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칼럼] 노인학대 전수조사 실시하라
[김호중칼럼] 노인학대 전수조사 실시하라
  • 온라인팀
  • 승인 2016.06.15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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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중 시민옴부즈맨공동체 공동대표

 

6월 15일은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
노인학대, 드러나지 않은 인권의 암초

누구나 태어나면 성장과정을 거쳐 노인기를 맞이한다. 소위 ‘100세 시대’라고 불리는 요즘, 성공한 자녀와 건강한 손주들을 보며 웃음꽃 피는 노년의 삶을 누구나 바라는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수명이 늘고 있는 만큼, 노인들이 안전하고 경제적 궁핍 없이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재정적 곤란함과 질환 그리고 이로 인한 방치와 학대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정은 인권의 보루이지만, 인권침해의 그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할 영역이다. 동방예의지국이자 효도를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정폭력이라는 그늘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판도라의 상자와 같다. 그런데 이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세계인들이 주목하고 경계하는 일이다.

6월 15일은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이다. 평생 사회적 일꾼으로, 자식을 낳고 양육하며 살았을 노인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줄이기 위한 세계인들의 고민이 UN과 세계보건기구(WHO)를 움직여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기념일로 지정했다. 그만큼 노인학대의 위험성과 수위를 인식할 수 있는 지점이다.

우리나라 노인학대 수준도 결코 만만치 않다. 정부발표에 따르면 2014년 노인학대는 3,532건에 이른다. 가정 내 학대는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2,983건이 발생해 전체 발생률의 84.5%에 이른다. 2010년 85.6%에 비해 비율은 약간 낮아졌지만, 발생건수는 증가추세에 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사생활보호의 절대적 공간이지만, 이 점을 악용해 가족을 학대하는 행위는 엄단되어야 한다. 

올해 초 경기도 부천에서 매우 끔직한 아동학대사건이 적발되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후 장기 결석아동에 대한 전수조사로 추가적인 아동학대 사건은 지속적으로 수면 위로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는 전수조사의 필요성에 대해 강력하게 주장한다. 아동이든, 장애인이든, 노인이든 학대자들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아동에게 주먹질하는 사람이 부모에게 고분고분할 수 있을까. 부모에게 폭력이 일상인 사람이 자식에게 관대하기만 할까. 폭력은 자신보다 약자에게 전이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학대자들의 특징으로 반사회적 성격과 정서장애, 알콜 및 약물중독자들이 노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거나 노부모의 의존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학대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말한다. 

부양과정에서 야기되는 문제에 대해 의논하거나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노인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노인에 대한 지식이 부족할 때 학대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자식으로써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수치심과 자신의 문제를 노부모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 학대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보건복지부는 이미 전국 노인복지시설을 대상으로 노인인권 향상을 위해 전수조사를 시작했다. 전체 노인학대의 7%를 차지하는 생활시설에 대한 전수조사를 표본으로 우리사회의 노인학대에 대한 인식수준을 높이려는 의도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정부 조사가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자행되는 노인학대를 가리는 수단으로 사용돼선 안 된다. 노인학대가 발생했던 가정집의 초인종을 눌러 안부를 확인해야 한다. 노인학대의 문제는 가정에서부터 뿌리를 뽑아야 지역사회와 다른 계층으로 전이되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는 성균관대학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했고, 시민옴부즈맨공동체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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