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칼럼] 동물학대 도를 넘었다
[김호중칼럼] 동물학대 도를 넘었다
  • 온라인팀
  • 승인 2015.11.2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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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중 시민옴부즈맨공동체 공동대표

 

심리학자 로버트 헤어 “동물학대자의 다음 표적은 사람” 경고

동물학대는 한 사회의 폭력성에 대한 지표로 활용된다. 동물에 대한 폭력성이 인간에게 전이되기 때문에 동물학대 사건은 잠재적 범죄가 발생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연간 1만건이 넘게 발생하는 아동학대 사건과 장애인 학대 그리고 노인학대와 동물학대는 연장선에 있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10월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자산동에서 김모씨가 양궁용 화살을 길고양이에게 쐈다. 몸에 화살이 박힌 길고양이는 화살에 맞은 지 사흘 만에 발견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상태로 발견된 고양이는 SBS TV동물농장에 방송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자아냈다. 결국 동물학대자 김씨는 자수했다.

한국의 동물학대자에 대한 처벌수위가 낮은 점이 문제로 지적되는 한편, 동물학대에 대한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무혐의 처분을 받거나 벌금형 등 경미한 처벌에 그치고 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는 범죄로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동물학대는 동물의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거나 노상 등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는 행위, 같은 종류의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행위와 키우던 동물을 길거리에 버리거나, 사료 내지 물을 급여하지 않는 것도 동물학대로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

복지현장에서도 동물학대에 대한 경고음이 있었다. 아동복지현장에서 근무하는 유모(45)씨는 아동들이 기르던 햄스터가 유씨 발가락을 물어 피가 났다. 유씨는 화를 참지 못하고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햄스터를 죽이고 욕설을 했다가 고발됐다. 유씨는 동물보호법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가 각각 적용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이 선고됐다.

개 사육농장을 운영하는 신모(65)씨는 2012년 3월부터 약 2년반 동안 개들이 보는 앞에서 철장 안에 있는 개들을 전기로 실신시킨 뒤 도살하는 방법으로 총 840마리의 개를 죽여 재판에 넘겨졌지만, 벌금은 고작 200만원에 불과했다.

외국의 경우 한국에 비해 엄중하게 처벌한다. 지난 2010년 영국에서 이웃집 고양이를 쓰레기통에 넣었던 여성은 동물학대로 고발돼 250파운드 벌금이 부과됐고, 5년간 동물을 기르지 못하도록 명령을 받았다. 당시 고양이는 신체적으로 크게 손상을 입은 것은 아니지만, 주인이 울음소리를 듣고 꺼내줄 때까지 무려 15시간 동안 갇혀 있었다. 한국은 아직 동물학대자에 대한 동물사육금지명령이 도입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플로리다에 사는 30대 남자가 개를 물어 학대했다가 징역1년을 선고받았다. 데이빗 에첼(37)은 술에 취한 채 강아지를 괴롭히다가 강아지가 주인에게 대항하자 강아지의 목덜미와 머리를 물었고 눈알이 튀어나올 만큼 목을 졸라 실명에 이르게 했다. 분노조절과 알코올 의존이 부른 비극이었다.

최근 대법원 판결을 살펴보면, 동물학대자에 대한 판결이 엄중하지 않음이 지적된다.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형 이상이 선고된 사건은 16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동물학대에 대한 잠재적 범죄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사이코패스 판정도구를 개발한 심리학자 로버트 헤어는 “잠재적 살인자들이 가벼운 절도, 주거침입, 불장난, 거짓말, 동물학대의 단계를 지나 결국 살인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동물학대자가 주변에 있다면 단지 ‘동물 하나’를 죽인 사건으로 치부할 것인가. 동물학대자의 다음 표적은 내 아이가 될 수 있다.

*필자는 성균관대학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했고, 시민옴부즈맨공동체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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