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화칼럼] 응답하라 중2병
[김영화칼럼] 응답하라 중2병
  • 온라인팀
  • 승인 2016.05.1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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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화 강동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의학회에서는 매년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켐패인을 열고, 대국민 공개강좌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2004년에 시작되어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데 저는 강사로 매년 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광문고등학교에서 강동구 중·고등학교의 상담선생님들을 모시고 ‘응답하라 중2병’을 주제로 사춘기 문제에 대한 강좌를 했습니다. 부모들이 알아야 할 ‘중2병’ 사춘기심리는 무엇이고 부모들은 아이들이 이 시기를 잘 지낼 수 있게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할까요?

‘마음을 찍는 사진관’

어린 시절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동화책의 제목입니다. 최근에는 실제 마음을 찍는 기술이 발달되어 우리는 사춘기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능성 자기공명 영상술(fMRI)과 같은 뇌 영상 촬영기술의 발달로 사춘기 청소년의 뇌를 직접 들여다보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사춘기 뇌 변화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또 사춘기 아이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도 더 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사춘기 뇌는 계속 자라고 있으며 ‘제2의 탄생기’를 겪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어른들을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일 뇌에서 1∼2% 정도의 세포를 만들어 냅니다. 하지만 청소년기의 뇌는 엄청나게 많은 세포를 만들어냄과 동시에 세포 연결의 15% 정도를 가지치기로 잘라내 버립니다.

따라서 많은 양의 정보를 받아들이면서도 한편 잃어버리기도 하는 것입니다. 하루는 갑자기 어른스러운 말을 하다가도 다음 날은 그 생각을 잊어버리고는 다시 어린아이가 되는 것은 이런 뇌 세포의 변화 때문입니다.

중2병

수년전 일본에서 건너와 이제는 누구나 알고 있는 ‘중2병’이라는 말이 지금도 유행하고 있습니다. 왜 하필 중2일까요? 사춘기가 시작되고 13세, 중학교 2학년이 되면 본격적으로 사춘기에 접어들고, 또 이때 겪는 심리적 변화와 행동이 그 전과는 달리 유난히 눈에 띄는 이유는 이 시기에 사춘기 뇌의 변화가 가장 크게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중2가 되면 ‘자신이 우울증이라고 생각하고’, ’가끔 자살을 생각하고‘, ‘나는 남들보다 불행한 사람’이라고 여기게 됩니다. 한편으론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하고 ‘주먹으로 벽을 치거나 가래침 뱉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자신보다 약해 보이는 사람에게는 이유 없이 강하게 대하고’,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말을 하면서 멋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통제되지 않는 감정에 휘둘리고, 충동적이고 반항적인 행동을 하는 질풍노도와 같은 변화는 뇌 발달과 함께 일어납니다.
 
사춘기 뇌는 뱀의 뇌와 같다!

사춘기 뇌는 계속 자라고 있을 뿐 아니라 구조도 성인의 뇌와 다릅니다. 전두엽은 뇌의 가장 앞쪽에 자리 잡은 뇌로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먼저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곳입니다. 또 충동적이고 부적절한 행동을 하기 전에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청소년기가 되면 이 전두엽이 발달하기 시작해 20대 중반에 비로소 완성됩니다. 그 전까지는 원시뇌가 작용하는데 이 뇌는 원시시대부터 주위의 위험을 알아차리고 자신을 보호하는 생존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부분입니다. 뇌 속 깊숙이 자리한 원시뇌는 파충류 뇌라고도 불립니다. 사춘기에는 아이들이 주로 이 파충류 뇌의 지시에 따르기 때문에 ‘뱀의 뇌에게 말을 걸 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사춘기 뇌와 대화하는 법
 

위험한 행동에 마음이 끌리고, 어른들보다 스트레스에 더 많이 취약하고, 이성 뇌보다는 감정 뇌의 지배를 받는 사춘기 아이들과 대화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19세기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자신의 대표작인 ‘미시시피 강의 추억’에서 “내가 14살 때 나는 아버지가 너무 무식해서 같이 지내기가 괴로웠다. 내가 21살이 되었을 때 지난 7년간 아버지가 너무 유식해져서 나는 깜짝 놀랐다”라고 쓰고 있습니다.

사춘기 때는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봤지만(감정 뇌의 작동), 21살이 되어 세상과 사람을 제대로 보게 된 것(이성 뇌의 작동)입니다.

아이가 흥분해서 이성을 잃고 행동한다면 감정 뇌에 지배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부모들은 사춘기 아이가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더 한층 감정 뇌에게 의지하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유머와 즐거움은 분노와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감정 뇌가 작동하는 것을 막아줍니다. 매일 운동하는 시간을 가지고 또 주말마다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사춘기의 건강한 뇌 발달에 꼭 필요한 보약입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성인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사춘기 아이들은 탈선과 범죄에 휘말리지 않고 건강하게 자랍니다. 이것은 어른들이 주변의 사춘기 아이들에게 더 따뜻한 관심을 보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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