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화칼럼] 성교육은 언제부터 시작해야 하나
[김영화칼럼] 성교육은 언제부터 시작해야 하나
  • 온라인팀
  • 승인 2016.06.2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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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화 강동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원장

 

# 중학생 남자아이가 여자 친구 집에 놀러 갔습니다. 부모가 집에 없어 단 둘이서 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서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남자아이가 여자 친구를 포옹하고 키스했고 결국 남자친구가 섹스를 요구했습니다. 여자 친구는 ‘여기서 그만!’ 하자고 했지만 남자는 강제로 여자 친구를 침대에 눕히려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학생의 행동은 성추행일까요? 아닐까요?

정답은? 성추행입니다.

이 상황은 캐나다에서 고등학교용 성교육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학생들에게 두 사람의 확실한 동의가 없는 성관계는 성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치기 위한 것입니다. 

# 남녀 학생 단둘이 집 안에서 TV를 보고 있습니다. 이럴 때 성폭력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정답은 ‘단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친구들끼리 여행을 갔다가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는? ‘친구들끼리 여행가지 않는다.’ 채팅 중 상대가 직접 만나자고 제안 할 때는? ‘낯선 사람과 채팅은 가급적 삼간다.’  

2015년 3월 교육부가 6억 원을 들여 만든 표준안에 들어 있는 성교육 내용입니다. 오히려 학생들이 ‘수시로 부모님한테 전화하거나 다른 친구를 불러요’라고 정답을 찾아줄 정도였습니다. 왜 이런 식으로 아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하는 정답이 나오는 걸까요? 

저는 우리 어른들의 성의식 속에는 ‘남녀 칠세 부동석’, ‘남녀유별’ 등의 유교적 관념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인군자풍의 정답은 아이들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요?

학교에서의 성교육은 더욱 적나라하게 해야 한다

‘자위는 몸에 해롭지 않다’ ‘피임을 위해서는 항상 콘돔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 ‘첫 성경험을 한 후에 오르가즘을 느끼기까지 2~3년이 걸린다’ ‘좋은 섹스란 즐겁고 자연스러우며 상대의 느낌을 배려하는 책임있는 행동이다’  

너무나 상세하고 적나라해서 거북함을 느낄 정도인 이 문항들은 핀란드 중학생들의 성교육 과제에 나오는 내용들입니다. 

성교육 선진국이라 불리는 독일, 핀란드, 덴마크 등 북유럽국가들은 연 40시간이상 성교육이 필수교과로 채택되어 있습니다. 특히 성에 대한 호기심과 성충동이 왕성해지는 중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집중적으로 성교육을 실시합니다.  

우리도 십대들의 바른 성교육을 배울 권리를 인정하고, 하나마나한 말들로 아이들의 야유를 받는 대신 더욱 솔직하고 적나라한 성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최근에 발생하는 많은 성폭행사건을 보면 특히 남학생들을 상대로 성폭행 예방교육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남자아이들이 잠재적 성범죄의 위험에서 헤어 나올 수 있으려면 어린 시절부터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여학생들을 위해서는 십대 임신과 성병 감염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게 ‘열린 성교육’으로 가르쳐야 합니다.

성교육의 목표는 성범죄 예방, 성병 예방이다

성교육의 목표는 성범죄 예방입니다. 그리고 십대 임신과 에이즈 같은 성병 감염을 예방하는 것입니다.  2009년 12월 유네스코는 이런 목표로 전 세계 부모들을 상대로  ‘조기 성교육 지침서’를 발간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느끼기엔 너무 적나라한 내용들로 가득합니다. 

가령 5세 어린이도 성적 발달이 충분하기 때문에 아이가 5세가 되면 ‘제 성기를 만지며 즐기는 행위가 바로 자위행위고, 성기를 만지면 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성교육을 받아야 하고 그 결과 자신의 성충동을 잘 다루어 성범죄, 십대 임신, 성병 감염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자는 취지입니다. 

유네스코 보고서를 살펴보면 전 세계 부모들은(우리나라를 포함해서) 너무 일찍 성을 가르치면 오히려 성경험을 더 빨리 하도록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른들이 방치한 사이에 아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왜곡된 성교육을 이미 너무 많이 받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성문화는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고 있는데도 학교와 가정에서의 성교육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성교육은 5세부터 시작한다

성교육은 유네스코의 권고대로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유치원 때부터 남녀의 차이를 가르쳐야 합니다. 이성 형제가 없이 자란 경우에는 남녀의 신체 차이를 잘 알지 못해서 유치원에서 여자 친구의 치마를 들추어 보거나 일부러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보는 행동을 합니다. 

조금 자라서 “엄마 나는 어디서 태어났지? 어떻게 만들어 진거야?”라는 질문을 하게 되면 아이의 나이와 이해 수준에 맞게 설명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기가 태어나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나 TV에 나오는 동물의 짝짓기를 예를 드는 것도 좋은 성교육입니다. 스칸디 대디(자녀교육에 열심인 북유럽 아빠)처럼 아이들에게 성교육 책을 매일 한 장씩 읽어주는 것도 좋은 성교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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