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 농협금융 부실 대응 ‘딜레마’
임종룡 금융위원장, 농협금융 부실 대응 ‘딜레마’
  • 김복만
  • 승인 2016.06.21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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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부실대출 기간 전 회장으로서 책임론 나와

[베이비타임즈=김복만 기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회장을 지냈던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의 부실대출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된다.

임 위원장이 농협금융 회장 재직 당시 해운·조선업에 대한 대출이 대규모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결자해지’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지 아니면 시퍼런 ‘칼날’을 들이댈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해운·조선업에 대한 농협은행의 대출이 7조6,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의 부실 발생에서 임 위원장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임 위원장이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있던 2013~2015년 당시 법정관리에 들어간 STX조선해양 등에 대한 대출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대부분 채권단 자율협약에 따른 조치로 대출이 이뤄졌고 대출 주체도 농협은행이지만, 자회사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전직 금융지주 회장으로서 임 위원장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6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초청간담회에서 거시경제 및 금융시장 현황과 당면한 금융개혁 현안을 발표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 2005년부터 작년까지 STX조선해양에 총 18차례에 걸쳐 1조4,996억원의 대출을 해줬다.

이 가운데 11차례가 임 위원장이 회장으로 재임하던 시기에 이뤄졌다. 대출액은 9,273억원이다. 전체 대출금의 60% 이상이 임 위윈장 재임 시절에 이뤄진 셈이다.

자율협약에 들어간 한진해운에 대한 대출도 총 8차례에 걸쳐 775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659억원(85.0%)이 임 위원장 임기 중에 집행됐다.

임 위원장은 지난 2013년 6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농협금융 회장으로 재직했다.

그러다 보니 금융감독원도 자산 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농협은행에 대해 최근 종합검사를 진행했음에도 깊숙이 개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은 농협은행에 대해 “향후 기업대출 부실 확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여신심사 시스템 개선책을 마련해 제출하라”는 요구만 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농협은행이 체력을 비축하려면 명칭사용료 등 지급 구조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게 필수적”이라면서도 “감독권한이 농협금융과 농협은행 등 금융계열사에만 미치기 때문에 이견을 조율한 마땅한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겉으로는 농협금융의 지배구조 문제를 거론하고 있지만 속내는 상급기관의 수장인 금융위원장을 의식해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 다른 관계자는 “농협금융의 전임 회장이 현직 금융위원장인 점을 의식하지 않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이경섭 농협은행장이 최근 사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그간의 과정을 떠나 대규모 부실에 대해 현직 은행장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고 말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이 행장이 작년 12월 취임해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부실대출과는 관계가 없지만 현직 은행장으로서 대신 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뜻의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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