陸崛起)하는 중국은 군사 부문에서 미국과 맞짱을 뜰 기세로 달려들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군사적 마찰, 중국을 방어하고 북핵 공포를 없애겠다는 일본은 해외 군사작전을 할 수 있는 군대를 갖게 되었다.

내부의 혼란과 외부의 압력 앞에서 우리는 또다시 굴복하고 고통받을 것인가?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과거를 먼저 살피고 그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반성하고 자강(自强)하려는 의지를 확고히 갖지 않는 이상, 슬픈 역사가 반복될 뿐이다.

그런 점에서 ‘환생(還生) 이순신, 다시 쓰는 징비록’은 좀 더 넓은 시야로 우리나라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지정학적 환경을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할 정치, 인문, 역사책이라 할 것이다. 40여 개의 주제들 속에서 저자는 기록과 분석‧비판을 오가며 과거의 지혜를 발견함으로써 현재의 우리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려 한다.

언론인 출신의 교육학 박사로 현재 베이비타임즈 주필을 맡고 있는 저자는 분명하고 열정적인 어조로 한국사회에 대한 성역 없는 반성을 호소하고 있다.

국내 유일무이의 이순신 전문연구포럼 대표로서 저자는 7년 동안의 계획과 3년간의 사적답사와 문헌 탐색을 통해 이순신 리더십을 연구했고, 그 결과물을 원고와 사진으로 엮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따라서 이 책은 현 시대의 사회적 비판을 수용하는 역사적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이 광화문 거리에 되살아나 우리 사회를 보았을 때, 그의 눈에 비친 작금의 한국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자신의 시대였던 임진왜란의 혼란을 그대로 느끼는 것은 아닐까?

시체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유혈이 바다를 이뤘던 대참극의 임진왜란 시대, 명나라와 왜국의 전장이 되어버린 조선반도에서 이순신 장군이 이룬 23전 23승의 불패신화는 그야말로 오랜 가뭄 끝의 단비 같은 낭보(朗報)가 아닐 수 없었다.

이는 단순히 전투의 승리가 아니며, 남해안의 제해권을 지킴과 더불어 왜군의 서해 진출, 한강, 임진강, 평양의 대동강으로의 침입을 막는, 외세로부터 조선이 살아남았을 수 있었던 유일무이한 성과였다.

실로 천행(天幸), 아니 준비된 자에게 하늘이 내려준 은혜로운 자비(慈悲)였다. 당시 ‘전시재상’ 겸 도체찰사로 조선 8도를 누빈 류성룡 대감은 7년 전쟁을 반성하는 회고록인 ‘징비록(懲毖錄)’에서 징비의 뜻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예기징이비후환(豫其懲而毖後患), 미리 (전날을)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하고
지행병진(知行竝進), 알면 행하여야 한다.
즉 유비무환(卽 有備無患), 그것이 곧 유비무환 정신이다.

류성룡의 징비정신은 이순신 장군의 필사즉생(必死卽生)의 유비무환으로 오롯이 승화되었으며, 임전무퇴(臨戰無退), 선공후사(先公後私),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정신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하지만 이 징비(懲毖)정신은 채 30년도 안 되어 잊혀졌다. 이후 후금(이후 청나라)이 조선을 공격했고, 곧이어 청나라도 조선을 짓밟았다. 남한산성에서 빠져나온 인조는 송파 삼전도에서 청태종에게 굴욕적인 항복의 예를 올렸다.

냄비처럼 들끓다가 이내 잊어버리는 급망증으로 나라의 안위는 무너졌고, 그 여파는 구한말의 처참함으로, 일제식민치하로 이어지게 된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이순신 그리고 류성룡의 재조산하(再造山河)의 뜻이 이뤄졌다면, 최소한 그들의 뜻을 귀 기울이고 이어갈 수 있었다면, 많은 것이 달라졌을 것이다.

게다가 이순신은 단순히 뛰어난 무인에 그치지 않는다. 용의주도한 전략전술, 공정하고 확고한 인간관계, 둔전경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애민(愛民) 정신과 ‘난중일기’와 시조가락에서 살필 수 있는 문무겸전(文武兼全)의 섬세한 감수성까지….

이순신 장군의 업적과 그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인성(人性)의 핵심 DNA는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살필 방향성을 제시해 줄 것이다.

이순신 장군이 뛰어난 인물이라는 사실에 우리는 매우 익숙하다. 그의 영웅담은 그의 필체로, 때로는 소설이나 드라마로, 최근에는 영화로까지 회자되고 있으며 또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의 기록과 발자취로부터 현재 우리 사회를 직접적으로 대면하려는 시도는 없었다. 그렇기에 이 책은 과거를 위한 기록이나 영광으로서의 ‘징비록’이 아닌, 현재와 미래를 위한 계기로서 새로이 만들어가는 ‘다시 쓰는 징비록’이다.

원혜영 국회의원은 추천사에서 “나라 안팎이 시끄러운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시대를 맞아 ‘다시 쓰는 징비록’은 망전필위(忘戰必危)의 안보의식을 높여주는 시의적절한 책”이라고 평가했다.

이수홍 (주)화인홀딩스 회장은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가 동북아 패권을 놓고 힘을 겨루는 오늘날 누란(累卵)의 위기를 어떻게 대처하고 극복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저자는 이순신 장군의 필사즉생(必死卽生) 정신을 통해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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