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화칼럼] 사춘기의 이유 있는 반항
[김영화칼럼] 사춘기의 이유 있는 반항
  • 온라인팀
  • 승인 2016.05.2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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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화 강동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엄마: 내일 학교에 가야하는데 왜 그렇게 늦게 들어오니?
아들: 왜요. 엄마는 매번 늦게까지 못 놀게 하잖아요. 한번이라도 늦게까지 놀면 안돼요?

엄마: 그렇게 입고 밖에 나가면 안 돼! 사람들이 널보고 뭐라고 하겠니? 당장 갈아입어.
딸: 엄마는 제가 몇 살인데 아직도 옷 입는데 참견이에요! 내 맘대로 할래요! 

사춘기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매일 같이 들을 수 있는 대화입니다. 하지만 위의 대화는 영국 중학교 학생들이 부모와 갈등이 있을 때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배우기 위해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가면을 쓰고 벌인 역할극에서 나온 말입니다.

영국에서는 5세부터 18세까지 학생들을 상대로 학교에서 돈 관리나 성교육, 친구나 가족과의 갈등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학교에서 직접 가르치는 교육(Personal Social and Health Education)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공교육에 이런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은 사춘기 아이들이 반항하는 이유를 뇌 과학이 밝혀냈고 아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춘기 뇌는 자라고 있는 나무와 같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원에서는 1991년부터 3,500명의 십대 아이들의 뇌를 MRI로 촬영했습니다. 그리고 사춘기 아이들의 뇌가 유아기의 아기들처럼 폭발적으로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발표해 많은 사람들에게 사춘기 뇌의 비밀을 알려줬습니다. 사춘기 뇌 촬영 결과 가장 충격적으로 밝혀진 사실은 아이들의 뇌가 진정 어른다워지려면 25세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청소년의 뇌에는 1,000억 개의 세포가 존재하는데 이 세포들이 또 다시 1,000조에 달하는 연결을 만듭니다. 이는 전 세계에 연결되어 있는 인터넷 망보다 훨씬 더 많은 수치입니다.

뇌가 자라는 것은 마치 여름에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는 것과 같습니다. 어떤 경험을 하는가에 따라서 뇌 발달이 크게 영향을 받게 되는데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음악적 소양의 나뭇가지가 자라고 게임에 빠지면 게임하는 뇌만 발달하게 되는 이치입니다.

사춘기 뇌는 영유아기의 아기들과 비슷하게 무엇이든 쉽게 배웁니다. 영유아기 시절 부모와의 관계가 문제가 생겨 안정된 애착형성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아기들은 자라서 정서적으로 불안해 집니다. 유아기 때 방치되거나 학대를 받은 아이는 자라서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범죄자가 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그 이유는 아기들의 뇌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무척 예민하기 때문입니다.

사춘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활발하게 자라고 있는 사춘기 뇌는 나쁜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여 쉽게 병듭니다. 감수성 높은 시기에 술, 담배, 폭력적인 게임이나 선정적인 영상에 노출되면 쉽게 중독에 빠지고 헤어나기 어렵게 됩니다.

뇌 연구 결과로 부모가 배워야 할 점은?

핀란드는 매년 실시되는 국제학업평가조사에서 높은 성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핀란드에서는 아이가 7세가 될 때까지 읽기를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핀란드 학생들은 전체 평균도 높고 또한 하위권 학생들의 실력도 높은 편입니다.

읽기공부를 얼마나 일찍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적절할 때-아이의 뇌가 읽기 공부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자랐을 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뇌 과학이 밝히고 있습니다. 3~4세 아기들에게도 글을 가르치는 조기교육이 유행인 우리가 볼 때는 놀라운 일입니다. 하지만 뇌 과학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뇌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의 학습은 자신감과 흥미만 떨어뜨릴 뿐입니다.

우리나라 학생들도 매년 국제학업평가조사에서 수학과 과학에서 1~2등을 다투는 높은 성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학습에 대한 자신감과 흥미는 바닥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뇌 과학의 결과를 무시한 잘못된 조기교육 열풍 때문입니다.

사춘기는 이유 있는 반항을 한다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아.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호밀밭의 파수꾼’ 주인공은 이렇게 자신의 꿈을 이야기 합니다. 재롬 샐린저작 ‘호밀밭의 파수꾼’은 1951년에 출간되어 지금까지 문제작으로 남아 있습니다. 17세 주인공 홀든을 통해 우리는 사춘기 아이들의 불안한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저에게는 홀든의 외침이 어른들에게 자신이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게 보호해 달라고 외치는 소리로 들립니다.

‘나는 엄마가 미워. 관심을 끊고 내 인생에서 영원히 사라져 줘. 그런데 아까 산 그 옷은 두고 가.’
사춘기 아이들은 책임은 없고 자유와 권리만 원합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은 반항적인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부모들은 대개 사춘기 아이들의 반항적인 행동을 과도하게 억압하려 하거나 아니면 지나친 걱정으로 응대합니다.

부모가 너무 가까이 붙어 있다는 느낌을 주면 본능적으로 반항심이 생깁니다. 아이와 적당한 거리를 둬야 합니다. 부모가 할 일은 아이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사춘기를 지날 수 있도록 지켜주는 것입니다.

사춘기 아이들은 문제를 감정적으로 판단합니다. 그래서 좋은 감정경험은 건강한 뇌 발달에 도움을 줍니다.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각종 중독과 이탈의 위험에서 아이들을 지켜주는 비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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