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메르스 정보 독점이 확산 부추겨
정부의 메르스 정보 독점이 확산 부추겨
  • 송지나
  • 승인 2015.06.07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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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메르스 병원’ 몰라 노출자 대거 양산

[베이비타임즈=송지나 기자] 정부가 7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발병 병원을 공개하고 격리자에 대해 스마트폰 위치 추적을 검토하는 등 초강력 대책을 내놨으나 ‘뒷북행정’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정부가 메르스 확진자를 대거 발생시킨 병원 등 관련 정보를 일찍 공개했더라면 확산을 막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메르스 확진 병원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메르스 감염자에게 사흘간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제2의 메르스 감염병원이 됐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감염 최초 환자가 내원했을 때 메르스를 의심, 질병관리본부에 검사를 의뢰해 메르스의 국내 유입 확인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이후 정부로부터 추가적인 관련 정보를 받지 못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허술한 초기 대응과 느슨한 방역망, 정보 독점이 메르스의 확산을 부추긴 것이다.

최초 환자는 메르스 증상이 발현된 지난달 11일부터 거의 열흘 동안 격리없이 병원을 옮기고 지역사회를 활보했다.

국내에 메르스 바이러스가 유입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에도 14번 환자, 16번 환자가 격리 없이 다른 병원으로 옮겨 다니면서 3차 감염자까지 발생했다.

정부가 메르스 첫 확진 이후 관련 정보를 의료진에게 제한적으로라도 공개했더라면 대규모 노출을 막을 기회가 충분했음에도 그러지 못했다.

체계적인 시스템이 없고 윗선의 눈치를 보느라 민첩하게 대응도 못한데다 정보까지 독점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서울시, 경기도, 충청남도, 대전광역시 등 4개 지자체는 7일 메르스 확산 차단을 위해 모든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밝혔으나 질병관리본부는 접촉자나 환자의 주소지 관할 지자체에게만 신상 정보를 주고 있어 이들이 실제 거주하는 지자체는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재갑 한림대 성심병원 교수는 “당연히 발병 병원을 공개했어야 하는데 늦은 감이 분명히 있다”며 “공개 대상 병원 중에는 추가 발병이 없는 곳 등 여러 유형이 있는데 이를 잘 밝혀 대중의 혼돈과 오해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원장도 7일 가진 언론브리핑에서 “지난달 27일에 응급실로 온 14번 환자에게 메르스 선별문항지를 적용했으나 폐렴 소견만 있고 중동 여행이나 메르스 환자에 노출된 적이 없는 것으로 나와 의심환자로 볼 근거가 없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송 원장은 이어 “이런 판단에 따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14번 환자에게 세균성 폐렴 치료를 지속했고, 치료 사흘째인 지난달 29일 밤 늦게서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14번 환자가 ‘메르스 노출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처음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권준욱 보건복지부 메르스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제로베이스(원점)에서 면밀히 뒤지기 시작한 것이 지난달 28일부터였고, 그러다보니 29일에 14번 환자의 행적이 해당 의료기관에 통지가 됐다”면서 “신속한 조처가 되지 못한 것은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7일 현재 메르스 확진자가 14명 추가돼 총 64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추가 환자 중 10명은 삼성서울병원을 거쳐 간 환자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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