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인격체로…'안돼’ 표현하는 기술 배워야
아이를 인격체로…'안돼’ 표현하는 기술 배워야
  • 주선영
  • 승인 2013.04.1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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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주말 저녁 대형 마트에서 아이가 장난감 코너 한 가운데서 물건을 끌어안고 떼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울고불고 떼쓰는 아이 옆에는 진땀을 흘리는 부모의 모습도 함께 볼 수 있다.

어느 순간 부모들은 자녀를 엄하게 키우거나, ‘안돼’라는 말을 하면 아이의 창의성은 물론 자신감을 잃게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원하는 것을 모두 해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은 아니다.

남정욱 숭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는 “아이들은 원하지만 절제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야 제대로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며 “아이들은 욕망을 다스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때려서라도 욕망을 식혀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이는 아이가 그대로 크면 자기 욕망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메우지 못하게 때문이다. 절제를 모르고 자란 아이는 ‘저것이 왜 내 것이 될 수 없는지, 어렸을 때는 말만 하면 당연히 내 것이었는데 왜 이제는 안 되는 거지’하고 현실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남정욱 교수는 “부모가 ‘안돼’라고 말하지 못한다면, 아이는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 정도로 끝나는 게 아니다.”라며, “참을성 부족, 판단력 결핍, 남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 자기관리 능력 상실 등이 아이의 인생을 두고 발목을 잡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다수 부모는 아이를 향해 ‘안돼’라고 말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줏대가 없어서, 또는 명확하게 ‘안돼’라고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서 사랑한다면 마음에도 없는 ‘오냐오냐’만 아이한테 남발할 게 아니라 신중하게 ‘안돼’를 표현하는 기준과 기술이 필요하다.

아이에게 ‘안돼’라고 말하는 기술
태어난 지 18개월이 되면 대부분의 아기는 누가 도와주지 않아도 걸을 수 있게 되고 이미 상당한 정도의 언어 지식도 가지게 된다. 아이는 부모의 말을 많이 이해하고, 점점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하기 시작한다.

이 때문에 두 살 먹은 아이가 부모의 안경을 손으로 세 번이나 낚아챈다면, 부모는 따뜻하면서도 분명하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그러지마. 네가 그러지 않았음 좋겠어.” 혹은 “안경이 재미있나보구나. 그래도 나는 네가 안 그랬으면 좋겠어.” 그렇게 말하면서 부모는 다시 안경을 돌려받는 것이다.

또한 가족끼리 식탁에 둘러앉아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네 살 먹은 딸이 말을 막는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먼저 엄마하고 좀 더 이야기하고 싶구나. 그 다음에 너랑 얘기하면 되잖아.”

이렇게 또렷하고도 인격적으로 말한다면, 비인격적이고 교육적인 말투를 쓰는 것보다 훨씬 더 아이로 하여금 협조할 마음을 가지게 만든다.

가령 “안경 갖고 장난치면 못 써. 이거 아주 비싼 거야”, “아빠는 먼저 엄마하고 얘기할 거야” 등으로 자기 얘기를 하면서 삼인칭으로 표현한다면 설득력을 가지기 힘들다.

또한 아이들은 부모의 경계와 여러 가지 가치를 포함해 세상 모든 일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실험해보려고 하며, 이러한 탐색과 실험에 대한 피드백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부모가 똑같은 일에 대해 되풀이해서 “안돼”라고 말 해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모가 이를 인격적이면서도 확고하게 표현해줄수록, 아이는 거기서 더 빨리 결론을 내릴 것이다.

만약 부모의 피드백이 “안돼. 아빠가 오늘은 너한테 사탕 사주지 않을 거야”란 식으로 아이에게 비판이나 꾸중처럼 들린다면 아이는 자기가 받아들여야 할 그 대답을 이해하기 힘들어 한다.

예스퍼 율 가족상담가는 “입으로 하는 말 외에도 어조와 몸짓언어 역시 대단히 중요하다. 이 세 가지 요소가 모두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의사소통이 성공할 수 있다.”며 “말하는 사람은 자기가 적절하게 의사 표현을 했으며, 듣는 사람에게 어떤 감명을 주었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말과 그 말이 지닌 ‘음악’은 긴밀한 관계를 갖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진정한 “안돼”란?
양치질이라든지, 옷 입기라든지, 청소하기 혹은 숙제하기 등등, 아이들은 종종 엄마 아빠가 원하는 일이나 요구하는 일을 하기 싫다고 거부한다. 아이가 ‘싫어’라고 말할 때, 이에 대해 부모는 비판하거나, 설득하려들거나, 의욕을 불어넣으려고 하거나, 압력을 가하거나, 이런저런 약속을 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양쪽 모두가 존엄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진퇴양난의 교착상태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렇게 하지 말고 부모가 바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말해준 다음 그 자리를 떠나면, 아이는 자기가 그렇게 협력하기 싫어하는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된다. 이를 통해서 아이는 그저 순종하거나 억압 때문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인격적인 온전함을 유지하면서 “네, 알았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부모가 이 방법을 쓰더라도 그저 자기 의사를 관찰하려는 얕은 재주로 생각한다면 성공하지 못한다.

이러한 방법은 아이의 인격적인 온전함을 존중하는 마음, 그리고 협력하려는 아이의 의지를 신뢰하는 마음으로 이뤄져야 한다.

아이, 부모에게 “안돼”말해도 되나?
아이들도 역시 ‘안돼“를 말할 수 있는 기술을 배워야 하는가?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아이가 부모에게 “아니, 싫어요”라고 말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당치 않은 일로 여겨졌다. 그것은 교육이 부족한 결과나 혹은 반항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신생아들조차 자기의 욕구와 경계들은 표현할 수 있다. 부모 자신이 “안돼 ”라고 말하는 기술을 기꺼이 배울 자세가 돼 있을 때 비로소 아이도 스스로를 존중하고 타인의 인격적인 온전함을 존중하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므로 건전한 가정이라면 부모가 “안돼”라고 말하는 기술을 아이가 그야말로 어깨 너머로 배우고 그 다음에 부모나 형제,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스스로 응용할 수 있어야 하며, 아이의 이런 모습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더 나아가 격려해주어야 한다.
자료제공 : 예스퍼 율 (Jesper Juul) 지음/김태희 옮김/84쪽/1만2000원/ 베가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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