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된 국회법 입법부와 행정부의 충돌양상
개정된 국회법 입법부와 행정부의 충돌양상
  • 박경래
  • 승인 2015.05.31 14:2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베이비타임즈=박경래 기자]   국회가 정부의 행정입법에 제동을 걸 수 있도록 개정된 국회법이 공무원연금개혁 처리와 연계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을 계기로 입법부와 행정부의 권력충돌이 갈수록 심화하는 양상이다. 논란이 되는 개정 국회법 조항은 '98조의 2 3'이다.

국회 상임위가 시행령(대통령령) 등 정부의 행정입법에 대해 법률의 취지·내용에 맞지 않다고 판단하는 경우 '행정기관에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고, 해당 행정기관은 수정·변경 요구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으로 국회법이 지난 29일 개정되자 청와대는 국회의 요구에 정부가 따라야 하는 것이 법원의 심사권을 침해하는 '강제성'을 띤다며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강력반발, 대통령 거부권 등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국회의 수정요구를 정부가 거부하면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어 결국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며 위헌소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정부와 집권여당 지도부의 의견이 이처럼 첨예하게 엇갈리고 오히려 여당이 야당과 함께 청와대에 맞서 한목소리를 내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여권 대 야권'의 경쟁구도가 '행정부 대 입법부'의 대립형태로 바뀌는 흐름이다. 법대로를 좋아하는 총리 후보자의 청문회를 앞둔 시점이라 더욱더 난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갈등은 박근혜 대통령이 연거푸 의원입법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공교롭게도 국회가 입법권한을 강화하는 모습을 취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행정부와 입법부의 갈등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국회가 행정부의 고유권한으로 여겨지던 행정입법에 대한 견제권을 확보함으로써 현대 민주주의의 대원칙인 '삼권분립을 통한 권력의 견제·균형'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이 수면 위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의원입법으로 인한 규제양산과 관련, "그런 막 나오는 법들", "그냥 덜커덕 통과돼 후회할 일 생겨" 등의 표현으로 비판을 가했다.

지난 13일에는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예산을 고려하지 않은 의원입법에 대해 "돈 버는 사람 따로 있고, 돈 쓰는 사람 따로 있어서는 안되겠다"고 질타하며 지출계획을 짤 때 재원조달 계획도 함께 마련하는 이른바 '페이고(Pay-Go)' 원칙을 강조한바 있다.

이러한 문제제기에 맞춰 정부는 의원입법의 문제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국무조정실은 규제정보포털을 통해 지난해 7월 이후 의원 발의 법안 가운데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의료법', '해외건설촉진법', '철도안전법 및 항공법', '방위사업법' 553건을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한 법안으로 분류했다.

또 기획재정부는 참고자료를 배포, '도로법', '도청이전을 위한 도시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국가유공자 등 예우에 관한 법률', '과학기술인공제회법' 등을 꼽으면서 세수 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재원확보 방안이 없는 지출확대 입법이 남발되는 사례로 꼽았다.

반면 국회에서 지적하는 행정입법의 문제점도 적지 않다. 특히 야당은 정부가 행정입법을 통해 모법(母法)을 무력화한 사례가 자주 발생해왔다고 주장한다.

대표적 사례가 국가재정법 시행령이다. 모법은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 국가 재정지원 규모 300억원 이상 신규사업은 예비타당성을 거쳐야 하지만 정부가 2009년 시행령 개정으로 재해예방사업과 국가정책사업을 예외로 함으로써 4대강 사업의 핵심공사가 조사대상에서 모두 빠졌다고 야당은 설명했다.

야권은 이밖에 해마다 보육대란의 원인이 되는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편성과 관련한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한 근거가 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등도 법률과 시행령이 상충한다고 보고 있다.

야당은 개정 국회법이 통과된 것을 계기로 앞으로 각 상임위에서 문제가 있는 행정입법을 수집해 중점적으로 문제삼을 방침이다. 한마디로 입법기관의 제 역활을 되찿겠다는 의도이다.

청와대가 우려하는 부분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는 국회선진화법 탓에 경제활성화·민생 입법이 지연되는 와중에 행정입법을 정책 추진의 차선책으로 활용하고 있는 처지이다. 하지만 야당이 앞으로 주요 입법과정에서 '연계전략'을 통해 평소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행정입법의 수정요구을 하고 여당이 협상과정에서 받아주는 상황이 빈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편 국회선진화법은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표시절 통과시킨 법안이다. 이제야 제역활을 톡톡히 하고있는것이다.

새누리당이 "시행령 수정요구는 해당 상임위에서 여야가 합의해야 가능하다"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청와대가 이를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31"공무원연금개혁 협상과정에서 야당의 법안 끼워넣기 행태를 보면 앞으로 별의별 연계전략이 다 나올 것"이라며 "그러면 법률이나 시행령이 다 뒤죽박죽이 되고 엄청난 혼돈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쩌면 생명줄을 놓기 싫은 정부의 오우천월(吳牛喘月) 형태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