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계신칼럼] 이재용 부회장, 꿩도 잃고 알도 잃었다
[송계신칼럼] 이재용 부회장, 꿩도 잃고 알도 잃었다
  • 송계신
  • 승인 2017.08.25 17: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송계신 베이비타임즈 발행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거액의 뇌물을 줬다는 죄가 인정돼 ‘징역 5년’ 실형을 살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는 25일 오후 2시 30분부터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중형을 언도했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죄가 인정되고 실형이 선고됨에 따라 삼성그룹의 '이재용 체제‘ 구축 계획은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구하기’에 총력을 기울이다 실패함으로써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대대적인 수술을 가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계획을 공식화한지 불과 5개월만에 이를 철회하면서까지 ‘뇌물죄’ 혐의에서 벗어나려 했으나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 부회장은 ‘뇌물죄’와 실형 선고라는 불명예와 장기간 ‘영어(囹圄)’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당장의 고통과 함께 ‘경영권 승계’ 구도의 차질이라는 뼈아픈 현실에 직면하게 됐다.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을 통한 ‘이재용 체제’ 구축 그림도 어그러지고, ‘뇌물죄’도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꿩 잃고 알도 잃는’ 참담한 채점지를 받아든 셈이다.

‘이재용 체제’ 구축의 첫 단추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원활한 합병과 경영권 승계 및 지배권 강화 등 그룹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받는 댓가로 뇌물을 건넨 사실이 재판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지난 7일 결심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을 구형한 것에 비하면 형량은 낮아졌다.

그러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뇌물죄가 적용됐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이 초거대기업 삼성그룹의 후계자 ‘자질’에 큰 흠집을 낸 것은 분명하다.

이 부회장은 ‘뇌물죄’ 외에도 ‘횡령’, ‘재산국외도피’, ‘국회 위증’ 등의 혐의도 유죄로 인정돼 ‘전형적인 정경유착’ 사례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법원이 “삼성물산의 합병은 이재용의 지배력 강화와 관련이 있다”면서 “이재용이 포괄적 승계작업 현안이 있었고,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기대하고 뇌물을 제공했다”고 판단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인수 논란에 이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무리한 합병 추진이 이 부회장을 구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할 수 있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체제’ 구축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면서 삼성전자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큰 그림을 그려왔다.

그 첫 단추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었고, 이를 통해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됐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25%를 우호지분으로 확보하게 돼 0.6%에 불과했던 자신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4.85%로 끌어올렸다.

나아가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를 투자법인과 사업법인으로 인적분할 한 뒤, 투자법인을 삼성물산과 합병해 ‘새로운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율을 18%대까지 늘리는 내용의 지주사 전환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이 부회장이 지난 2월 구속되면서 승계 작업에 제동이 걸렸고, 급기야 지난 4월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포기 발표가 나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지주사 전환 계획을 공식화한지 5개월만에, 그것도 이 부회장이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시점에서 왜 지주사 전환 포기 발표를 해야 했을까?

이건희 회장이 수년간 병원에 누워 있는데다 이 부회장까지 구속수감된 데 따른 ‘경영공백’이거나, ‘이재용 살리기’를 위한 초거대기업의 ‘얄팍한’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지주사 전환 철회가 ‘경영상 판단’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간의 삼성그룹 경영방식과 의사결정 과정으로 봤을 때 이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오히려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거액의 뇌물을 줬다’는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이재용 살리기’를 위한 ‘전략적 결정’을 했다고 보는 것이 더 납득하기 쉽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받는 댓가로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추진은 곧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재판에 도움될 일이 전혀 없다.

또 이 부회장이 재판 변론에서 “삼성물산 합병이 경영권 승계가 아닌 순환출자 구조 정리를 위한 목적이었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지주사 전환 폐기’ 카드를 뽑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부회장이 실형을 살고 있는 상황에서도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경영권 승계작업을 지속할 것이고 또 그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기가 문제일 뿐 반드시 ‘이재용 체제’ 구축 작업은 재개될 것이다.

삼성그룹이 “전형적인 정경유착에 따른 국민주권의 원칙과 경제민주화라고 하는 헌법적 가치를 크게 훼손했다”는 부끄러운 지적을 또 받지 않도록 세계적 선도기업에 걸맞는 의사결정구조를 구축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