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한화손보, 대규모 자금유출 대비하나
한화생명·한화손보, 대규모 자금유출 대비하나
  • 김복만
  • 승인 2015.07.3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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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가능채권 재분류 통해 RBC 비율 높여놔
금리인상 시 재무건전성 널뛰기 위험도 커져

[베이비타임즈=김복만 기자]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 등 한화그룹 금융 계열사들이 잇따라 보유채권의 계정 변경을 통해 ‘자산 부풀리기’에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1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해 11월 1조6300억원의 만기보유채권을 모두 매도가능채권으로 전환했다.

한화생명은 보유채권을 매도가능채권으로 재분류함으로써 1조1000억원에 이르는 평가차익을 얻게 됐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 1분기에 1조7700억원의 만기보유채권을 전량 매도가능채권으로 재분류했다. 이에 따라 한화손보의 매도가능채권은 4조9300억원으로 급증했다.

만기보유채권은 장부가액 기준이지만 매도가능채권은 시가 기준으로 평가한다. 따라서 지금처럼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채권값이 오르기 때문에 매도가능채권이 많을수록 채권평가이익이 늘어난다.

한화생명의 경우 채권 재분류를 통해 ‘위험기준자기자본(RBC)’ 비율이 272.0%에서 318.1%로 급등했고, 한화손보 역시 지난해 말 기준 154.3%에서 지난 3월말 192.6%로 높아졌다.

문제는 금리가 오를 경우 채권평가이익으로 잡혀 있던 장부상 이익이 어느 날 갑자기 채권평가손실로 둔갑하게 되고 이로 인해 보험사의 자산 건전성이 널뛰기 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이 보유채권의 계정 변경을 추진할 때 금리 동향이나 전망에 맞춰 신중하게 결정한다.

보험사들의 건전성 지표인 RBC 비율을 높이는 효과는 있지만 금리가 오를 경우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RBC 비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에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급여력비율 등을 산정할 때 사용된다.

금융당국은 주로 대주주가 증자 등으로 RBC 비율을 높일 여력이 없을 때 보험사들이 ‘숫자를 맞추기 위해’ 활용하는 방안으로 인식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보유채권의 계정 재분류에 제한을 두고 있다.

만기보유채권을 매도가능채권으로 재분류할 경우 향후 2년간 만기보유채권 인식이 제한된다. 즉, 2년이 지난 뒤부터 신규편입 자산을 만기보유금융자산을 인식할 수 있고, 1회에 한해 매도가능금융자산을 만기보유금융자산으로 재분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번 보유채권을 매도가능채권으로 전환하면 앞으로 2년간 금리 상승에 따라 자산 건전성 비율이 급격히 악화될 수도 있는 위험을 알면서도 한화생명과 한화손보가 자산 재분류를 시도한 것에 대해 보험업계는 의아해 하고 있다.

지금은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치 수준이지만 하반기 이후 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번 매도가능채권 재분류로 장부상 손실을 가져올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 보험업계에서는 한화생명과 한화손보가 대규모 자금유출에 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향후 자금 유출이 발생해 RBC 비율이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사전 조치를 해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그룹의 캐시카우인 한화생명과 한화손보가 그룹과 삼성그룹 간 계열사 빅딜 완료를 앞두고 인수대금 마련을 위해 정지작업에 나선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다른 관계자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에 대비해 재분류한 매도가능채권을 실제로 팔아 현금화 할 수도 있고, 자금 유출을 대비해 미리 RBC 비율을 높여두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래에셋생명과 흥국생명, 동양생명은 올해들어 매도가능채권들을 만기보유채권으로 계정 재분류를 단행하는 등 한화생명·한화손보와 정반대의 행보를 취했다.

특히 미래에셋생명은 2012년 3분기 만기보유채권을 매도가능채권으로 분류한 뒤 올해 다시 만기보유자산으로 전환했다.

금리가 저점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 따라 매 결산일마다 금리로 인해 요동치는 지급여력비율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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