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빌리은행, 서민들 부채 탕감 모델 마련]
[주빌리은행, 서민들 부채 탕감 모델 마련]
  • 정재민
  • 승인 2015.10.29 09:5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부업체로 넘어간 부실채권 매입…원금 7%만 상환하면 부채 탕감
 

▲ (사진설명) 지난 8월 27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주빌리은행 출범식이 열린 가운데 공동 은행장인 이재명 성남시장과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등이 채권을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주빌리은행은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악성채무자·장기연체자로 전락한 서민들을 구제해주는 은행이다.

 

[베이비타임즈=정재민 기자]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서민들을 위해 그 빚을 탕감해 주는 은행이 서민들 사이에서 뜨고 있다. 그 주인공은 주빌리은행. 이 은행은 통상 예금, 대출을 일으키며 영리를 목적으로 한 은행과는 확연히 다르다. 은행은 장기연체자의 부실채권을 사들여 서민들의 부채를 탕감하려는 목적에서 지난 8월 27일 출범했다. 
 
주빌리은행은 2012년 11월 미국의 시민단체 ‘월가를 점령하라’(OWS: Occupy Wall Street)가 시작한 빚 탕감운동인 '롤링 주빌리'(Rolling Jubilee) 프로젝트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롤링 주빌리 프로젝트란 미국의 시민단체인 ‘OWS’에서 진행한 것으로 장기 연체 채권을 금융사들이 2차 채권 시장에 헐값으로 매각하고 있는 점에 착안하여 시작한 운동이다. 우리나라는 작년부터 롤링 주빌리 운동이 한 시민단체에 의해 시작됐다. 이를 좀 더 체계화시켜 전개되기 시작한 것이 지난 8월 설립한 ‘주빌리은행’이다.
 
금융기관은 돈을 빌리고 나서 3개월 이상 연체되면 그 채권을 손실 처리한 뒤 대부업체에 헐값에 팔아넘긴다. 은행에서 크고 작은 대부업체로 넘어가는 채권은 원금의 1~10% 수준이다. 즉 1,000만원 연체된 부실채권을 10~100만원 정도에 파는 것이다. 심지어 1%도 안 되게 팔리는 부실채권도 많다. 이렇게 팔린 부실채권은 전문 채권추심업체들이 폭력 등 과도한 방법을 동원해 빚을 받아내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더구나 빚이 정리되지 않은 채무자는 신용불량자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등 악순환이 계속돼왔다. 주빌리은행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채무 취약계층은 350만 명, 장기연체자는 114만 명, 대부업체로부터 추심을 받는 채무자는 111만 명으로 추산된다. 
 
주빌리은행은 금융기관(대부업체)으로부터 부실채권을 원금의 5%로 싸게 매입한다. 그리고 채무자가 원금의 7%만 상환하면 부채를 탕감해 주고 정상적인 신용상태로 회복시켜 주는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고통을 받고 빚에 시달려 온 사람들이 주빌리은행으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다. 
 
주빌리은행의 공동은행장인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두 달이 채 안 된 시점에서 대략 3600명 정도 혜택을 받았다. 원금 기준으로 해서 액수가 180억이 넘는데 이게 원래 악성 채무가 이자에 이자가 붙기 때문에 이자까지 다 한다면 500억 이상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빌리은행 관계자는 “현재 부실채권 시장에서 특정인의 채무만을 선택적으로 매입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특정인의 채권을 살 수 없다는 부분이 중요하다. 채무 상담을 안내해주고, 추후에는 자신의 채권이 여기에 포함되어있는지 알 수 있도록 인터넷 조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빌리은행의 공동은행장은 이재명 성남시장과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맡고 있다. 

 
주빌리은행 어떻게 이용하나?
 
거주 지역의 금융복지상담센터에서 상담 받을 수 있어
 
Q : 빚 탕감을 받으려면 주빌리은행에 어떻게 신청해야 하나요?
A : 주빌리은행에 신청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저희가 부실채권을 매입하긴 하지만 문의주신 분의 채권을 찾을 방도가 없고 찾더라도 특정인의 채권만을 구입할 수 없습니다. 현재 부실채권 시장은 몇 백 명 또는 몇 천 명의 채권이 뭉치로 거래되고 저희도 그것을 사는 것입니다. 운 좋게 저희가 산 채권에 포함되어 있는 분들은 향후 저희가 빚 탕감이 이뤄졌다는 메시지와 함께 안내장을 보낼 예정입니다. 
 
Q : 빚을 진 채무자가 주빌리은행에서 도움을 받을 방법은 없나요? 
A : 채무조정, 불법사금융 등에 대한 상담이 필요하시면 사는 지역의 금융복지상담센터에서 자세히 상담 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시, 경기도, 성남시를 제외한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 주빌리은행(1661-9736)에 전화주시면 상담사를 안내하여 상담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 드리겠습니다. 
 
서울시금융복지상담센터: 1644-0120, http://sfwc.welfare.seoul.kr
경기금융상담센터: 031-888-5550/5551, https://g-counseling.gcgf.or.kr
성남금융복지상담센터 031-755-2577, http://www.seongnam-fwc.kr
 

주빌리 : 구약성경 레위기에 나오는 ‘주빌리’는 일정한 기간마다 죄를 사하거나 부채를 탕감해주는 기독교적 전통이다. 가깝게는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진행됐던 국제적 운동으로 ‘주빌리 2000’이 있다. ‘주빌리 2000’은 기본적으로 빈곤 국가들이 외채에 시달리느라 사회적 지출을 줄였기 때문에 매년 700만 명의 어린이들이 기아로 숨지고 있다는 주장에 세계가 공감하면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코피 아난 국제연합 사무총장, 달라이 라마, 무하마드 알리, 넬슨 만델라 등 세계적 인사들이 이 운동에 동참했다. 2000년에 캠페인을 주도한 지도부들이 빈곤국의 채무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주빌리2000’의 해체를 선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