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피부는 ‘혼혈’, 까만 아이는 ‘다문화’?…한국인의 이중잣대
하얀 피부는 ‘혼혈’, 까만 아이는 ‘다문화’?…한국인의 이중잣대
  • 안무늬
  • 승인 2014.06.1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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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0가구 중 3가구는 다문화 가정이다. 2050년에는 출생아 3명 중 1명이 다문화가정 어린이일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처럼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면서 최근 TV와 브라운관에서도 다문화가정을 다룬 영화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영화와 드라마에는 다문화가정 어린이가 직접 출연해 한국 사회의 다문화 가정에 대한 시선을 더욱 현실성 있게 보여주는데, 그 중에서도 ‘끼’가 있는 아역스타들은 활발하게 활동하며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데뷔해서 대중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아역 스타들에게는 ‘다문화’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그들은 대체로 ‘백인 혼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문화 가정 아동이라는 말이 익숙한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계 혼혈 어린이들은 오히려 대중으로부터 차가운 반응을 얻고 있어, 한국인의 양면성을 보여주고 있다.

◇ 김수정, 문메이슨, 김태오의 매력은 흰 피부?

▲ 러시아계 혼혈 김수정양(사진=토박스 제공)

 


아역스타 김수정양과 문메이슨군, 그리고 배우 리키킴의 아들 태오군은 전부 혼혈아다. 특히 김수정양의 어머니는 러시아계, 리키김은 미국계 혼혈로, 이들은 전부 조부모의 피를 물려받아 쌍꺼풀 진 큰 눈과 흰 피부를 자랑한다. 아버지가 캐나다인인 문메이슨군 역시 백인 혼혈아다운 귀여운 외모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밖에도 ‘레인보우 유치원’이라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미국계 혼혈 링컨 폴 램버트군, 터키계 혼혈인 알레이나 일마즈양 등이 인형 같은 외모로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 미국계 혼혈 링컨 폴 램버트군(사진=링컨 팬카페 제공)

 


하지만 이들 중 흔히 ‘선진국’이라고 부르지 않는 국가 계통이 아닌 혼혈아들도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다문화 가정 어린이’가 아닌 ‘혼혈아’로 불리면서 동남아계 혼혈 어린이들과는 다른 대우를 받고 있다. 한국인과 외국인이 결혼해서 낳은 혼혈아들일지라도 외국인 부모 국적에 따라 그들을 부르는 말은 달랐던 것이다.

◇ 악플은 왜 ‘까만’ 아이들에게만…

며칠 전 ‘리틀 싸이’로 유명한 황민우군은 ‘악플’에 대해 입을 열었다. 고작 아홉 살인 그에게 “너희 엄마 나라(베트남)로 돌아가라”, “네가 왜 한국에 있느냐” 등의 악성 댓글은 너무 가혹했다.

▲ 스리랑카계 혼혈 지대한군이 출연한 '마이 리틀 히어로' 포스터

 


어린 나이에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민우군이 감당해야 할 상처는 너무 컸다. 그는 “모두 예전 일이다. 이젠 다 잊었다”고 말해 대중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어린 나이임에도 그는 악플에 관해 덤덤한 태도를 보여 지금까지 그가 당했던 차별들을 알 수 있었다.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에 출연한 지대한군은 극중에서도 다문화 가정 어린이 역할을 맡아 명연기를 보였다. 영화 속에서는 필리핀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와 사이에서 태어난 ‘김영광’을 연기했지만, 그는 사실 스리랑카 출신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지대한군과 함께 영화에 출연한 황용연군은 가나 출신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열 살이 채 되기도 전에 부모를 잃었다. 초등학생인 그에게 부모가 없다는 것만큼이나 그를 괴롭혔던 것은 ‘피부색’이었다.

이제는 인종 차별이 익숙한 그는 TV에 나와 “눈에 보이는 걸로만 판단하지 말아달라”며 다문화 가정에 대한 차별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똑같이 혼혈 어린이들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그들의 어머니 혹은 아버지의 국적과 피부색에 따라 달랐다.

▲ 가나계 혼혈 황용연군 (사진=MBC 화면 캡쳐)

 


◇ 다문화 가정 향한 이중잣대 없어져야


지난 2011년 프랑스에서는 한국계 장-뱅상 플라세씨가 상원의원에 당선됐고,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이미 그 이름만으로 한국인의 자부심이 됐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새누리당의 이자스민 의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다.

TV 속에서도 샘 해밍턴, 로버트 할리 등 주로 백인 방송인들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흑인 방송인은 드물다. 국민들이 이런 시선은 그대로 어린이들에게도 반영돼 백인 혼혈 아동은 ‘혼혈아’, 흑인 혼혈 아동은 ‘다문화 가정 아동’이 돼버리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의정부이주노동자상담소의 박은주 활동가는 “사람들은 ‘다문화 가정’이라고 하면 으레 후진국 여성, 노동자, ‘돈’ 때문에 한국에 온 결혼 이주 여성을 떠올린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학교에서도 유럽 등 선진국 혈통 아이들은 선호하며, 여전히 동남아 혼혈 어린이들은 꺼린다”며 한국인의 ‘다문화 가정’에 대한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적어도 어린이들에게만은 피부색에 대우가 달라지는 사회를 보여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남과 다른 외모와 한국말에 서툰 외국인 어머니 혹은 아버지로 인해 학업을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 중 중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는 75.6%, 고등학교의 경우 76.7%에 그쳤다. 이들의 진학률이 90% 이상이 되도록 ‘나’부터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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