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달력 ‘정치색’ 시비…“어린이들이 무슨 죄?”
우리은행 달력 ‘정치색’ 시비…“어린이들이 무슨 죄?”
  • 정준범
  • 승인 2017.12.3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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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ㆍ통일 염원 그린 미술대회 수상작 모아 새해달력 제작

일베 등 보수진영 "좌파그림" 종북 매도‘나라사랑’ 동심에 상처

심사평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행복한 미소·평화 느껴진다”

[베이비타임즈=정준범 전문기자] 어린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담겨진 작품들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면서 동심을 멍들게 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자체 후원한 미술대회 수상작들을 2018년 탁상용 달력에 수록해 배포한 것에 대해 일부 보수 단체와 정치인들이 ‘정치적’ 트집을 잡으면서 어린이들의 창의력과 작품성을 왜곡하고 있어 우려된다.

어린이들이 나라의 발전과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표현해 창작한 작품들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좌파 그림’으로 매도된 발단은 이렇다.

극우사이트인 일간베스트는 지난 28일 우리은행 탁상달력에 수록된 1월 그림과 10월 그림 두 장을 올리고 “우리은행 2018년 카렌다에 촛불, 인공기..이거 머냐?” “빨갱이 국가 다 된거냐”라고 비판하면서 정치색을 부여했다.

이후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간베스트에 올라온 사진과 함께 “민주노총 달력인줄 알았습니다 우리은행, 왜 이러나요?”라는 글을 올리며 정치적인 의미를 부각시켰다.

일부 네티즌들은 손태승 우리은행장의 출신 지역을 밝히며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우리은행 계좌 해약, 우리카드 해지’를 외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우리은행의 탁상달력과 관련한 ‘정치적 논란’이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고 ‘나라사랑’을 하는 어린이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 우리은행이 제작·배포한 2018년 탁상달력 1~4월 그림. 왼쪽 상단이 1월, 왼쪽 하단 2월, 우측 상단 3월, 우측 하단 4월 그림.

 


우리은행이 제작·배포한 탁상 달력에 수록된 미술작품들은 지난 5월 개최된 ‘우리미술대회’ 수상작으로, 미술대학 교수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공정한 심사를 통해 엄선한 순수한 '작품'들이다. 각각의 그림 하단에는 작품 주제와 작품을 출품한 어린이의 이름이 표기돼 있다.  

논란이 된 1월 그림은 김모군이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집회 장면을 묘사한 작품으로, ‘나라다운 나라’라는 글귀와 함께 태극기,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그려 넣었다. 초등저학년부 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10월 그림은 조모 학생이 그린 작품으로 초등고학년부문 대상을 받았다. 이 그림은 ‘통일나무’라는 글귀가 새겨진 나무 왼쪽 가지에 태극기가, 오른쪽 가지에는 인공기가 그려져 있고 나무 주변에 무궁화 꽃과 어린이들이 손에 손을 잡고 해맑게 웃는 모습이 담겨 있다.

▲ 우리은행이 제작·배포한 2018년 탁상달력 9~12월 그림. 왼쪽 상단이 9월, 오른쪽 상단 10월, 왼쪽 하단 11월, 오른쪽 하단 12월 그림.

 


당시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신하순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부학장은 최종심사평에서 “최대한 공정한 심사를 위해 네 명의 심사위원들께서 우수한 작품을 성의를 다해 추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상에 대한 심사평에서 “평화를 의미하는 ‘쑥쑥, 통일나무가 자란다’를 표현했는데, 나무에는 작은 가지와 잎을 자연스럽게 배치하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행복한 미소가 느껴진다”면서 “아마도 다가올 미래에 이 평화로운 통일나무가 스스로 움트고 자라서 행복한 미래의 통일을 바라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는 긍정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달력 논란에 대해 금융권 한 관계자는 “어린이의 시각으로 그린 그림을 어른의 시각으로 정치쟁점화하며 은행을 비난하고 마치 어린이들이 ‘빨갱이’인 것처럼 매도하는 것은 지나친 것 같다”고 우려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탁상달력은 우리은행이 매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열고 있는 미술대회 수상작품을 싣고 있다”며 “학생들 그림으로 달력을 만들었는데 정치색 논란이 일 것으로는 생각도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5월 14일 서울 용산전쟁기념관에서 제22회 우리미술대회를 개최하고 우수한 작품을 시상했다.

올해 미술대회에는 평화와 나라사랑을 주제로 전국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참여했으며, 예선통과자 1,000여명과 다문화어린이들이 결선을 통해 창작력과 작품성을 겨뤘다.

▲ 우리은행이 제작·배포한 2018년 탁상달력 5~8월 그림. 왼쪽 상단이 5월, 오른쪽 상단 6월, 왼쪽 하단 7월, 오른쪽 하단 8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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