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성묵 두란노아버지학교운동본부 이사장
[인터뷰] 김성묵 두란노아버지학교운동본부 이사장
  • 정재민
  • 승인 2016.05.2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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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 아버지 설 데가 없다? 관계회복이 답이다”

[베이비타임즈=정재민 기자] 국회입법조사처가 관련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아동학대 사례는 1만1,709건으로 9년 새 2배 이상 급증했다. 아동학대가 사회 문제로 부각되며 발견율이 높아져 사건 수가 늘어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입법조사처는 가족구조의 해체로 인한 아동학대 자체가 증가한 것이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학대 가해자 80%가 부모라는 사실이다. 
 
가족구조의 해체.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결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핵가족, 맞벌이 부부가 당연시되는 풍토는 가족 구성원에 대한 보호나 교육 기능 약화를 불러왔다. 그렇다면 어디에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있을까. ‘아버지가 바로 서야 가정이 바로 선다’고 21년째 외치고 있는 ‘(사)두란노아버지학교 운동본부’(이하 아버지학교) 김성묵(69) 이사장을 찾았다. 

 

“아버지가 바로 서야 가정이 바로 선다” 
 
아버지학교는 아버지의 역할과 권위를 바로 알려 가정을 바로 세우자는 취지로 故 하용조 목사(온누리교회 설립자)의 주도 아래 1995년 출범한 단체다. 해외교포를 위한 아버지학교 개설로 전세계 61개국으로 펼쳐 나갔으며, 외국인 아버지를 위한 현지인 아버지학교도 12개국에서 현지어로 진행 중이다. 일반인을 위해 2004년부터 개설한 열린아버지학교를 비롯, 청소년‧미혼 장병‧다문화 가정을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함으로써 대상을 아버지에 국한하지 않고 남성으로 확대했다. 초기엔 개신교 색채를 띠어 개신교인들로 국한됐던 것이 지금은 타 종교 신자들도 아버지학교에 스스럼없이 참여할 정도로 활성화됐다. 지난 20년 간 30여만 명이 거쳐 갔다. 하용조 목사와 초창기에 아버지학교를 만들어 온 김 이사장은 지난 4월 상임이사에서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사람 좋은 웃음으로 맞이해 준 김 이사장의 모습에는 가식이나 덧붙임이 보이지 않았다. 지금도 방송, 강연, 인터뷰 등을 통해 아버지학교를 전파하며 치열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터이지만 한편으로 허허로울 정도의 소탈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요즘 아동학대 이슈에 대해 얘기를 꺼내자 진심으로 세태를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가정이 바로 서려면 아버지가 바로 서야 한다. 특히 은퇴 후에 가정에서 아버지의 자리가 없다. 아내와 자녀들과의 관계가 제대로 정립이 안 돼 있다.”
 
사실 김 이사장이 아버지학교에 몰입하게 된 데에는 자신의 가정이 파탄지경에 있었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 또한 아버지학교를 경험하기 전에는 보통 나이 지긋한 아버지들이 그러하듯 보수적‧권위적인 남성문화 신봉자로 표현되는 사람이었다. 아내와의 이혼 위기 앞에 가정이 깨지기 일보직전 상황이었다. 김 이사장은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 고민하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사고와 행동을 돌이켜 봤다. 아내의 마음을 돌리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남편에 대한 신뢰를 쌓을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무엇 때문에 가정의 중심인 아버지가 아내로부터 자녀로부터 소외 받는지, 이 시대가 바라는 아버지상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깨진 가족관계를 복구하는지는 김 이사장이 너무도 잘 아는 내용이다. 본인이 이미 뼈저리게 겪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 이사장은 아버지학교에 참가한 아버지들의 머릿속에 수시로 들락날락하면서 그들을 마음을 헤아린다. 그러니 참가자들의 호응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관계를 회복시키는 ‘아버지학교’ 프로그램
 
두란노아버지학교 프로그램은 총 5주(열린아버지학교 4주)차 수업으로 토요일 오후 4시부터 밤 9시까지 이어진다. 매주 숙제가 주어지며, 이미 아버지학교를 수료한 봉사자들의 경험담을 듣고 조원 간 토론과 고백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 (사진제공=두란노아버지학교운동본부) 2011년 서울메트로 직원들 대상으로 한 두란노아버지학교

 

첫째 주에는 ‘아버지의 영향력’이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나는 나의 아버지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그리고 지금 나는 자녀들에게 어떤 아버지인지 생각하는 시간이다.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내 아버지의 모습을 싫어했으면서 혹시 지금 나는 그 모습을 따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내와 아이들에게 소황제로 군림하며 윽박지르거나 난폭하게 행동하지 않았는지 스스로의 모습을 조원들 앞에서 고백한다. 첫째 주 숙제는 먼저 나의 아버지에게 편지를 쓴다. 아버지와 함께했던 아름다운 추억이나 아버지를 속상하게 했던 일 등을 쓰고 아버지에게 화해와 용서를 구한다. 또 아내와 자녀들을 안아주고 칭찬하고 매일 축복기도를 하도록 한다. 이는 아버지학교를 수료한 이후로도 칭찬을 표현하고 안아주고 축복해주면서 친밀감을 높일 수 있도록 관계의 문을 여는 것이다. 
 
둘째 주는 ‘아버지의 남성’이라는 주제로 문을 연다.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잘못된 남성문화를 되짚어보는 시간이다. 당장 카드 연체료를 못내 쩔쩔매면서도 술자리에서는 폼 나게 카드를 긁는 ‘체면문화’, 결혼기념일이나 아내의 생일에도 열심히 일만 하는 모습이 남자답다고 생각하는 ‘일 문화’, 술 없이는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음주문화’, 여자에게 얼마나 어필하느냐로 남자다움을 평가하는 ‘섹스문화’, 낚시과부‧골프과부‧테니스과부 등이 의미하듯이 남성중심의 ‘레저문화’, ‘아내에게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면 먼저 강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믿는 것’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토론하고 자기가 살아온 방식을 나누고 반성할 점을 돌아보도록 한다. 둘째 주 숙제는 아내에게 편지쓰기다. 아내가 사랑스러운 20가지 이유를 직접 적어야 한다.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평상시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랑스런 이유가 아니라 사랑해야 할 이유를 찾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 (사진제공=두란노아버지학교운동본부) 두란노아버지학교 수료식에 참석한 자녀와 포옹하는 아버지

 

셋째 주는 ‘아버지의 사명’이라는 주제의 수업이다. 이 시간에는 ‘남자’라는 신분이 갖는 최고의 가치는, 대기업의 간부나 이름을 날리는 저명인사가 되거나 수십 억대 갑부가 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아버지 됨’이라는 것을 가르친다. 아버지는 자녀가 나아갈 바를 보여주는 삶의 모델이 돼야 하며 자녀들에게 자부심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아버지와 자녀가 가까워질 수 있고 잘 소통할 수 있도록 날마다 축복하고 안아주도록 한다. 세 번째 주 숙제는 아내와 데이트하기다. 아내와 연애시절 자주 들렀던 카페나 추억의 장소를 찾아 ‘아내를 사랑하는 20가지 이유’를 직접 들려줘야 한다. 둘째 주 숙제가 아내를 사랑하는 이유를 찾는 것이었다면 셋째 주 숙제는 더욱 힘든 과제일 수 있다. 보통 아버지학교를 찾는 참가자들이 닭살 돋는다고 기피하는 표현이 ‘사랑한다’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넷째 주는 ‘아버지의 영성’이라는 주제의 장이다. 아버지는 영적 지도자로서 영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으며 나의 소유가 아닌 잠시 내게 허락된 존재로 소중한 자녀를 키우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여기서 말하는 ‘권위’는 흔히 ‘권위적’이라는 표현과 의미가 다르단다. 권위를 앞세워 억압하려는 자세가 아니라 실제로 ‘영적인 권위’로써 소중한 자녀를 올바로 인도한다는 의미다. 넷째 주 숙제는 자녀들과 일대일 데이트하기다. 떡볶이 집, 놀이동산, 카페 등 적당한 장소를 정해 아버지와 자녀가 단 둘만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또 자녀들에게 편지를 쓰고 ‘자녀가 사랑스러운 20가지 이유를 적어 들려준다. 자녀는 자신의 지체라 너무나 사랑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마음은 있으나 표현 앞에 작아지는 아버지들의 사랑이 문제다. 그래서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자녀들에게 바라는 소망도 쓰게 한다. 또한 아버지학교를 수료하면서 느낀 것들이나 앞으로 한 여자의 남편으로, 내 자녀들의 아버지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다짐하는 수료소감문을 쓰게 한다. 

▲ (사진제공=두란노아버지학교운동본부) 두란노아버지학교 수료식에 참석한 아내와 자녀를 포옹하는 아버지학교 참가자

 

다섯 째 주(교인이 아닌 일반인 대상의 열린아버지학교는 4주차와 5주차 수업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아버지학교의 수료식으로 절정을 이룬다. 수료식에는 아내와 자녀도 함께 참석한다. 집에서 손수 준비해 온 도시락과 과일 등을 조원들과 함께 저녁식사로 나눠먹으며 아버지학교와 각 가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수료식에서는 아내와 남편이 서로에게 써온 편지를 읽어주고 아버지학교 5주 동안 변화된 모습을 이야기한다. 수료식의 절정은 남편이 아내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이다. 남편은 아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아내의 발을 씻겨주며 앞으로 바른 아버지와 바른 남편으로 살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한다. 마지막 수료식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아내도 있단다. 아버지학교를 다니는 남편의 행동이 거짓 같고 도저히 신뢰할 수 없다는 아내의 토라진 마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버지학교 측에서 설득해서 몰래 수료식에 참석한 경우가 있었는데, 남편은 아내의 예상치 못한 방문에 놀라워하고 아내는 남편의 진정성 있는 변화된 모습에 놀라워했다. 마지막 수료식은 부부가 함께 해서 비틀린 관계를 되돌리는 시간이다.

▲ (사진제공=두란노아버지학교운동본부) 두란노아버지학교 마지막 날에는 아내의 발을 남편이 씻겨주는 세족식이 있다. 세족식 후 포옹하는 부부

 

관계를 잘 맺기 위해선 ‘접근’과 ‘반응’을 잘 해야
 
김 이사장에게 관계를 잘 맺는 비법을 물었다.
그는 “관계를 잘 맺으려면 ‘접근’과 ‘반응’을 잘 해야 한다”라고 했다. 남편과 아내 사이에서 상대방에게 말을 건넬 때와 그 말을 받을 때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옳은 말을 한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하면 좋은 반응이 나올 수 없다. ‘접근’의 중요성이다. 반면 아무리 좋은 의도로 접근한다고 해도 반응이 시큰둥하거나 진정성이 없으면 다음 대화로 진전되기 어렵다. ‘반응’의 중요성이다. 
 
김 이사장에게 비틀린 관계 회복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그는 “용서가 필요하고 다음으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용서가 다가 아니다. 지난 일을 용서해줬다고 해서 상대방에 대해 깨진 신뢰까지 회복된 건 아니다. 보통 남자들이 ‘용서했으면 나를 믿어줘야지, 믿지 못하면 어쩌면 말이냐’ 하고 밀어붙이는 데, 이건 아니다. 용서를 빌고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신뢰를 쌓아나가야 한다. 용서와 신뢰가 돼야 관계회복이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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