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어린이집 탐방] ‘행복하고 창의적 어린이’ 키우는 청담어린이집
[모범어린이집 탐방] ‘행복하고 창의적 어린이’ 키우는 청담어린이집
  • 정재민
  • 승인 2016.01.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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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타임즈=정재민 기자] 한국의 ‘교육열’은 세계가 놀라워한다. 강남의 교육열은 두말할 나위 없다. 80, 90년대 ‘강남 8학군’이니 2000년대 ‘강남 키즈’ 같은 말은 모두 강남의 특수한 교육환경에서 기인한다. 지역이 국내 교육 1번지인 만큼 청담어린이집 또한 독특한 교육으로 무장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 만하다. 특히 부모들의 유아기 영어교육에 대한 니즈는 예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과연 그럴까? 강남 청담동에 위치한 강남구립 청담어린이집을 찾았다. 

▲ 김은화 청담어린이집 원장

 

“무엇보다 아이들이 행복한 게 첫 번째예요. 이곳이 집처럼 편해야 하고요. 그리고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의 창의성이 나오도록 하고 있어요.” 
 
아이들의 ‘행복’과 ‘창의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김은화 청담어린이집 원장의 일성이었다. ‘행복한 어린이, 창의적인 어린이’가 청담어린이집 원훈이다. 
 
지역 특성상 특별활동으로 영어교육을 필수로 채택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에 유아영어교육에 대해 언급했다. 
 
“부모님들끼리 아이들을 그룹으로 묶어서 영어교육을 시켜달라고 하던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때 ‘부모님들이 원하는 것을 시키는 것보다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놀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죠. 정히 영어교육을 원하시면 더 검토(어린이집 이전)해 보시라고요.” 
 
김 원장의 답변은 교육열 갑인 부모들과 갈등시기가 있었음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강남에서 ‘강남 교육열’을 잠재우고도 10년째 원장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이 궁금했다. 
 
유아기는 주도성이 발달하는 시기
 
“보통 부모님들은 어린이집 시기가 초등학교로 올라가기 전 단계로 보는 경향이 많아요. 그래서 미리 학습을 시키려고 하죠. 하지만 이 시기는 이 시기대로 가치가 있어요. 영어보다 더 큰 게 있다는 거죠. 유아발달에 있어 유아기는 주도성이 발달하는 시기예요. 유아기는 많이 놀면서 행복해하는 게 중요해요. 놀 때는 자기가 주도해서 놀아야 해요.” 

▲ 청담어린이집은 아이들의 창의성 발현을 위해 자기주도적 놀이를 강조한다.

 

김 원장은 유아기의 주도성 발달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왜 유아기 주도성이 중요할까?
 
“이때는 실패해야 하는 시기예요. 실패할 수밖에 없고요. 실패하면 (성공하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성공하고…. 성공하면 자신이 자랑스러워지고 자신감, 자존감이 생깁니다. 이 과정에서 창의성이 구현됩니다. 결국 이 시기에 잘 놀게만 하면 창의성이 발현돼요.” 
 
김 원장은 현장에서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지는 모습들을 경험한다고 했다.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갖고 골몰하는 과정에서 말이다. 이는 프로그램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를 성장‧변화시키는 핵심은 어떤 프로그램이 좋으니 안 좋으니 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 아이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교사들은 옆에서 보조 역할을 하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아이 스스로에 변화의 성패가 달려 있음을 의미했다. 그렇다면 교사들은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 
 
전통을 이어나가는 원(院)
 
“사실은 교사가 유능해야 합니다. 창의성을 끌어내기 위해 주도권을 아이에게 줘야 하고요. 놀이하면서 아이가 문제에 봉착했을 때 교사가 직접 나서지 않습니다. 조금은 답답하더라도 기다려줘야 합니다. 그래서 교사들에게 아이를 제대로 들여다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섣불리 나서지 않게 되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알 수 있고 아이가 도움을 원하는 지점에서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죠. 아이를 존중하면 기다리게 돼요. 이런 것들은 현장에서 배울 수밖에 없어요.”

▲ 청담어린이집은 생태체험전문가를 초빙해 주위의 대모산 등에서 아이들의 야외활동을 진행한다.

 

청담어린이집은 동료장학을 권장한다. ‘동료장학’이란 동료인 교사들 사이에 교육활동의 개선을 위해 서로 장학(학문 장려)을 하는 것이다. 보통 같은 학년 혹은 과목으로 수업의 과제 해결이나 어떻게 교육해야 더 효율적인지에 대한 수업방법을 연구하고 개선하는 활동을 한다. 
 
청담어린이집 동료장학은 다른 교사의 활동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후에 동료교사들이 모여 좋은 점, 아쉬운 점 등을 코멘트 해 준다. 코멘트가 비판적이어서는 안 된다. 
 
“동료장학 할 때 저는 기록자 역할만 해요. 제가 교사에게 코멘트하지 않아요. 제가 얘기하면 아마 교사들이 속으로 ‘아이 하루 종일 봐 보셨어요?’ ‘그건 책에 다 나와 있는 거잖아요’ 하지 않겠어요(웃음). 원장이 하는 것보다 동료끼리 동료장학 할 때 실효성이 높아요.”
 
또한 청담어린이집은 타 어린이집과 차별화된 컨설팅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보통 어린이집 교사들이 들고나는 이동이 잦으면 원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이 사라지거든요. 원장이 모든 내용을 알고 있다고 해도 혼자서는 힘들어요. 그래서 저희 원에서는 이곳 출신 교사들을 초빙해 컨설팅을 받고 있어요.”
 
이른바 ‘선배 교사 컨설팅’이다. 담임교사는 보육 부문에서 특별히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초빙된 선배 교사에게 그것을 요청한다. 그러면 선배 교사는 직접 현장에 투입해 살펴보고 이후에 후배 교사인 담임교사와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선배 교사는 이미 이 원을 거쳐 갔기 때문에 친정에 다시 온 느낌이기도 하겠고, 주변 보육환경에 대해 훤한 사람이다. 이런 장점으로 선, 후배 교사 간 연결고리가 튼튼해지면서 자연스레 청담어린이집의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적 활동보다 부모와의 교감이 많았으면…매주 한 권 독서 권장”
 
지상 4층, 지하 1층으로 된 청담어린이집은 층마다 곳곳에 옹기종기 앉아 책을 볼 수 있는 공간들이 마련돼 있다. 책들이 유난히 많이 보였다. 이 건물은 2006년 준공을 받을 때부터 강남구육아종합지원센터와 청담어린이집이 같이 들어섰던 자리다. 2009년에 육아종합지원센터가 대치동으로 이전하며 건물에서 분리됐다. 이때 육아종합지원센터가 보유하고 있던 도서 2,000여권을 이양 받았다. 그리고 이후 1,000여권을 구입했다. 
 
“책들을 활용하기로 했죠. 매주 모든 아이들에게 책 한 권씩을 가정으로 보내죠. 아이들이 부모님들 무릎에서 같이 책을 보며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을 바라요. 아이들 인성적인 부분을 다룬 동화나 생활습관 지도에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을 보내드려요. 예를 들어 물건을 집어 던지는 아이에겐 ‘던지면 안돼요’라는 그림책을 주는 식이예요. 부모님들이 원하는 책을 요청하기도 하고, 교사들이 아이의 발달 정도에 맞게 책을 선정하고요. 부모님들이 원하는 특별활동은 많이 하지 않지만 우리 아이들이 독서는 많이 합니다.” 
 
“교육은 가치와 정신을 세우는 일”
 
청담어린이집은 요란한 프로그램으로 학부모와 주위의 이목을 끄는 데는 관심이 없다. 그 대신 김 원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와 정신을 추구하고 있었다. 
 
‘전통문화 체험’은 청담어린이집이 꼽는 자랑할 만한 특별활동이다. 

▲ 김은화 원장은 아이들이 전통문화체험을 통해 우리 전통악기와 우리 가락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세계화가 됐잖아요. 다양한 사람들과 문화가 공존하게 되는데 이때 정말로 나만의 것을 내놓으라면 뭐를 내놓을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결국 내 문화를 알아야 된다고 생각했죠. 요즘 젊은 부모님들도 우리 전통문화를 잘 모르잖아요. 우리 원에서 하는 ‘전통문화 체험’은 해마다 한글, 전통놀이, 전통음식 등 주제가 달라요. 전통 악기를 다루고, 가락을 배우고, 전래놀이, 절기놀이 같은 문화를 배우고…아이들이 이런 능력을 갖는다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참 좋아해요. 이 과정에서 교사들도 아이디어들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창의적이 돼야 하죠.” 

▲ 청담어린이집의 대표적 특별활동인 전통문화체험 중 전통혼례놀이를 하는 원아들.

 

1990년대 중반 대학(아동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민간어린이집을 운영했던 김 원장이다. 당시엔 4년제 대학교를 나와 민간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케이스가 별로 없었다고 한다. 김 원장은 “어린 나이에 보육을 하다 보니 그냥 재미있게만 했어요”라며 웃었다. 돈벌이는 안됐다는 말이다. 
 
“하루 종일 아이가 우는데 어떻게 할지 몰랐어요. 제가 너무 어렸죠(웃음). 당시 영아보육이 체계적으로 잡혀 있지도 않았고요. 지금 생각하면 무모했죠. 사업적 마인드 없이 꿈과 이상만 가지고 했거든요.”
 
김 원장에게 20여년이 지난 지금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라면 가겠냐고 묻자 “그래도 다시 할 것 같아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무모했지만 그래도 다시 무모한 상황을 찾을 것이라는 김 원장. 그녀는 무모함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가치를 찾아 세우기 위해 앞으로도 원칙을 지켜 나갈 것이다. 김 원장이 이끄는 청담어린이집은 어떻게 보면 물음표다. 아이들과 교사들 모두 질문 속에서 창의성을 발현시키고, 그로 인한 가치를 교육의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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