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칼럼] 폭발물과 살균제 그리고 아몰랑
[김호중칼럼] 폭발물과 살균제 그리고 아몰랑
  • 온라인팀
  • 승인 2016.05.1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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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중 시민옴부즈맨공동체 공동대표

 

최근 국민들로부터 지탄받는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주방용품 부터 의약품까지 제조해 판매하는 기업이지만,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는 등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기업 측에 뭔가 억울한 일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기업의 윤리경영이나 책임의식은 깨끗하게 세탁되어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2004년 한 시민단체는 세제가 폭발해 대전의 한 가정주부가 눈을 다쳤다는 제보를 접수했다. 처음 민원을 접했을 때 황당 그 자체였다. 세제가 폭발해 눈을 다쳤다는 게 말이 되는가 싶었다. 혹시 블랙 컨슈머는 아닌지 의심도 들었다. 그러나 민원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사실이었다.

이 제품은 옥시에서 만든 ‘O2액션’이라는 제품이었다. 세제와 물이 결합되면 다량의 산소가 발생해 때를 분해한다는 원리로, 소재는 과탄산나트륨이었다.

이 소재는 표백제로 개발되어 과립형과 액상 두 가지 형태가 있었는데, 당시 피해자는 과립형 제품을 구입해 물이 든 스프레이에 넣고 흔들어 분말을 녹였다. 그 뒤 남편의 와이셔츠에 뿌리던 중 스프레이가 폭발해 눈을 다쳤다.

피해자 남편은 옥시 측에 항의와 대책을 요구했지만, 회사 측은 경고문구가 있어 소비자 과실이라는 입장으로 적극적이거나 성의 있게 피해자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피해자 가족이 시민단체의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이었다.
 
단체는 회사 측에 소비자 요구에 합리적인 수준에서 적극 대응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경고문구를 깨알만한 글자 크기에서 알기 쉬운 그림으로 크게 표시할 것을 권고했다. 그리고 이 점은 받아들여졌다.

이어 단체는 모 방송사에 이 사실을 제보했다. 가정마다 하나씩을 있을 법한 표백제가 폭발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워 소비자들에게 경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민원사항처럼 분말을 스프레이 등 밀폐된 용기에 넣고 사용할 확률이 높을수록 위험성을 알지 못하면 폭발사고가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단체의 제보를 받은 방송사는 실험을 통해 경고내용을 8시 뉴스로 송출했다. 뉴스에서는 물이 든 페트병에 해당 소재를 넣고 흔들자 급격하게 페트병이 팽창했고 뚜껑 부위로 압력이 새면서 급기야 수십 미터나 날아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방송했다.

세탁기 주변에 이런 폭발물이 있다는 점은 놀랄 일이었다. 경고문구가 있지만 시력이 좋은 성인이 식별하기 쉽지 않은 크기의 경고문은 시각장애인이나, 노인들에게는 무용지물이다.

세제를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 시 단순한 물 빠짐이나 얼룩이 질 수 있다는 점은 주부들에게 기본상식이다. 하지만 세제가 폭발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폭발하는 세제 제조사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이번에는 이 회사가 만든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소비자들이 사망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가습기 세균을 죽여야 할 제품이 소비자를 죽인 것이다.

해당제품은 실제로 수많은 소비자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장애인으로 만들었다. 이 기업에 유리한 연구보고서를 작성한 서울대학교 교수는 최근 구속됐다.

하지만 회사 측은 진심어린 사과나 법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말은 구체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 단지 검찰을 향해 사과했을 뿐이다.

책임을 모면하거나 가벼운 처벌을 위해 죄송하다는 말과 자사제품을 믿고 사용한 소비자의 죽음에 대한 사과는 차원이 다르다.

*필자는 성균관대학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했고, 시민옴부즈맨공동체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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