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잇따른 ‘미투’ 폭로에 대책 마련 부심
종교계 잇따른 ‘미투’ 폭로에 대책 마련 부심
  • 김복만
  • 승인 2018.03.13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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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사제 성폭력 폭로 이어 개신교·불교계도 미투 번져

[베이비타임즈=김복만 기자] 천주교 사제의 성폭력 사건 폭로로 촉발된 종교계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개신교와 불교 등 종교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직 신부가 수년 전 해외 선교봉사활동 중 여성 신도를 성폭행 하려 했다는 주장이 지난달 말 제기됐다.

천주교 한 여성 신도는 KBS 9뉴스에서 2011년 아프리카 남수단 선교 봉사활동을 할 당시 한 신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한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여성 신도 김민경씨는 KBS 9뉴스에서 2011년 아프리카 남수단 선교 봉사활동 당시 한 신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한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 신도는 “식당에서 나오려고 하는데 (한 신부가) 문을 잠그고 강간을 시도했다”며 “손목을 잡힌 채 저항하다가 눈에 멍이 들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음날 (한 신부의) 후배 신부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면서 “(이후에도) 하루는 (한 신부가) 문을 따서 방으로 들어와 움직이지 못하게 나를 잡고는 ‘내가 내 몸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네가 이해를 좀 해달라’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 신도는 “7년여 동안 피해 사실을 숨기고 있다가 최근 미투 운동에 힘을 얻어 방송에 이 같은 사실을 제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개신교에서는 목사로부터 10년 전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 신도의 폭로가 나온 데 이어 3년간 목사의 성폭력에 시달리면서 낙태까지 했다는 피해자의 주장도 나왔다.

빈민운동가로 알려진 부산의 한 목사는 미투 폭로로 성추행 정황이 드러나자 이를 인정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사과글을 올리기도 했다.

김모 목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한 사과문에서 “지난 1월 31일 공개된 2016년 5월경 00재개발 지구 철거민 투쟁 현장에서 있었던 저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려고 필을 들었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피해자가 용기를 내 고백적인 고발의 내용에는 변명할 여지 없이 채찍으로 받아들인다”면서 “당일 즉시 2차례 사과의 의사를 메시지로 보냈지만 피해자의 심정은 상처로 인해 더욱 고통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의 성추행 사실은 피해자가 지난 1월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용을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피해자는 재개발지구 철거민 투쟁 천막에서 김 목사가 신체 주요 부위를 만지려 하고 키스를 하려고 해 천막을 뛰쳐나왔다는 내용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 ‘미투 공감·소통 제1차 간담회’를 열고 문화예술계 현장의 성폭력 실태와 문제 개선을 논의하고 있다.

 


불교계에서는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에 수년 전 조계종 유명사찰의 스님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나왔고, 한 여성은 사찰 종무원으로 일하면서 성희롱과 성추행 당한 경험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종교계에서도 성범죄는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어 왔다. 2010~2016년 전문직군별 성폭력 범죄 검거 인원 5,261명 가운데 종교인이 681명으로 가장 많다는 경찰청 통계를 봐도 종교계 성범죄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하지만 폐쇄적인 종교 조직의 특성상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쉬쉬하고 은폐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설사 성폭력 문제가 제기돼도 이에 대한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도 은폐 분위기에 일조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종교계에서 미투 운동이 빠르게 확산하지 못하는 것은 성직자가 절대적 권위를 지닌 종교계 특성상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공개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최근 미투 운동의 확산과 함께 종교계 내에서도 의식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천주교는 신부 성폭력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키자 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가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한 데 이어 지난 5~9일 열린 주교회의 정기총회에서 이 문제를 긴급 안건으로 올려 논의해 대책을 내놨다.


조계종도 바짝 긴장하면서 성폭력 예방 교육 강화와 사건 발생 시 대처 등의 지침을 담은 공문을 각 교구에 보냈다.

개신교 단체인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지난 4일 교회 내 성폭력 피해자 약 30명이 모여 피해 경험을 털어놓는 비공개 말하기 대회를 개최한 데 이어 해외 목회자 성폭력 사례를 살펴보는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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