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화칼럼] ‘알파고’와 경쟁할 아이로 키우는 법
[김영화칼럼] ‘알파고’와 경쟁할 아이로 키우는 법
  • 온라인팀
  • 승인 2016.03.30 22:1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영화 강동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말이 늦어 병원을 찾은 아이가 있습니다. 이 아이가 진료실 문을 열고 딱 들어서면 저는 아이와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눈 맞춤을 통해 아이의 마음을 진단합니다.

그리고 5분정도 행동을 관찰하면 아이의 문제가 무엇인지, 단순히 말만 늦은 것인지 아니면 더 걱정스러운 발달문제를 가지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전문가적 직감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수십 년의 임상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인지과학자들은 이런 세밀한 증상의 차이를 육감으로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전문가적 직관력’이라고 합니다.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저의 전문가적 식견을 자랑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치러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대국에서 ‘알파고’가 이런 전문가적 직관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입증되어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렸기 때문입니다.

구글은 제일 먼저 의료와 바이오 헬스분야에 알파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미국에서는 현재 자기공명영상(MRI) 판독을 인공지능이 하고 있습니다. 5년 전 미국 최고의 퀴즈 왕을 물리친 IBM의 ‘왓슨’은 암 전문클리닉에서 의사보다 더 정확하게 폐암 조기진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환자들의 증상과 병력이 입력되고 수십억 건의 치료데이터가 축적되면 인공지능(AI)이 의료정보를 뒤져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명의를 대체할 알파고 의사와 수술로봇이 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20~30년 후에는 의료에서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과 AI가 일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입니다. AI 기술은 오랜 기간 교육에 투자해야 하는 전문직에서 더 위협적인 능력을 보입니다.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문직종은 부모들이 자녀의 장래희망직업 일순위로 꼽고 있는 의사, 변호사, 세무사 등 입니다. 이런 일들은 현재 초·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부딪히는 문제가 될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인공지능 로봇시대가 우리 눈앞에 성큼 닥아 선 것입니다. 200년 전 산업혁명 당시 자동차의 등장으로 위기를 느낀 마부들은 말채찍을 더 크고 단단히 만들어 경쟁력을 키우려 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아이들에게 하고 있는 양동이에 물을 들이 붓는 식의 암기식 교육은 마부들의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인공지능과 경쟁하면서 살아야 할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인성을 키워야 창의성이 생깁니다.

‘알파고’를 만든 하사비스는 어린 시절 게임광이었습니다. 사람보다 게임을 더 잘하는 인공지능을 만들어내는 것이 최후의 목표라고 합니다. 한 인터뷰에서는 자녀교육에 대해 자신의 초등학생 두 아이가 열정적인 흥미를 보이는 분야를 찾을 때까지 지켜보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알파고와 겨룬 이세돌 9단도 바둑계에서 ‘풍운의 반항아’로 불립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열정적으로 즐기고, 창의적으로 탐구한다는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현재의 인공지능도 컴퓨터 과학자들의 끊임없는 호기심이 만들어 낸 것입니다. 아이들이 열정적으로 과학적 상상력을 펼칠 수 있으려면 가장 필요한 것은 호기심과 창의성을 키우는 것입니다.

전 구글 CEO인 에릭 슈미트는 2012년 보스턴대학 졸업식에 참석해 “지금 당장 한 시간 이라도 스마트 폰과 컴퓨터를 끄고, 사랑하는 사람과 눈을 맞추고 대화 하세요”라고 했습니다.

사람은 인공지능과 달리 감정을 느끼고, 순간순간 감정을 주고받으며 뉘앙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없는 분야에서 일할 수 있으려면 지금부터 인성
교육에 더욱 전념해야 합니다.

아이들 눈 속에 가득 담긴 호기심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도와주려면 사랑하는 부모와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서로 몸을 부비고 신나게 함께 놀이하는 시간도 가져야 합니다. 창의성이란 잘 다져진 인성의 마음 밭에서 풍성하게 자란 곡식과 같으니까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