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칼럼] 이순신의 인성핵심 DNA 9 - ‘충(忠)’
[김동철칼럼] 이순신의 인성핵심 DNA 9 - ‘충(忠)’
  • 김동철
  • 승인 2016.07.1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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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철 베이비타임즈 주필·교육학 박사

 

[베이비타임즈=김동철 주필] 교육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인성교육진흥법 시행령 5개년 계획의 8개 핵심 가치에 ‘충(忠)’이 빠져 있다. 예절, 효도,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을 인성교육의 중요한 가치로 선정했는데, 아쉽게도 나라사랑 충(忠)의 항목은 찾아볼 수가 없다.

‘나라가 없고서야 다른 핵심가치가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인성 핵심 DNA 9개 항목을 통해 ‘충(忠) - 나라사랑’을 짚어보고자 한다.

이순신 장군은 22년(1576~1598년) 동안 군인으로서 두 번의 백의종군과 세 번의 파직을 당하는 등 우여곡절 많은 삶을 살았다.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참기 힘든 극한 상황을 맞았지만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라는 필사즉생(必死卽生)의 초극(超克) 셀프 리더십으로 오로지 나라를 구하기에 충심을 보여주었다.

그 초극의 리더십은 1598년 11월 19일 노량해전에서 왜군의 조총에 맞아 숨을 거둘 때까지 계속되었다. 올곧은 성격으로 한평생 모함과 모략을 받았지만, 숱한 고난과 시련을 극복해냈다. 이것은 가히 초인적이다.

역사에 만약이란 가정은 없지만, 이순신 장군이 없었다면 임진왜란 7년으로 인해 조선은 지도상에서 사라지는 비운을 맞게 되었을 것이다. 당시 조선의 운명은 바람 앞의 촛불과 같은 풍전등화(風前燈火) 신세였다. 조선을 정복하겠다는 일본의 끊임없는 정한론(征韓論)에 의해 조선은 아마 지금쯤 일본어를 모국어로 쓰는 일본인들의 땅이 되어있지 않았을까.

이와 같은 추정을 가능케 하는 것은 임진왜란 이후 300여년이 지난 1910년 일본은 정말로 조선을 자신들의 식민지로 만들었다. 그리고 조선은 36년 동안 일본총독의 통치를 받은 바 있다.

또한 임진왜란 후 불과 30년도 채 되지 않은 1627년 여진족(후금)의 침공이 있었다. 정묘호란이다. 그리고 1636년 군신관계를 요구하는 청나라(여진족)의 침범으로 인조는 송파 삼전도에서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 세 번 절하고 머리를 땅에 아홉 번 짓찧음)의 치욕적인 예를 올렸다. 이후 조선은 1910년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길 때까지 청나라 속국으로 전락했다.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 후, 한반도는 곧바로 좌우 대립의 두 쪽으로 나뉘어졌다. 1950년 소련에서 무기를 원조 받은 북한의 김일성은 38도선을 넘어 기습 남침을 했고 수도 서울은 3일만에 무너져 낙동강까지 밀렸다. 미군 등 유엔군과 국군의 반격으로 압록강까지 수복했으나 중공군 100여만 명이 겨울철 얼어붙은 압록강을 건너 침공함으로써 미군과 유엔군, 국군은 눈물의 철수작전에 돌입하고 말았다. 한반도 통일을 목전에 앞두고 그만 휴전선(DMZ)으로 남북이 또 갈라지게 되었다. 오호 통재(痛哉)라!

해방 70년이 됐지만 오늘날의 동북아의 지정학적인 국제정세는 한국-미국-일본과 북한-중국-러시아가 팽팽하게 맞서는 ‘화약고’가 되어 버렸다. 게다가 북한은 핵을 개발해 미사일을 통한 핵폭탄 공격을 하겠다며 연일 위협을 거듭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인 대한민국 5천만 국민은 북한의 핵 공격 위협 아래 ‘인질’이 되는 절체절명의 상황을 맞이 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북핵 공갈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앞의 이익에 눈이 먼, 천민(賤民) 자본주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가진 대한민국은 산업화, 정보화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돈이면 다 된다’는 물질만능주의에 깊숙이 빠져 있다. 너나없이 이기심이 불출하는 천박(淺薄)한 자본주의 행태를 보이기에 이르렀다. 재벌의 갑질, 골목상권 침해 등 경제민주화는 물 건너 간 상황이다. 상위 5%가 대한민국의 국토 90% 이상을 소유하는 부의 불균형은 심화되어 있다.

정치권의 특권향유와 분열싸움, 법조계와 고위공직자들의 전관예우로 전현직 간의 짜고 치는 고스톱 형국, 방위산업비리 만연, 귀족노조의 횡포,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과 3포(연애, 결혼, 출산포기) 시대의 도래, 퇴직자에게 더 많이 부담되는 건강보험료의 부조리한 체계, 각계각층 성폭행 성추행 만연 등 총체적 부패로 어지럽다. 나라의 통치력은 증발된 느낌이다.

공산 적화통일을 지향하는 북한이 엄연하게 핵 위협을 가해도 대한민국의 국론은 갈라져 적전분열(敵前分裂)의 양상을 띠고 있다. 그야말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많은 사람들은 눈앞의 이득에 연연해할 뿐 나라를 생각하고 사랑하는 보다 넓은 의미의 가치추구인 충(忠)에는 눈을 감고 있다. 나라가 없고서야 어찌 가정의 행복과 개인 꿈의 실현이 가능할 것인가.

인성이 무너진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인성교육진흥법을 만들어 시행에 돌입했지만 그 주요 인성 핵심 8대 항목(예, 효,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에서 나라 사랑 충(忠)을 빼먹었다는 것은 언어도단(言語道斷), 말이 막혀 기가 찰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나서서 이의 시정 및 복원을 외치는 사람이 없는 것을 보면 임진왜란 전 율곡 이이가 말한 것처럼 ‘기국이비국(其國而非國)’, “(조선은) 나라도 아닙니다”라는 말과 똑같은 형국이다.

▲ 이순신 장군 동상

 


그러면 이순신 장군은 나라 사랑 충(忠)을 어떻게 실현했을까. 1592년 7월 15일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왜 수군을 견내량에서 유인해 한산도 앞바다에서 학익진 전법으로 섬멸시킨 한산대첩은 세계 해전사에도 기록된 쾌거였다. 그 이듬해 7월 15일 한산도로 진을 옮겼다. 그리고 8월 15일 선조로부터 삼도수군통제사 임명장을 받았다. 1593년 10월 27일 장군은 진중음(陣中吟)을 읊었다.

바다에 맹세하니 어룡이 감동하고 (서해어룡동 誓海漁龍動)
산에 맹세하니 초목이 아는구나 (맹산초목지 盟山草木知)
원수를 모두 멸할 수 있다면 (수이여진멸 讐夷如盡滅)
죽음이라도 사양하지 않으리 (수사불위사 讐死不爲辭)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바칠 수 있다는 비장한 각오와 결기가 빛나는 우국충정(憂國衷情)의 시조이다. 문무(文武) 겸전의 이순신 장군은 시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면서 자신을 갈고 닦는 수신(修身)의 방편으로 활용했다.

인조 때 문신 이단하는 ‘이순신 시첩’의 발문에서 “이 시구에서 비장한 뜻과 정일한 충심은 큰 공을 이룰 기상을 드러낸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송시열은 또 “송나라 장수 악비(岳飛)가 장준(張浚)에게 보낸 시처럼 충정과 용맹을 담고 있다”고 칭송했다.

장군은 이 진중음에서 뜻을 따서 자신의 두 자루의 장검에 검명(劍名)으로 새겨넣었다. ‘삼척서천 산하동색(三尺誓天 山河動色)’ “석 자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하가 떨고”, ‘일휘소통 혈염산하(一揮掃蕩 血染山河)’ “한번 크게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산하를 물들이는 도다”

그리고 자나깨나 좌우명으로 삼았다. 이 글귀는 국사시험에도 종종 출제되고 있다. 장군은 이처럼 전쟁 중에 항시 나라를 위한 충성을 다짐하고 국난극복을 자신의 책임으로 여겼다. 언제 어디서나 주인의식을 갖는 수처작주(隨處爲主)의 자세이다.

“국가를 안정시키는 데는 충성을 다하고 있는 힘을 다 바쳐 죽으나 사나 그렇게 할 것이다”(안국가정사직 安國家定社稷, 진충갈력 盡忠竭力, 사생이지 死生以之)

장군은 한결같이 충이란 초심을 잊어버리지 않고 전사할 때까지 견지했으니 그 호국 애민의 정신은 그야말로 우리가 다시 한번 음미하고 그 높은 뜻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대개의 사람들이 혼자서 호의호식하고 자기 가족만을 위하는 삶을 행복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런 행복을 유지하려다 보면 남과 이해관계에 따라 갈등하고 배신하고 부딪히면서 인간성은 사라지고 동물적 본능만 남게 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 한번 태어나서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정글의 법칙에 사로잡혀 산다는 것은 만물의 영장으로서 인간이 추구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일심(一心)이라는 수결(사인)을 자주 썼다. 그 한 가지 마음이란 무엇을 뜻할까. 바로 나라사랑 충이 될 터이다. 제갈량은 장수가 지녀야 할 욕심 가운데 ‘마음을 한결같이 하는 것(心慾一)’이라고 했다. 제갈공명을 존경했던 장군은 그 일심의 뜻을 온전히 체화함으로써 자신을 바쳐 나라를 구하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의 도를 완성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보다 더 큰 가치, 이기심에서 공생의 자리이타(自利利他, 자기와 타인의 이익을 공히 생각함), 그리고 나아가 국가헌신이라는 최고가치로 승화시킬 마음가짐이 절대 필요하다. / 김동철 베이비타임즈 주필·교육학 박사

<김동철 주필 약력>

- 교육학 박사
- 이순신 인성리더십 포럼 대표
- 성결대 파이데이아 칼리지 겸임교수
- 문화체육관광부 인생멘토 1기 (부모교육, 청소년상담)
- 전 중앙일보 기자, 전 월간중앙 기획위원
- 저서 : ‘이순신이 다시 쓰는 징비록’ ‘무너진 학교’ ‘밥상머리 부모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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