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총수 2세 지원 위해 ‘통행세 부당거래’
하이트진로, 총수 2세 지원 위해 ‘통행세 부당거래’
  • 이성교
  • 승인 2018.01.1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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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사 삼광글라스의 맥주용 공캔·글라스락캡 구매선에 자회사 ‘끼워넣기’공정위 시정명령·80억 과징금 제재…총수2세 포함 경영진 3명 고발 결정

 


[베이비타임즈=이성교 기자] 하이트진로가 박문덕 회장일가의 편법 승계를 위해 총수 2세의 회사를 지난 10년 간 부당지원한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80억원 가까운 과징금 부과 조치를 받았다.
동시에 하이트진로 법인을 비롯해 부당지원 행위를 적극 실행한 총수 2세인 박태영 하이트진로 경영전략본부장이자 자회사 서영이앤티의 최대주주 및 이사, 부당지원에 관여한 하이트진로 김인규 대표이사, 김창규 상무 등 경영진 3명을 사법당국에 고발키로 했다.
공정위는 15일 “하이트진로가 총수일가 소유회사인 서영이앤티㈜를 직접 또는 삼광글라스㈜를 교사해 2008년 4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부당지원한 행위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하고, 하이트진로 경영진과 법인을 고발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부과된 과징금은 하이트진로 79억 4700만원, 서영이앤티 15억 6800만원, 삼광글라스 12억 1800만원이다.
고발 당한 하이트진로 경영진은 박태영 본부장과 김인규 대표이사, 김창규 상무 등 3명이다.
공정위의 조사 발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2008년 4월 당시 생맥주기기를 납품하던 중소협력업체 서영이앤티를 총수 2세 박태영 본부장이 인수하고 계열사로 편입하자 본사 직원(과장급) 2명을 파견하고 급여 일부를 대신 지급했다.
특히 파견된 하이트진로 직원들은 서영이앤티의 기획재무영업 등 핵심업무를 수행하며 부당지원행위 등 모기업과 각종 내부거래를 기획하고 실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하이트진로는 거래업체 삼광글라스로부터 직접 구매하던 맥주용 공(空)캔을 서영이앤티를 경유해 구매하면서 공캔 1개당 2원씩 이른바 ‘통행세’를 지급하는 편법지원 거래구조로 변경시켰다.
하이트진로의 편법거래로 2012년 말까지 연평균 4억 6000만개에 이르는 맥주용 공캔을 모기업에 공급했던 서영이앤티는 인수 직전인 2007년 매출 142억원에서 인수 이후 매출 855억원(2008~2012년 평균)으로 6배나 급증했다. 해당기간 당기순이익의 49.8%에 이르는 56억 2000만원을 제공받았다.
특히 2013년 1월부터 하이트진로는 공캔 통행세 거래를 중단하는 대신에 삼광글라스를 교사해 공캔 원재료인 알루미늄코일을 구매라인에 서영이앤티를 포함시켜 통행세를 내도록 하는 ‘코일 통행세 거래’를 요구했다.
공정위는 “공캔 통행세 거래가 계열사간 내부거래로 법위반 가능성이 높다고 파악해 매출 규모가 비슷하면서 외형상 비계열사 거래로 대체하기 위해 코일 통행세 거래로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이같은 코일 통행세 거래를 통해 서영이앤티는 13개월 동안 590억원 상당의 매출을 확보하고, 영업이익의 20.2%(8억 5000만원)를 제공받았다.
하이트진로는 한술 더떠 2014년 9월 삼광글라스에 맥주 공캔과는 관계없는 밀폐용기 뚜껑인 글라스락캡 구매 때에도 서영이앤티를 끼워넣고 이 역시 통행세를 내도록 요구하는 등 총수2세 자회사 부당지원에 적극 나섰다. 
또한, 공정위는 하이트진로가 주식매각 우회지원한 사실도 적발했다.
2014년 2월 자금 압박에 시달리던 서영이앤티를 돕기 위해 자회사 서해인사이트 주식(100%)을 모기업에 전산용품을 납품하던 비계열사인 키미데이타㈜에 고가(25억원)로 매각할 수 있도록 하이트진로가 우회지원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키미데이타가 일정기간 내 주식인수대금 전액을 회수하도록 하이트진로가 보장해 주는 이면약정을 제안하고 합의했으며, 주식매각 이후에는 서해인사이트에 생맥주기기 A/S업무 위탁비를 대폭 인상해 주었다.
고발 조치를 당한 박태영 하이트진로 경영전략본부장은 2012년 4월부터 본사에 재직하면서 서해인사이트 주식 고가매각에 직접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 15일 신봉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하이트진로 및 삼광글라스의 부당지원 행위 제재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e-브리핑

 


하이트진로 역시 회사 차원에서 2017년 4월 공정위 현장조사 과정에서 대표이사 결재 및 총수 2세 관여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고의로 용역대금 인상계획 결재란과 핵심내용을 삭제한 허위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위는 허위자료를 제출한 하이트진로에 1억원, 해당 직원에 1000만원의 과태료를 별도로 부과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대기업집단이 총수일가 지배력 강화 및 경영권 승계를 위해 장기간에 걸쳐 법위반을 명확히 인지하고도 각종 변칙수법을 동원해 총수일가 소유회사를 지원한 행위를 적발하고 엄중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하이트진로의 총수일가 부당지원 제재와 관련, 총수인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이 피고발인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날 브리핑 담당자인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총수 2세 박태영씨의 경우는 조사 과정에서 명확한 증거가 나왔기 때문에 고발을 하게 된 것이고, 박문덕 회장에 대해서는 별도의 확인된 증거가 없어 고발하지 않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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