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설의 만남] 네번째 이야기 ‘작곡가 남은미’
[박민설의 만남] 네번째 이야기 ‘작곡가 남은미’
  • 송지숙
  • 승인 2018.02.1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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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설 듀로 버블버블 대표

 

살면서 누구에게나 힘들 때 찾게 되는 사람들이 한두 명씩은 꼭 있게 마련이다. 내게도 그런 사람이 있는데, 그 중 한 사람과 최근 나눈 대화를 적어볼까 한다.

약 20년 전 그녀를 만났을 때 피아노를 너무 멋들어지게 치는 멋있는 사람이었다. 작곡을 공부한다는 그녀는 늘 부정적이었던 나의 마인드를 바꿔놓는 긍정의 아이콘이었다.

그녀의 인생원칙은 몇 가지가 있었는데, 기억나는 것을 몇 가지 적어 본다.

1. 내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곁에 두지 마라. 너 또한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라.

2. 세상을 살면서 누구에게나 시련과 고난은 온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이겨내느냐에 따라 업그레이드되는 삶과 그렇지 않은 삶으로 나뉜다.

3. 내 부모에게 잘 하는 건 기본이다. 그 기본이 되지 않으면서 밖에서 인정을 받는 건 허깨비나 다름없다.

사실 이 몇 가지가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인생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들이 아닌가 싶다.

그런 그녀를 오랜만에 다시 만났는데 어떻게 지내냐는 질문에 일주일에 한번씩
‘베이비 박스’라는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베이비 박스가 뭐냐는 질문에 자세히 설명해 주었는데, 아기를 어쩌다 가졌지만 낳을 수 없는 형편의 엄마들이 박스에 아이를 놓고 가면 그 아이를 3일간 보호하다가 시설로 이양하는 일을 한다고 했다.

처음 아이들이 오면 핏덩이인 경우도 있고 그저 이불에 돌돌 말아져서 오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했다. 돌아서는 엄마를 붙잡고 다시 생각해 보자고 설득을 하기도 해서 다시 생각을 바꿔 홀로 키우는 엄마들도 있다고 했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가 처음 내게 뗀 말. “요즘 아가들이 많이 들어와서 정신이 하나도 없어.”

“언니. 아가들이 많이 들어온다는 말은 좋지 않은 것이잖아요.”

“그래도 다시 마음을 바꿔서 홀로 키우거나, 특히 어린 친구들이 키워보겠다고 골방에서 키우는 친구들한테 매달 기저귀와 분유를 한 달치씩 보내주는데, 한 부부가 부산에서 올라와서는 기저귀와 분유r 들어있는 박스를 받을 때마다 펑펑 운다고 하더라. 감사해서.”

얘기를 하는 언니도, 듣는 나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근데 슬픈 게 뭔지 알아? 사회에서는 베이비 박스가 미혼모와 미성년자 임신을 조장한다고 없애야 하는 봉사단체라고 한다는거야.”

태어나는 아이들은 태어날지, 말아야 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 죄 없는 그들에게 사회는 차갑고 너무 각박했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면서 사회적인 기업이 되리라 마음먹고 진행을 하고는 있지만 실상 현실은 상상도 할 수 없이 우리에게 냉랭하다는 것을 느꼈고 갈 길이 험난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 그 중에서도 여성인 우리는 꼭 깨달아야 한다.

결국 이 모든 짐을 짊어지게 되는 것은 여성이라는 것을. 또한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나였을 수도, 또 그렇게 한 순간의 실수로 아이를 낳게 될 사람이 나 혹은 나의 딸들이 될 수 있음을 말이다.

지금 내가 운영하고 있는 ‘버블버블’에서는 조만간 매달 세제와 치약을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조금이라도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그녀와 늘 유쾌했던 대화가 이번에는 굉장히 서글프고 가슴 아팠다.

/ 박민설 듀로 버블버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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