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칼럼] 갈등비용 300조원과 신뢰 회복
[김종구칼럼] 갈등비용 300조원과 신뢰 회복
  • 온라인팀
  • 승인 2015.06.2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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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구 개인정보보호범국민운동본부 운영위원장

 

‘갈등비용 300조’라는 공익광고가 나올 만큼 한국사회 갈등의 골은 깊고도 넓다.

한국인들은 매우 투쟁적이고 정치적이란 일부 외국인들의 평가는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 사회가 온갖 갈등과 대립으로 대단히 시끄러운 사회란 것만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그럴까? 한국인들은 정치와 종교 얘기를 하면 반드시 싸우고, 축구와 군대 얘기를 하면 술잔 돌리는 속도가 빨라진다고 한다. 헌데 우리 정치인들은 왜 맨날 싸울까? 정말로 조선시대 ‘사색당파’ 탓일까?

‘한많은 민족’, ‘정치과잉’이란 진단도 있지만, 필자는 반드시 그리 생각하진 않는다. 갈등과 투쟁, 그리고 이를 조정, 해결하기 위한 ‘정치’는 우리 인간사회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메르스 사태로 드러난 정치권의 무능력

문제는 타협과 절충보다는 대립과 투쟁을 일삼을 수밖에 없는 한국정치의 근본 구조와 실제적인 ‘문제해결 능력’ 부족에 있다. 당면한 ‘공무원 연금’ 및 ‘국회법 개정’ 논란은 차치하고, 1년이 훌쩍 지나도록 국민들의 걱정과 우려를 더하고 있는 ‘세월호 사태’와 또다시 벌어진 목하 ‘메르스(MERS)’ 관련 시비는 우리 사회의 고질병을 극명하게 드러내 주고 있다.

특히 초동대처에 실패한 ‘메르스’ 사태는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백만 공무원 집단의 무능을 다시한번 입증하는 동시에 이 나라 주권자들의 놀라우리만치 무신경한 ‘자기중심주의’와 시민의식 부재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우리가 비난하고 욕하는 ‘정치’가 과연 정치인들만의 탓일까? 그래도 우리 국민들 가운데 가장 잘났다는(?) 사람들이 뽑혀 들어간 게 국회가 아닌가? 이따금 벌어지는 한심한 ‘분열 정치’ ‘대립 정치’가 과연 정치와 정치인들만의 책임일까?

오히려 모든 것이 기본적으로는 ‘남 탓’과 ‘책임전가’를 잘하는 우리 자신들의 습성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진실이 어디에 있든지, 걸핏하면 정부나 국회를 탓하며 정작 자기 책임과 의무는 다하지 않는 우리 자신들의 시민의식 결여를 깊이 성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에 우리가 혹은 우리 사회가 다른 나라에 비해 ‘정치의식 과잉’에 빠져 있거나 혹은 ‘뒤틀린 정치의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면 그 진짜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근본 원인을 보지 못하고 눈앞에 나타나는 현상만 탓해서는 안된다.

무릇 바로 보지 못하면 고칠 수도 없는 법이다. 문제의 ‘뿌리’를 깊이 성찰하거나 공동체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뿔뿔이 아우성쳐도(?) 근본 문제의 해결은 난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 세상 이치다. 필자의 견해로는 대립 정치의 진짜 원인은 ‘분단 체제’이고 이로 인해 고질화된 이른바 보수‧진보간의 이념격차이다.

대립의 진짜 원인은 분단체제에 기인한 이념 격차

요즘 세상에 ‘격차’라는 말보다 더 중요한 키워드도 없다. ‘빈부 격차’, ‘정보(디지털) 격차’, ‘학력 격차’, ‘이념 격차’ 등등. 정치적 사안이 아닌 ‘정보 격차’ 하나만 하더라도 그 해결은 결코 쉽지 않은 숙제다. 특히 노장세대와 청년세대간의 갈등은 대부분 여기에 기인한다. 정보의 양과 정보의 내용(메시지), 정보를 다루고 활용하는 능력의 차이는 커다란 인식격차와 이념격차를 만들어낸다.

비록 같은 시대,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고는 하나 알고 보면 전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사람들의 가치관과 세계관, 심지어는 역사관마저 바꾸고 있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오늘의 우리는 가히 ‘혁명적인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일각에선 뒤틀린 정치와 이념담론들이 유령처럼 떠다닌다. 이들의 시대착오적인 목소리가 올해도 대한민국의 땅과 하늘을 뒤덮고 있다. 부지런하고, 악착같고, 일 잘하는 우리 한국인이지만 하루하루가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는 게 숨김없는 현실이다.

혹자는 말한다. “남북분단은 자칫 타락하기 쉬운 한국사회를 최악의 상태로까지 썩지는 않게 만드는 소금”이라고. 또다른 이들은 좀더 커다란 민족적 소명을 말한다. “온갖 갈등과 대립을 겪고난 후 (그 경험과 지혜로) 홍익인간과 인류공영의 실현에 중심축 역할을 하는 것이 한민족의 소명”이라고.

신뢰 바탕으로 ‘공동체의 가치’ 회복 방안 절실

민족적 소명을 말하기 전에 반드시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격차를 줄이고 신뢰를 구축하는 일이다. 지금 한국사회는 아프다. 아파도 보통 아픈 게 아니다.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신뢰지수는 한 마디로 바닥 수준이다. 신뢰자본을 크게 증진시킬 방안은 무엇인가? 바로 인식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대선 직후 ‘국가기록원’ 검증 사태에서도 보듯 지금은 정보통신과 과학기술을 모르고는 정치·사회를 논할 수도 없는 시대다. 이러한 인식 전환의 기조 위에서 ‘정부 혁신’ ‘對 국민 서비스’ ‘공공부문 개혁’ ‘기업규제 완화’ ‘민간 자율’ 등 우리 시대의 정신과 가치를 현실 속에 하나씩 구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바야흐로 ‘거대 권력’이 무너지고 있다. 정당과 제도 언론, 병원과 학교는 이미 쇠퇴일로에 있으며 국가와 ‘국가의 대리인’인 정부의 힘도 이미 예전 같지 않은 것이 오늘날의 세상이다. 낡은 가치관과 세계관을 바꿔야 한다. 높아진 개인의 가치, 개인의 힘을 잘 인식하면서도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체의 가치’를 회복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자유롭고 각성되고 영향력 있는 개인과, 정의롭고 합리적이면서 때론 따뜻하기까지 한 공동체의 하모니, 이것이 앞으로의 10년, 한국사회의 명운을 가르는 시금석이자 가늠자가 될 것이다.

<김종구 위원장 약력>

- 龍山고/한국외국어대학교/서울대 행정대학원 졸업
- UNESCO한국위원회 간사/同 청년원 지도교수보
- 중앙일보/국민일보/문화일보 기자/국회 정책연구위원
- 국방부 국방홍보원장(국방일보 발행인, 국군방송 대표, 국군영화 제작총지휘자)/국방대학원 초빙강사
- 경원대/한림국제대학원대 사회교육원 교수, 몽골리아 울란바타르대 교수
- 한국언론인연합회 이사, 한국언론재단 미디어포럼 부회장, 중앙일보 연구/기획위원
- 민주평통자문위원,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행정안전부 정보화분과 자문위원
-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위원(현)
- (사)한국개인정보보호협의회 상근부회장 겸 개인정보보호범국민운동본부 운영위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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