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친화도시 1호 성북구 "주민자치 참여는 아동의 권리"
아동친화도시 1호 성북구 "주민자치 참여는 아동의 권리"
  • 이진우
  • 승인 2017.10.1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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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준비로 2013년 인증 획득…청소년의회 운영·자치위원회 참여 활발전용보건지소아동동행카드 첫 도입 “일선학교 협조학생부 반영 필요”
▲ 김영배 성북구청장이 관내 학생들에게 아동·청소년 동행카드를 발급하고 있는 모습. 사진=성북구청

 


[베이비타임즈=이진우 기자] 서울 성북구는 우리나라에서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 1호 지방자치단체다.
지난 2013년 11월 유니세프로부터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고, 현재까지 약 4년 동안 지자체 행정에 초중고 학생의 참여를 통한 ‘아동권리’ 강화 및 환경조성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
국내 첫 아동친화도시로서 다른 지자체의 아동친화도시 인증 참여 열기에 마중물을 역할을 한 성북구의 아동참여 행정 경과 및 성과를 성북구 아동친화도시 전담조직인 아동청소년친화팀 전영훈 팀장으로부터 들어본다.

성북구의 아동친화도시 추진 배경과 과정을 소개해 달라.
"김영배 구청장이 지난 2010년 7월 취임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당시 여러 지자체에서 여성친화, 노인친화 같은 주민지향 행정 이미지를 표방하는 곳이 많았는데 성북구는 좀더 젊은 이미지로 ‘어린이친화’를 선택했다. 성북구에는 학생 수가 많은 점도 작용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학생수가 6번째이다. 
준비 당시에는 국내에 어린이친화도시라는 개념이 전무할 정도로 생소했다. 막막한 상황에서 여러 과정을 거쳐 확인한 결과, 유엔 유니세프에서 아동친화도시를 추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 접촉해 어린이친화도시 추진 의사를 전하고 이후 많은 도움을 받으며 인증 준비작업을 본격화했다.
2011년 10월 어린이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3년 장기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11월에 전담조직인 어린이친화 태스크포스(TF)팀 신설, 12월에 전국 최초로 ‘어린이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를 토대로 2012년 1월 어린이친화도시 조성 정책을 심의하기 위한 추진위원회를 구성했고, 2월에 지자체 처음으로 구립 지역아동센터(돌봄센터)를 개관했다. 현재 돌봄센터는 길음동, 삼선동, 석관동 3곳이며, 내년에 종암동에 추가로 문을 열 예정이다.
2013년 11월 인증 획득 전까지 다양한 어린이·청소년 준비작업과 행사를 왕성하게 펼쳤다.
2012년 5월5일 어린이날을 맞아 ‘성북구 어린이 권리선언문 제정 및 선포’, 어린이친구 성북 페스티벌 개최, 이듬해인 2013년에 어린이·청소년 의회 조례 제정 및 발족, 성북 아동청소년센터 개관 등 선도적인 활동을 펼쳤다.
이같은 3년여의 차질없는 준비과정을 거쳐 마침내 2013년 11월 20일 유니세프로부터 ‘대한민국 1호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아내는 결실을 일궈냈다."
▲ 성북구 청사에 설치돼 있는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 표지판.

 


아동친화도시 인증 이후 성북구 내 어린이·청소년 권리강화와 참여활동의 대표 사례는 무엇인가.
"유니세프가 아동친화도시 인증에서 규정한 아동의 4대 권리는 생존, 보호, 발달, 참여이다. 
이 가운데 생존과 보호는 현재 후진국에 요구되는 권리들로 우리나라에선 어느 수준까지 충족되고 있다. 발달은 교육 기준인데 아시다시피 교육은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역시 부합되고 있다. 
문제는 참여인데, 4대 권리 중 가장 중요한 항목이다. 아동(청소년)이 직접 아동권리 보호 및 강화에 참여해 결정하는 권리를 말한다. 
아동참여 권리와 관련, 성북구는 2014년부터 ‘아동참여예산제’를 시행해 오고 있다. 해마다 하반기에 지자체 연간 예산편성을 하는데 편성을 앞두고 아동청소년이 직접 참여해 활발한 토론을 통해 아동청소년 사업 선정과 해당 예산을 의논하고 결정한다.
실제로 아동참여예산제를 통해 일년에 7개 사업 가량을 선정하고, 예산 편성 및 집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에도 2018년도 성북구 예산안에 아동청소년 사업을 7개 선정했는데, 학교 앞 교통안전 조형물 설치, 3·1절 기념 아동청소년 연극 공연 개최 등이 포함돼 있다.
이밖에 아동청소년의회를 구성해 5년째 운영하고 있으며, 성북구 청소년 동아리들이 주체적으로 행사 준비와 운영을 책임지는 동아리페스티벌도 3년째 성공적으로 치러지고 있다.
동 단위의 아동청소년주민자치위원회도 발족돼 청소년을 포함한 20명 위원을 주축으로 마을축제 진행하면서 학생들의 아이디어와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있다."

아동친화도시에서 말하는 ‘아동’의 정확한 범위는 어디까지이며, 청소년과 어떻게 구분되나.
"유니세프에서 규정한 아동의 범주는 ‘만 18세 이하’로 0세 신생아 등 영유아와 아동, 만 18세까지 연령층을 포함한다. 그러나 국내에선 법에 따라 기준이 다르다. 가령 청소년기본법은 19~24세를 청소년으로 분류하고 있는 반면, 아동복지법은 0~18세를 포괄적 청소년 개념으로 사용한다.
이 때문에 성북구에서 처음에 아동친화도시를 추진하는데 아동 대상을 설정하는데 어려움도 있었다. 결국 성북구는 아동청소년 개념을 ‘초중고 학생’으로 나름대로 규정했다. 영아부터 미취학 아동은 보육시설과 보건소 등에서 전담하고 있어 제외했다.
사실 아동청소년의 기준과 개념은 국가에서 잡아줘야 하는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중앙정부의 정책 방향이 지속적이지 못해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 성북구의 아동친화도시 추진방향. 자료=성북구청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으면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나 청소년 참여에 따른 학업 인센티브가 있는지.
"사실 대외적으로 아동친화도시 인증으로 해당 지자체가 얻는 지원은 유니세프로부터 아동친화도시 인증 로고를 사용할 수 있는 것 외에는 전혀 없다.
학생들이 자기가 거주하고 활동하는 커뮤니티의 당당한 주체로서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이런 활동들이 학생생활기록부에 기재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반영되지 않고 있다.  방과후 봉사활동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학생생활기록부 기재 권한 등이 지자체가 아닌 교육청 소관영역이기 때문이다. 문제를 풀기 위해 성북구나 지자체들이 여러 차례 교육부나 교육청에 협조를 부탁해 개선시켜했지만 성사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개인적 판단으로는 교육당국이 외부의 의견이나 제안을 혁신적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폐쇄성 때문이라 여겨지며, 안타깝게 생각한다."

아동친화도시에서 핵심은 아동청소년의 참여인데 성북구에서 학생 참여도와 반응은.
"청소년의 참여가 모든 부문에서 잘 이뤄지면 이상적이겠지만 사실 우리나라 지자체의 한계상 그렇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아동참여는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지자체와 학교 간 협조가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교육당국의 개방적인 자세가 필요한데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현재 성북구 등 지자체 단위에서 동단위 주민자치위, 아동청소년의회, 시설건립위, 축제준비위 같은 별도의 아동청소년 참여 조직을 꾸려서 운영하고 있어 완전한 아동참여가 구현됐다고 보기엔 미흡한 점이 있다. 앞으로 지자체와 학교가 적극적으로 협조해 청소년 참여가 활발하게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해외 선진 아동친화도시 방문이나 상호 자매결연 같은 해외교류 활동은.
"아직 해외 아동친화도시와 자매결연 사례는 없다. 대신에 성북구에선 매년 한 차례 선진 아동친화도시 벤치마킹 직원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인증을 받은 이후 프랑스 두 차례, 스위스 한 차례 방문했다. 프랑스는 아동친화도시 250개, 스위스는 20개에 이른다. 올해는 지난 6월 스위스 취리히를 다녀왔다. 취리히 아동친화도시는 너무 잘 운영되고 있었다.
도시인구 1인당 국민소득이 7만달러로 이를 정도로 굉장히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그런지 아동친화 정책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아동권리 강화와 보호에 선진적이라는 점을 피부로 느꼈다. 단순히 아동친화정책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시스템이 선진화돼 있어야 아동권리가 잘 보장된다는 점이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취리히가 아동친화도시 사업에 많은 투자(예산지원)를 아끼지 않는다 사실이었다. 
가령 학교시설 하나를 리모델링하는데도 학생들을 참여시키고, 아이들의 아이디어와 의견을 검증하기 위해 70명 수준의 전문가그룹을 구성해 걸러내고 최대한 반영하고 있어 놀라웠다. 사실 이같은 의사결정 시스템을 운영하려면 자문료 등 경비가 만만치 않을텐데도 시에서 과감히 지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해외선진 사례를 국내에 그대로 접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넉넉하지 않은 자치구의 재정, 원활치 않은 중앙부처와 협조 등 여러 애로점이 많다. 결국 아동친화도시도 우리 조건에 맞게 우리 방식대로 진행하는게 맞다고 본다."
▲ 전국 최초로 설립된 성북구 정릉 아동보건지소의 개소식 모습. 사진=성북구청

 


올들어 성북구의 성공적인 아동친화도시 정책을 꼽는다면.
"우선 아동전용 보건지소를 소개하고 싶다. 0~6세 영유아 등 아동을 집중관리해 주는 의료서비스 시설로 일종의 ‘아동전용 보건소’이다. 
프랑스에서 벤치마킹한 것으로, 서울시 지원의 보건소 예산 중 10억원을 투입해 정릉동에 165㎡(50평) 단독시설로 마련하고 지난 2월부터 운영 중이다. 정릉지역 주민은 물론 인근 지역 주민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다. 앞으로 석관동에도 아동전용 보건지소를 추가 설립할 계획이다.
또한 전국최초의 아동동행카드 지원을 꼽을 수 있다. 자유학기제를 이용하는 관내 중학생 이상 청소년에게 상·하반기 5만원씩 총 10만원에 해당하는 포인트 카드를 지급해 학생들의 진로지도체험활동이나 체육여가활동을 돕고 있다. 학생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 중이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밖에 아동지원사업을 위한 아동기금을 5억원 목표로 매년 1억원씩 조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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