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화칼럼] 부모가 알아야 할 ‘초등학교 입학’ 아이 마음
[김영화칼럼] 부모가 알아야 할 ‘초등학교 입학’ 아이 마음
  • 온라인팀
  • 승인 2016.03.16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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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화 강동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새 학년이 시작되었습니다. 올해는 2009년생들이 부모의 품을 떠나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해입니다.

저는 첫 아이가 공룡그림이 그려진 조그만 백 팩을 메고 스쿨버스에 오르는 뒷모습을 보면서(제가 미국유학 중 그곳에서 초등학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내 아이가 자라서 부모의 품을 떠나 학교생활을 시작한다는 생각에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던 그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부모들과 이야길 나누다 보면 많은 부모들의 관심이 모두 영어공부, 한자급수, 수학공부 등 선행 학습에 모아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작 아이가 학교입학을 앞두고 부모로서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하고 또 아이 입장에서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초등학교 입학시즌이 시작되면 다양한 문제를 보이는 아이들이 소아정신과를 방문하게 됩니다.

# 한글을 잘 읽고 쓰지 못해요

초등학교입학 후 3월 한 달은 생활교육을 받고, 4월이 되면 짧은 낱말을 배우는 국어공부를 시작합니다. 기초적으로 쉬운 한글을 읽고 쓸 수 있어야 초등학교 수업이 가능한 것입니다. 만약 내 아이가 열심히 한글을 가르치는데도 학습이 잘되지 않거나 공부시키는 양에 비해 학습 속도가 너무 더디다면 부모는 그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봐야 합니다.

지능이 떨어지거나, 집중력이 부족한 경우, 읽기쓰기 학습장애가 있는 경우, 그리고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는 경우 중 하나입니다. 선행학습을 지나치게 많이 한 경우엔 오히려 1학년 수준을 낮게 보고 지루해져 학습의욕이 꺾이기 때문에 지나친 선행학습은 자제해야 합니다.

# 수업 중 대변을 참다가 실수해서 옷을 버렸어요

초등학교는 유치원과 달리 쉬는 시간 10분 동안 화장실에 가서 용변을 처리해야 합니다. 따라서 짧은 시간에 용변을 보지 못해 참다보니 유뇨증(소변을 못 참아 속옷을 적시거나, 너무 자주 화장실에 가고 싶은 경우), 유분증(대변을 너무 참아서 속옷에 묻히는 경우)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엔 일찍 일어나 되도록 집에서 용변을 해결한 뒤 등교 하도록 하는 생활습관 교육이 필요합니다.

요즘엔 비데를 사용하는 가정이 늘면서 혼자 뒷처리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흔해 집에서 비데사용을 일시중지하고 뒷처리 연습을 시키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런 교육으로도 유분증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아이가 학교생활에 큰 스트레스를 받고 심리적 압박을 느끼고 있다는 사인임으로 그 원인을 찾아봐야 합니다.

# 수업시간에 너무 돌아 다녀요

지나치게 산만하고 집중이 안 되고, 꼼지락 거리거나 활동이 많아서 수업을 방해하고 선생님
의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남자 아이들에게 많은 증상인데 긴 시간동안 하기싫은 공부를 하다 보니 생긴 문제입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고 선생님의 꾸중을 계속 듣게 된다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에 해당 될 수도 있습니다.

ADHD인 경우 지능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학습이 떨어지거나, 또 선생님 지시에 잘 따르지 않고 반항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문제아로 낙인찍히거나 친구들을 괴롭혀 '왕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내 아이가 혹시 ADHD는 아닌지 전문의와 상담이 꼭 필요합니다. ADHD는 전체 어린이의 5~10%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흔한 문제입니다.

#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해요

학교 갈 시간이 되면 머리가 아프다, 배가 아프다고 하면서 짜증을 부리고, 학교 안 가면 안되냐는 말을 버릇처럼 하고, 막무가내로 울면서 징징거리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것은 실제로 몸이 아픈 것이 아니라 가족 특히 엄마와 헤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 때문에 생긴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엔 ‘학교공포증’이라고 불렸지만 지금은 ‘분리불안장애’로 불립니다. 유치원 갈 때 이런 모습이 있었다면 초등학교 입학 후에도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실제로 엄마가 아이를 품에서 떼어놓는 것이 불안하거나 엄마의 조바심과 걱정하는 마음이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결석을 해도 좋다는 태도를 보이면 문제가 더욱 악화되기 때문에 부모는 학교는
무조건 보낸다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학교는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곳, 지루하지만 잘 참고 오랜 시간 공부해야 하는 곳입니다. 만약 아이가 학교에 가면 공부는 더 어려워질 것이고, 선생님은 야단만 치는 무서운 사람이고, 나쁘고 거친 친구들이 나를 괴롭힐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아이 입장에서 학교는 더 없이 가기 싫은 곳이 되고 말 것입니다.

만약 아이가 “학교 공부는 어렵지만 해 볼만 한 것이고, 선생님은 나를 위해 엄격하게 잘 지도 하시는 분이고 친구들은 어려울 때 서로 도와주고 함께 즐겁게 노는 친구들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아이의 등굣길 발걸음은 씩씩하게 기운이 넘칠 것입니다.

2009년생들은 12지지 상으로 소의 해에 태어났습니다. 소는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해내는 대기만성의 상징입니다. 이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적극적으로 응원해 주고, 기를 살려주고, 믿고 기다려 주는 부모의 마음가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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