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월구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
[인터뷰] 강월구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
  • 송지나
  • 승인 2016.06.2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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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월구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

 


“여성폭력 근절하려면 초기교육과 사회적 인식 변화 중요”
성매매·성폭력·가정폭력 등 피해자 지원 및 폭력근절 활동 진행
“피해자 상처 치유하는 허브(Herb)이자, 피해자를 지원하는 허브(Hub)로 자리매김 할 것”

[베이비타임즈=송지나 기자] 최근 ‘강남역 살인사건’, ‘신안 섬마을 성폭행사건’, 연예인 성범죄 논란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살인·성폭력 사건이 연이어 발생함에 따라 정부는 22일 제7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여성폭력 예방 강화 및 양성평등한 사회환경 조성 대책’을 논의, 확정했다. 

여성가족부와 교육부 등 관계부처는 여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후속대책으로 △여성폭력 예방 환경 조성 △여성폭력 피해자 보호 강화 △생활 속 양성평등 인식제고 등 3대 중점과제를 선정했다. 

베이비타임즈는 성매매·성폭력·가정폭력 등 다양한 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폭력 근절 및 여성인권 향상을 위한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 강월구 원장을 만나 폭력 예방 및 근절 대책을 들어봤다.

-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어떤 기관인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주로 여성·아동·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하는 성매매·성폭력·가정폭력 등 다양한 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폭력 근절 및 여성인권을 향상하기 위해 설립된 여성가족부 산하 기타 공공기관입니다.

우리 원은 여성가족부로부터 성매매방지중앙지원센터, 여성·아동폭력피해중앙지원단, 여성긴급전화중앙지원단, 중앙위기청소년교육센터 등 폭력 피해여성 보호와 예방을 위한 중앙기구를 운영하며 종사자교육, 연구, 국내외 네트워크, 홍보 등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성매매 피해와 지원 사업에 대해 설명해 달라.

‘성매매’는 사람의 성을 금전을 매개로 해서 사고파는 행위로, 성매매방지법에 따라서 불법행위입니다. 따라서 성매매를 알선, 권유, 유인하거나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를 한 사람, 성매매를 한 사람은 처벌 대상이 됩니다.

다만, 성매매의 대상이 된 사람에 대해서는 무조건 형사처분 하지 않고, 강요·강압에 의해 성매매를 한 사람은 피해자로 보고 국가가 보호, 지원을 해줍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성매매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매매 여성들이 성폭력을 당했다고 말해도 ‘본인이 자발적으로 성산업에 뛰어들어서 하는 일이 성매매인데 무슨 성폭력을 당했다고 말하냐’는 생각을 가지고 피해자로 인정해 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성매매 여성들이 겉으로 보기에 자발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비자발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성산업은 구조적으로 성매매 여성들을 착취하게끔 되어 있어 처음에 돈이 없거나 잘 곳이 없는 여성들에게 선불금 형태로 고리사채를 빌려주고 그 돈을 성매매를 통해 갚도록 합니다. 

또 거기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게 무차별적인 폭력이나 성폭력을 가하거나, 빚이나 연대보증으로 묶어두거나, 가족이나 주변에 성매매 사실을 유포하겠다는 협박과 같은 정신적 학대를 통해 도망가지 못하도록 하는 등 여러 가지 장치들을 둡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성매매 여성들이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성매매피해 상담소에서 주기적으로 노래방, 집결지, 유흥업소에 아웃리치(현장방문 상담)를 나가, 리플렛을 나눠주고 언제든 탈성매매 상담 및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성매매방지중앙지원센터를 통해 성매매방지와 관련된 국내외 네트워크 강화, 탈성매매 여성의 자립·자활 지원과 지원기관 종사자 양성과 보수교육, 성매매방지 대책연구 등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 지난해 9월 23일 진행된 성매매추방주간 캠페인 활동에 함께한 강월구 원장(앞줄 왼쪽에서 다섯번째)과 참여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요즘에는 청소년 성매매 문제도 심각합니다. 최근에는 성매매 최초 유입 연령이 14세까지 낮아졌습니다. 이는 인터넷·스마트폰·채팅앱으로 아이들이 조건만남과 같은 성매매에 쉽게 노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생계에 위협을 받는 가출청소년의 경우에는 이런 성매매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아이들이 가출을 선택하는 이유로 ‘비행청소년이기 때문에’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가정에서 불화나 가정폭력 등에 시달리고 가난이나 방임 등으로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가출이라는 방법으로 가정에서 뛰쳐나온 경우가 더 많습니다.

우리 원은 위기청소년 교육센터 운영을 통해 성매매 피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5박6일 캠프를 진행해 편히 쉬고 놀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진로상담과 성매매 재유입 예방교육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치료재활사업 및 사회통합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 성폭력 관련 지원 사업은 어떤 게 있나.

성과 관련한 스킨십, 성관계에 있어서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았는데 가하는 모든 성적행위로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과 같은 신체적 폭력뿐만 아니라 언어적·정신적 폭력을 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범죄유형에 따라 친족 성폭력·동성 간(여성과 여성 사이에서, 남성과 남성 사이에서 일어나는) 성폭력·데이트 성폭력·학내 성폭력·직장 내 성폭력·사이버 성폭력·스토킹 등이 있으며, 대상에 따라 아동 성폭력·청소년 성폭력·성인 성폭력·부부 성폭력·장애인 성폭력으로 구분됩니다.

우리 원의 주요 사업인 성폭력방지본부는 성폭력 등 여성폭력 피해자를 통합 지원하는 전국 ‘해바라기센터’ 운영 활성화 지원과 종사자 전문교육, 성폭력 피해자 지원과 예방프로그램 개발, 성폭력 피해아동 생계비 및 이주비 지원 등 다양한 피해자 지원활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바라기센터는 365일 24시간 상담, 법률, 수사, 증거채취 및 의료 서비스 등이 한 곳에서 제공될 수 있도록 시설과 장비를 비롯해 의료진, 상담사, 간호사, 임상심리사, 여성경찰관 등 관련분야 전문 인력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36개 센터가 운영 중이며, 앞으로도 계속 늘려갈 예정입니다. 

- 가정폭력과 지원 사업에 대해 설명해 달라.

‘가정폭력’은 가정 내에서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녀, 형제자매 등 가족구성원 중의 한사람이 다른 구성원에게 의도적으로 물리적인 힘을 사용하거나, 정신적인 학대를 통해 신체적, 정서적 고통이나 재산상으로 피해를 주는 행위(폭력)를 말합니다.

예전에는 부부폭력, 주로 남편이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유형에 집중돼 있었다면, 요즘에는 가정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와 노인학대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가정폭력에는 단순히 신체적 폭력을 가하는 것뿐만 아니라 협박, 위협, 사회적 고립, 경제적 학대 등 다양한 유형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폭력을 가하거나 떼어놓겠다고 위협하거나 아내를 학대하는 장면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등 자녀를 이용하는 것, 물건 파괴·무기 전시·반려동물 학대 등의 협박, 자살하겠다거나 때린다는 위협, 만나는 사람을 통제하고 위치를 추적하는 등의 고립, 직업을 갖지 못하게 하고 허락을 구해 돈을 사용하게 하는 경제적 학대, 아내를 하인처럼 취급하며 모든 결정을 남편이 혼자 하는 남성적 특권 이용, 폭력 피해자가 폭력을 유발한 것처럼 말하는 비난, 죄책감·모욕감을 주는 등의 정서적 학대 등 이러한 행위 모두 가정폭력에 해당됩니다.

우리 원은 가정폭력방지본부를 통해 가정폭력 방지 및 피해자 인권보호를 위한 조사개발, 종사자 역량강화, 가정폭력 인식개선 홍보, 국내외 네트워크 구축 및 운영, 여성긴급전화 1366 중앙센터 운영을 통한 초기 상담 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여성긴급전화 1366이란?

성매매·성폭력·가정폭력 등으로 긴급한 구조·보호 또는 상담을 필요로 하는 여성들이 언제라도 전화로 피해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한 특수 전화로 365일 24시간 운영하며, 중앙센터 및 광역자치단체(시·도)단위로 전국 16개 시·도에 17개소가 설치·운영되고 있습니다. 

지원 서비스로는 상담소 연계를 통해 피해증거확보 및 대처방법을 안내하고 병원치료 등의 의료적 지원, 피해자 보호시설 연계, 지속적인 상담을 제공합니다. 또 의료기관과 연계해 신체적 피해에 대한 신속한 치료와 심리적 피해에 대한 상담 및 사후관리, 성폭력 피해자 응급키트 및 긴급치료, 피해자 판정에 대한 의학적 진단 등을 지원합니다.

이와 함께 급하게 보호를 받아야 할 경우 보호시설과 연계해 무료 숙식을 제공하고 동반자녀를 비밀리에 전학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심리적 안정·사회적응을 위한 상담과 동시에 퇴소 후 자립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 등을 운영합니다. 또 사회복지기관과 연계해 가족 간의 갈등 회복을 위한 상담과 알코올 중독·도박·정신적 문제 등 상황별 상담을 제공합니다.

더불어 수사기관과 연계해 폭력사례 접수 및 수사, 폭력제지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응급조치, 치료가 필요한 피해자 보호조치를 제공하며 형사재판 과정을 통해 피해자 지원합니다. 법률기관과의 연계를 통해서 피해자의 법률적 보호·상담과 피해자보호를 위한 사법적 소송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 또 다른 여성폭력 예방 및 근절대책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2015년부터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SOS누르미’를 개발·운영하고 있습니다. SOS누르미는 ‘성폭력피해자 지원체계’ 등 관련 정보제공부터 ‘위급상황 알리미’, ‘현재위치 안심ZONE’, ‘안심귀가’, ‘호루라기’ 까지 다양한 기능이 탑재되어 있는데요.

특히 ‘위급상황 알리미’의 경우, 잠금 화면에서 위젯을 5초간 누르면, 미리 설정된 전화번호로 현재위치가 전송이 되므로 급작스런 상황에 대처가 가능합니다.

SOS누르미는 대외적으로 그 기능과 성과를 인정받아 2015년도에 여성가족부 정부3.0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올해에는 애플 스마트폰에서도 다운로드가 가능하도록 IOS까지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SOS누르미

 


- 여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사회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여성폭력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가부장적 문화와 그 역사를 같이 하며, 사회에 만연한 육체적·성적·정신적 폭력과 차별적 언행, 공공연한 차별 등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만드는 우리사회의 구조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초기교육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가르쳐야 하고,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약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자세를 가지도록 훈련시켜야 합니다.

이와 함께 성적인 관심이 늘어나고 잘못된 성지식을 갖기 쉬운 청소년기 아이들에게는 아이의 성별과 관계없이 서로 스킨십을 할 때는 동의를 구하는 것이 맞고, 상대의 의사를 존중해서 거절·거부 의사를 보이면 절대 강압적으로 요구해서는 안 되며, 여성은 스킨십이나 성적 표현에 있어서 소극적이어야만 한다는 등 소위 ‘여성은 이래야 한다’는 편견을 가지지 않도록 올바른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해 교육해야 합니다. 

또 사회적으로는 피해자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인식에 변화가 필요합니다. 여성폭력 피해자들을 대할 때 가장 큰 문제점이 ‘뭔가 잘못을 했으니까, 빌미를 줬으니까 그런 일을 당한 거 아냐?’라는 피해자유발론적 의식입니다. 피해자들을 대할 때는 ‘당신의 잘못이 아니고, 당신은 피해자’라고 공감하고 지지해주는 것 중요합니다. 이러한 지지가 좌절감과 자책감에서 벗어나 다시 사회에 적응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줍니다.

성매매 피해 청소년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정에서 낙인찍고 외면하면 안 되고 ‘너의 잘못이 아닌 어른들과 사회의 잘못’이라고 감싸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가정에서 돌봄이 안 된다면 지역사회와 교사, 상담사들이 이 아이들을 도울 수 있도록 힘써야 합니다.

우리 원은 성매매 피해자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캠페인 및 콘텐츠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모전 참여자들이 작품을 내기 위해서는 다방면으로 조사를 해야 하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공부가 돼 인식이 많이 바뀌게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4월 17일 진행된 사람사랑, 생명사랑 걷기축제에 참여한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직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취임 이후 주요 성과는.

2013년 취임 직후, 저는 먼저 법인 운영규정을 전면개정 해 직제규정, 인사규정, 복무규정, 회계규정을 별도로 제정했으며, 조직개편을 통해 조직을 새롭게 정비하고 경영지원본부를 신설, 각 본부와 센터의 행정업무를 총괄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2015년에는 특히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외부 컨설팅을 통해 기존의 사업과 경영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비전과 전략목표, 전략과제를 선정하는 등 ‘여성폭력 근절을 통한 성평등 사회실현’이라는 설립목적 달성을 위해 전 직원이 하나가 되어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올해 치러진 ‘2015년 여성가족부 산하 기타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평가대상기관 중 최고등급인 A(우수)등급을 획득하게 됐습니다. 함께 노력해 준 직원들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비전을 든다면.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여성인권정책’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으로서 변화된 위상과 확대된 역할을 반영한 중장기 발전체계를 수립하기 위해 지난해 외부 전문기관을 통한 경영전략 컨설팅을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기관의 비전으로 ‘여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지원을 통한 인권보호 허브기관’을 선정했습니다. 앞으로 이 비전을 가지고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피해자 지원을 위한 ‘허브(hub)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피해자들에게 신체적·정신적 안정과 평화, 그리고 쉼을 줄 수 있는 ‘허브(herb)’ 같은 기관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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