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어린이집 탐방] 교사와 부모가 함께 키우는 한티어린이집
[모범어린이집 탐방] 교사와 부모가 함께 키우는 한티어린이집
  • 정재민
  • 승인 2016.02.2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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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티어린이집의 부모개입 프로그램 중 하나로 산부인과 전문의인 학부모가 보육교사 대상으로 여성질환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다.

 

[베이비타임즈=정재민 기자] 대치동은 대한민국의 ‘교육1번지’라고 불리는 학군과 교육환경으로 정평이 난 곳이다. 게다가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국내 아파트 시세 변동의 중심에 서 있는 국내 대표적 아파트다. 지역적 특성상 의사, 법조인, 교수 등 전문직과 기업인이 많이 살고 있다는 이곳은 외부로부터 여러 가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특히 대치동의 조기 교육이 그러하다. 은마아파트 초입에 위치한 강남구립 ‘한티어린이집’(원장 신희남)을 찾았다. 
 
“아이와 노는 거 어렵지 않아요”
 
“아이하고 어떻게 놀아줘야 해요?”
아이하고 노는 방법을 모르는 아빠의 목소리다. 어떻게 노는 게 제대로 노는 것인가. 2세에서 5세 되는 어린 아이하고 말이다. 한국의 아빠들이 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시간이 고작 6분이라는 통계도 있다.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면서 아이가 조부모들 차지가 되는 현상이 늘고 있다. 분가했던 아들 내외가 조부모에게 아이를 맡기기 위해 다시 본가로 돌아오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 신희남 한티어린이집 원장

 

신희남 한티어린이집 원장은 아이들과 노는 걸 너무 거창한 데서 찾지 말고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거리’를 찾으라고 조언한다. 신문지 찢기, 허공에서 주먹으로 신문지 치기, 이불로 그네 태우기 같은 건 차마 놀이일 거라 생각하지 못한다. 흙바닥에서 유년시기를 보낸 40대 이상에게 땅따먹기, 비석치기, 구슬치기, 다방구, 딱지치기, 고무줄놀이, 오징어가이상 등 이름만 들어도 유년시절로 돌아가고픈 놀이들이다. 40대 이상이 유년시절의 황금기를 흙바닥에서 보냈다면 20~30대는 흙바닥이 메워진 아파트에서 그 시기를 보냈을 것이다. 이들이 현재 영유아들의 부모가 됐으니, 아이하고 뭐하고 노는지 궁금해 하는 게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세대의 부모는 아이와 놀아줘야 한다는 의식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부모 모두 맞벌이해야 하는 시대다. 아이가 부모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같이 있는 시간보다 길어졌다는 얘기다. 그래서 부모가 짬을 내서라도 아이와 놀아줘야 한다는 거다. 신 원장은 부모가 아이와 어떻게 놀 것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함께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오픈 마인드로 깐깐한 부모 맘 사로잡아

▲ 한티어린이집 입구

 

신 원장은 자신의 원 운영방침 중 하나가 ‘오픈 마인드’라고 귀띔했다. 자신이 처음 한티어린이집을 맡았을 때 이곳 원장은 누가 와도 힘들 거라는 말들이 많았다고 한다. 왜냐하면 초기만 해도 한티어린이집에 신청하는 주민들이 다 은마아파트 주민들이었기 때문이다. 강남 중에서도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아이 교육에 얼마나 깐깐하겠냐는 걱정 어린 말이었다. 신 원장의 ‘오픈 마인드’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수업시간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엄마가 있으면 먼저 다가갔다. 그리고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원 상황에 대해 알려주고 아이에 대해 같이 얘기하다 보니 의혹의 눈길은 어느새 사라지더란다. 그리고 부모에게 아이가 활동하는 모습을 언제쯤 보러오라며 마음의 문을 열었다. 이후에 아이를 보고 싶으면 아무 때라도 오라고 더욱 문을 활짝 열었다. 보육방 안으로 들어가서 교사와 함께 하는 아이 모습을 언제든 보러 오라고 했더니 차츰차츰 부모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어린이집 평가인증제도는 2005년에 시범 실시해 2006년부터 본격 실시됐다. 신 원장은 한티어린이집이 2005년에 평가인증제 시범 운영할 때부터 가진 생각이 있다고 전했다. 그것은 바로 ‘부모가 함께 참여할 때 아이에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신 원장은 이후 부모를 보육 현장에 적극 참여시키기로 했다. 
 
부모개입 및 부모참여 프로그램 활성 

▲ 부모개입 프로그램

 

“아마 한티어린이집 학부모 인적자원이 가장 좋을걸요.”
신 원장은 원아들 부모가 의사, 법조인, 교수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 훌륭한 인적자원을 아이들을 위해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 학기는 엄마들이, 나머지 학기는 아빠들이 돌아가며 1일 교사로 나서고 있다. 이것이 일명 ‘부모개입 프로그램’이다. 예를 들어 산부인과 전문의인 학부모가 보육교사 대상으로 여성질환에 대해 강의를 한다든지, 내과 전문의인 학부모가 아이들 대상으로 위생생활에 대해 알려주고, 영화감독이 1일 교사로 나와 아이들과 함께 하는 등 다양하다. 신 원장은 부모가 1일 교사로 나오지 않는 아이는 집에 가서 “왜 안 오느냐”고 보채는 경우도 있다며 아이들의 호응을 전했다. 
 
부모개입 프로그램이 전문직에 종사하는 부모가 1일 교사가 되어 수업을 이끌어 가는 거라면, 부모참여 프로그램은 부모대상 교육과 아이와 함께하는 참여수업으로 이뤄진다. 부모 안전교육, 창의·인성프로그램 관련 부모교육, 아동발달교육, 아빠교육(아빠와 함께하는 1분 놀이), 산행 등이 있다. 
 
바쁜 시간을 내어 부모가 참여하기가 쉽지 않을 거 같다는 기자의 말에 신 원장은 서구의 사례를 들었다.
“선진 보육의 현황을 보기 위해 외국에 다녀온 적이 있어요. 솔직히 거기 갈 때만 해도 ‘그래도 우린 강남인데...’ 하는 자부심이 있었어요. 시설면에서나 프로그램이나 교사 자질이나…. 그런데 어떤 남자가 아이들 책상을 수리하고 있는 거예요. 누구냐고 물었더니 학부모라는 거예요. 원에 돈이 없어서 학부모가 와서 수리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 물론 자주 있는 일은 아니라지만 원에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면 누가 됐든지 짬이 나는 학부모가 스스럼없이 와서 일손을 거들어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이게 우리하고의 차이구나’ 생각했어요.” 
 
연령별 특성화 프로그램

▲ 한티어린이집은 교사의 전문성을 동료교사에게 전달하여 전반적인 교사의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자율장학과 동료교사 간 수업에 대한 노하우를 전달하는 동료장학 및 외부교육을 통해 전문성 있는 교사를 육성하고 있다. (자율장학 모습)

 

한티어린이집의 원훈은 ‘지혜롭고 긍정적인 어린이’이다. 창조적 사고, 협동하고 봉사하는 마음, 관찰력‧발표력‧창의력, 지능계발, 체험 활동 등을 교육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연령에 따른 특성화 프로그램을 꾸리고 있다. 
 
만 3~5세는 인성동화를 통한 창의‧인성활동을, 만 2세는 상상놀이를 통한 언어발달 프로그램을, 만 1세는 생활동화를 활용한 언어발달 프로그램을 접하고 있다. 
 
인성교육을 넘어 인성보육을 얘기하는 시기다. 초등생들도 아니고 영유아들에 대한 인성을 어떻게 발달시킬 수 있는지 신 원장에게 질문했다. 

▲ 유아 창의‧인성 프로그램

 

영유아의 정체성 형성을 바탕으로 한 창의‧인성 프로그램으로 지난해에 ‘태극기와 나라사랑’, 올해는 ‘속담을 통한 창의‧인성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창의‧인성 프로그램을 가정과 연계시키기도 했다. 태극기를 게양한 것을 인증하는 사진 찍기, 태극기 작품 만들기(가방, 콜라주, 티셔츠 등)가 그것이다. 또 지역사회와 연계해 주민센터에 태극기 작품을 전시하기도 한다. 
 
신 원장은 “꼭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친구와 협력하기, 양보하기, 질서 지키기, 어른에 인사하기, 밥 먹을 때 감사기도하기 같은 일상에서 배우는 것들이 아이들의 인성을 키워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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