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는 양질의 일자리와 주거 안정부터"
보육정책만으로는 저출산 문제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어
자녀양육과 보육 서비스 지원은 출산율과 불가분의 관계"
[베이비타임즈=정재민 기자]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지난 9월 ‘2015년 제20회 한국지방자치경영대상’ 시상식에서 전국의 구청장 가운데 유일하게 최고경영자상을 수상했다. ‘사람중심도시, 희망서대문’의 비전을 바탕으로 복지, 문화, 교육, 지역경제 등 구정 각 분야에서 혁신적 경영마인드로 구민 행복도를 높인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서대문구 보육행정,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소통 문제, 복지재원을 위한 증세의 필요성, 나아가 복지정책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저출산 문제 등에 대해 피력한 문 청장을 만났다.
보편적 무상급식과 달리 무상보육은 선별적으로 했어야
Q : 전반적인 보육정책과 보육행정에 대한 문제점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A : 현 영유아 보육정책은 무상보육화가 이뤄지면서 예산에 대한 부담이 지자체에 가중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중앙정부가 많은 부분 예산을 부담해야 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 부담을 지자체가 안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예산적인 부분에 있어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자치구가 안고 있는 문제는 자치구별로 여건과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부족한 예산 문제에 있어서는 공통된 상황이다. 중앙이 부담할 부분은 부담하고 지방과 분담이 필요한 부분은 대화와 합리적인 협의가 필요하다. 지역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중앙정부가 일괄적으로 보육정책과 보육행정을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방정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은 권위적이고 전체주의적 사고에 사로잡힌 현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부담을 경감시키고자 하는 방안에 대해 지방정부와의 대화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앞으로의 보육정책과 보육행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인 면을 배제하고 시작단계부터 계획을 제대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중앙정부가 현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권한만 행사하려는데 그 문제가 있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 예속된 것이 아니라는 인식개선도 필요하다.
증세 없는 복지 없다 복지재원 위한 증세, 국민적 합의 필요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소통해야
Q : 지방정부의 예산상 어려움에 있다고 하셨는데 이에 요구되는 점은.
A : 복지비는 점점 나아졌으면 나아졌지 축소되어야 하는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 중앙정부는 재정적 감당이 어려워 보육관련 예산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복지와 관련된 예산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
지금의 세원으로는 복지예산을 충당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조금씩이라도 증세를 해야 한다. 국민이 증세를 부정적으로만 볼게 아니라 세금을 더 냈을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자기 자신이라는 시민적 의식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본다.
또 현재의 어려움을 지방정부의 탓으로 인식하는 점도 변화가 필요하다. 단지 복지수준의 확대냐 축소만을 볼게 아니라 자치구의 한정된 예산적인 부분도 고려해 주시길 바란다. 현 중앙정부는 현재의 한계와 문제점에 대해 국민에게 솔직히 다가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당면한 문제점을 지금 당장 한꺼번에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가도록 국민적 합의를 모아야 한다. 복지나 보육의 목표달성은 점진적으로 나가야 하는 부분으로 정치적 선전용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본다.
출산보육 정책은 경제적 지원ㆍ서비스 지원ㆍ자녀 돌봄을 위한
시간적 지원 등이 조화롭게 추진돼야
Q : 현 출산보육정책에 대한 문 청장님의 견해와 현재 서대문구의 관련 현안은.
A : 과거 저소득 취약 계층 자녀를 중심으로 지원하던 영유아 보육 서비스가 만 0~5세 영유아 전체를 대상으로 확대됐다. 이는 각 가정의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을 감안해 출산율을 높이려는 목적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출산보육 정책은 자녀 ‘양육’과 ‘돌봄’에 대한 부담 경감을 위한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양육’ 부담 감소를 위한 정책은 보편적인 양육 수당 등 현금 지원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돌봄’에 대한 지원은 양질의 공공보육 확대와 취업 부모의 육아 휴직 확산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출산보육 정책은 경제적 지원, 서비스 지원, 자녀 돌봄을 위한 시간적 지원 등이 조화롭게 추진돼야 한다.
2014년 서울시 여성 1명당 평균 출생아는 0.98명으로 전국 최저수준이며, 서대문구는 서울시 평균보다 낮은 0.95명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젊은 세대의 미혼과 만혼이 증가하고, 일자리ㆍ주거ㆍ양육 조건 등 사회경제 환경이 아이를 낳아 키우고자 하는 의욕을 저하시키고 있다. 노동시장에서의 자녀양육과 보육 서비스 지원은 출산율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노동시장을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구조로 변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보다 고령화가 일찍 진행된 유럽의 경우 국가 복지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동력 확보가 절실히 필요하게 됐고 이의 일환으로 여성 노동력을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인식됐다. 그 결과 직장과 가정을 조화롭게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보육 서비스의 초점이 맞춰졌다.
출산보육정책은 다가오는 고령사회ㆍ초고령사회에 대응해 건전한 미래 세대를 육성한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두고 있는 만큼,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 수립과 수행이 필요하다. 서대문구는 중앙정부의 정책 수립에 대한 감시자이자 건전한 수행자로서 그 역할을 다하겠다.
아동학대 근절 위해 CCTV설치 의무화와 교사들의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저임금과 과도한 업무로 힘들어하고 있는 교사들의 처우도 개선돼야
Q : 보육교사의 아동학대가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를 시행한다. CCTV설치에 있어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 부분이 40%정도 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청장님 생각은.
A : 이번 영유아 보육법 개정으로 현재 운영 중인 어린이집(2015. 9. 19. 법 시행일 기준)은 12월 18일까지 60일 이상의 저장용량을 갖춘 HD급 CCTV를 보육실과 공동 놀이방 등 아이들이 주로 생활하는 공간에 설치할 계획이다. 국비와 시비 지원 80%, 나머지 20%는 시설(어린이집) 부담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서울시 설치단가 기준에 의해 파악된 서대문구 설치 계획은 162개소에 약 920여 대, 소요예산은 2억8,000만 원이다.
CCTV설치와 처벌규정 강화도 중요하겠지만 아동학대 예방과 근절을 위해 학부모와 보육종사자 간 소통이 우선돼야 한다. 이를 위해 부모님들이 아이가 어떻게 보육시설에서 지내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님들이 수업에 참여하실 수 있도록 하거나 숲속 체험교육 등 보육현장을 활짝 열고 다양한 교육을 시도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서는 CCTV설치 의무화와 함께 교사들의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하며, 저임금과 과도한 업무로 힘들어하고 있는 교사들의 처우도 개선돼야 한다. CCTV에 사각지대가 있듯 아이와 교사들 사이에도 관심의 사각지대가 있을 것인데, 이를 줄여 행복한 어린이집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보육정책은 ‘양질의 보육서비스’와 ‘선진적인 보육 환경 조성’에 무게를 둬야
Q : 정부가 전업주부 자녀의 어린이집 이용시간 제한을 추진 중인데, 이에 대한 서대문구의 입장은.
A : 무상보육 시행 3년 차에 접어든 때에, 정책 실현 가능성과 파급효과를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지 못해 초래된 문제의 원인을 ‘전업주부의 종일반 이용’에서 찾는 것은 적절치 않다.
합니다. 예산 절감에만 목적을 둔 방침은 근시안적인 처방이 될 수밖에 없다. 보육의 대상은 ‘아이들’이고 무상보육의 목표는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인데, 여성의 취업여부와 어린이집 이용시간을 연계시켜 논하는 방식으로는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기 어렵다.
무상보육에 있어서 처음 설계 때부터 직장을 다니는 엄마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했어야 했다. 하지만 현 정부는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의 성격을 잘못 이해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무상교육 설계단계부터 워킹맘을 우선 배려했어야
Q : 무상보육의 설계가 잘못됐다는 얘기인가?
A :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은 그 성격이 다르다. 무상급식은 그 대상이 어린이들로 차별의식을 느낄 수 있는 연령이기에 보편적으로 접근해야 하지만, 무상보육은 그 대상이 영유아로 차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시기이므로 선별적 무상보육으로 나갔어야 한다. 처음 설계부터 직업을 가진 주부와 전업주부를 달리 했어야 했다. 전업주부의 경우 무조건적이 아니라 여건이 어려운 주부에 대해서 무상보육을 실시하는 방향으로 설계가 됐어야 했다.
또 무상보육에 따른 예산 검토도 부족했다. 지금에 와서 보편적에서 선별적 무상보육으로 전향을 하게 되면 당연히 반발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점을 토론하고 이해를 시켜야 한다. 영유아를 가정에서 키우는 것이 기본이고, 직장을 다니는 주부들에게 보육지원을 왜 해 줘야 하는지 알릴 필요가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으로 합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복지정책을 시행함에 있어 보편주의라는 전제 아래 수혜자의 요구를 면밀히 검토해 지원 폭을 결정해야 한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서도 이 같은 원칙을 바탕으로 노동 정책과 모성?부성 보호제도를 함께 정착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저출산 문제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청년일자리 문제와 주택문제가 해결돼야
Q : 저출산ㆍ고령화로 인해 인구구조가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2030년부터 본격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인구절벽시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저출산 문제의 해법은.
A :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청년일자리 문제와 주택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본다. 현재 출산율이 왜 떨어지는가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들이 부족한 상태라고 본다. 우선 실업문제?주택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중요하고 그 다음이 양육수당이나 어린이집 지원 같은 보육정책이다. 보육정책만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젊은 사람들이 결혼을 할 수 있는 종합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서대문구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출산에서 양육까지 다양한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출산?양육 친환경 조성을 위해 출산양육지원금, 다자녀가정 급식비, 다자녀가정 입학축하 상품권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 ‘우리 아기 기부 천사’, ‘우리 아기 첫 통장’ 사업을 실시해 출산과 양육에 대한 긍정적인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서대문구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출산장려 분위기와 건강한 양육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
외국인돌보미를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신원보장과 경력관리 등을 위한 체계가 구축돼야
Q : 육아돌보미에 있어 현재 외국인 육아돌보미들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고 이미 육아돌봄에 있어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그에 비해 외국인 육아돌보미들에 대한 관리 체계가 미흡한실정이다. 현재 구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 육아돌보미의 실태조사 등 관리는 어떠한지.
A : 현재 정부는 양육공백이 발생하는 가정에 아이돌보미를 파견해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맞벌이 가정이 늘고 돌봄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외국인 육아돌보미에 대한 고용도 많아지고 있다. 더불어 외국인 돌보미 증가에 따른 문제점이 발생하면서, 이들의 체계적 관리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돌보미를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신원보장과 경력관리 등을 위한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동시에 여성 외국인근로자라는 신분적 특성을 이해하고 이들의 인권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지역별 보육수요 반영을 통한 균형 배치’로 보육 공공성 강화에 더욱 힘쓸터
Q : 국공립어린이집 공동주택 단지 내 설치에 대한 서대문구의 입장과 현황은.
A : 서대문구의 경우 2015년 10월 현재 전체 33곳의 국공립어린이집 중 아파트 등 공동주택 단지 내 어린이집은 4곳으로 12% 수준이다. 공동주택은 다수 세대가 밀집돼 보육수요가 높다. 공동주택이 아닌 경우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신축하려면 19억5,000만 원, 리모델링하려면 17억1,000만 원이 소요되지만, 공동주택의 경우 1억5,000만 원으로 국공립 전환이 가능해 상당한 예산절감이 가능하다.
500세대 이상인 주택단지에는 국공립어린이집 우선 설치가 의무화됐고 SH공사에서 조성하는 주택단지에도 국공립 설치가 의무화 돼 있다. 2015년 9월에는 공동주택 단지 내 어린이집 무상임대 등을 통해 국공립어린이집으로 전환하면, 공동주택 입주민 자녀에게 입소 우선순위를 부여할 수 있도록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이 개정됐다. 이러한 추세를 바탕으로 ‘신축과 기존시설 전환을 통한 합리적 국공립어린이집 확충’과 ‘지역별 보육수요 반영을 통한 균형 배치’로 보육 공공성 강화에 더욱 힘쓰겠다.
Q :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은.
A : 현재 보육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든지 전반적인 보육정책은 과거에 비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처음 설계가 잘못된 부분에 대해 시정해야 되는 부분에 있어 토론과 합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출산 문제에 있어서는 일자리가 우선돼 일을 통해 창출되는 세금을 걷고 그 비용을 통해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져야 한다.
또 최근 ‘전업주부 자녀 어린이집 시간제한’에 대해서는, 일자리 중심사고(전업주부보다 워킹맘의 보육을 우선해야 한다는)를 바탕으로 한 재정사용에 대해 국민의 합리적인 이해를 부탁드린다. 그리고 최대한 가정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그런 상황이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