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옥희의 행복맘 마음육아] 세 가지 유형으로 본 ‘기질(氣質) 육아’
[윤옥희의 행복맘 마음육아] 세 가지 유형으로 본 ‘기질(氣質) 육아’
  • 이진우
  • 승인 2017.09.2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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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옥희 윤교육생태연구소장 / ‘강점 육아’의 저자

 

저에겐 두 명의 동생이 있습니다. 둘 다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고 백일이 좀 지나 가족 모임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귀엽기로는 세상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사랑스러운 조카들이지만 서로 기질은 사뭇 달랐습니다.

시끄럽고 북적거리는 음식점 안에서 한 조카는 평온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보는 것이 신기하기라도 한 듯 두리번두리번 바라보기만 할뿐 엄마 품에 안긴 채로 조용히 있다가 옆에서 전쟁이 일어나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다른 조카는 붐비고 시끄러운 공간이 너무나도 힘들었던지 계속 울어댔던 탓에 동생은 식사 시간 내내 조용한 공간을 찾아다니면서 아이를 달래고 어르면서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도 모르겠다” 투덜대며 힘들어했습니다. 

같은 공간, 같은 상황 속에서도 이렇게 다른 모습을 보이는 두 아이, 왜 그럴까요? 바로 ‘기질’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서로 다른 기질을 타고 태어나는 겁니다. 

교육심리학에서는 아기가 태어날 때부터 보이는 성격상 특징을 기질(氣質, temperament)이라고 부릅니다. 어떤 아이는 엄마가 안아주고 조금만 놀아줘도 금세 기분이 좋아지고 우유도 잘 먹고 쉽게 잠이 들지만, 어떤 아이는 시도 때도 없이 울음을 터트리고 한 번 울음보가 터지면 아무리 달래도 잘 그치지 않습니다.

다른 환경에서 자라면 성격이 다를 수 있겠지만 같은 환경과 같은 부모에게서 자란 형제자매의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이유도 저마다 ‘다른 기질’을 타고 났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타고났다 하더라도 기질이 바뀌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것이 아동기와 청소년까지도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아이의 타고난 기질을 부모가 어떻게 받아주고 상호작용하는지, 어떻게 이를 잘 고려해 애착을 형성하는 지가 성격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 만큼 ‘기질별 육아’는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어떤 ‘기질’을 타고 나는지 알아볼까요. 1977년 미국의 정신과 의사인 스텔라 체스와 아동학자인 알렉산더 토마스 부부는 한 연구를 통해 아이들 기질의 차이를 크게 ▲순한 아이 ▲느린 아이 ▲급하고 까다로운 아이 등 세 유형으로 나눴습니다. 

힘든 육아 생활 속에서 부모들이 볼 때마다 “어쩜 저렇게 얌전할까? 부모는 복 받았네~!!”라며 감탄을 내뱉는 경우는 보통 순한 기질의 아이들입니다. 

순한 아이들은 규칙적으로 밥을 먹고 자며 새로운 환경을 접하더라도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데다 울어도 부모가 달래주면 금세 그치는 편안한 감정 상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에 평소 부모가 하라는 대로 잘 따르는 편이기에 자율성과 주도성이 꺾이는 경향성이  많습니다.

따라서 부모는 순한 기질의 아이가 원하는 것에 귀 기울이면서 늘 “엄마는 네가 무엇을 원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정서적 교감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면서 아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조금씩 도전하고 성취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느린 아이는 환경 변화에 적응이 늦기 때문에 조심성과 수줍음이 많고, 낯선 사람이나 새로운 사물에 부정의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런 만큼 이런 아이들은 조금 더디더라도 남과 비교하지 않고 아이의 기준에 따른 속도를 인정해 줘야 합니다. 

새로운 환경에 빨리 적응하도록 서두르도록 강요하지 말고, 새로운 친구나 낯선 상황에 놓였을 때 서서히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습니다. 

가령, 느린 기질의 유아일 때 키즈카페나 놀이터에서 새로운 놀이감을 발견했거나 처음 보는 친구를 만났을 경우 부모는 아이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다가 서서히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혼자 놀 수 있도록 해주면 좋습니다. 

부모가 육아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유형은 마지막 유형인 까다로운 기질의 아이입니다. 작은 자극에도 쉽게 반응하고 예민하기 때문에 많이 울고 잠을 잘 안자거나 음식도 불규칙하게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런 아이들은 성장 과정에서 무엇보다 안정적이면서 일관된 양육 태도를 보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동생 과자 뺏어 먹지 말랬지? 계속 그래서 동생 울렸다간 너 맴매할 줄 알아?”라고 윽박지른 엄마가 있다고 가정해 봅니다.

그런데 엄마의 이런 꾸지람에 아이는 더 크게 마음이 동요해 억울하기도 하고 감정 기복이 크기에 “엄마 미워”, “내 엄마 아니야”라며 소리를 지릅니다. 더욱이 “너, 엄마한테 대들어?”라고 덩달아 엄마가 화를 내면 아이는 감정이 더 격앙돼 쉽게 울음을 그치지 않습니다.

서로 스트레스가 고조된 상황인지라 엄마의 목소리도 점점 커져만 갑니다. “너, 자꾸 그러면 집 밖으로 쫓아버린다!”. 엄마 입장에서는 화가 나서 한 행동과 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마음이 아직 단단하게 여물지 못한 아이는 부모의 ‘폭언’에 그대로 상처를 입기 마련입니다. 

이런 상황이 자주 반복되면 아이의 까다로운 기질을 더욱 까다롭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아이들은 유아와 아동 시기를 넘어 이후로도 쭉 부모의 안정적이고 일관된 태도와 언어가 중요합니다.

특히, 영아 시기에는 부모와 아이의 애착이 아이의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육아의 스트레스 속에서도 아이의 기질을 생각하고 그에 맞춰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따뜻한 태도와 말로 안아주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부모의 이같은 노력 속에서 까다로운 기질의 아이는 점차 부정적 정서를 점차 줄여나갈 수 있고, 스트레스 속에서도 부모의 안정된 성격을 보고 배우면서 감정을 조절하는 훈련을 해 나갈 수 있게 됩니다.

‘당장 힘든데 말이 곱게만 나올 수 있어요?’라고 생각하는 부모도 있겠지만 아이의 10년 후, 20년 후를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우리 아이가 주변 사람들에게 늘 사랑과 관심을 받고. 동시에 긍정의 생각과 태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주는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 당장 힘들더라도 사랑과 인내로서 ‘기질 육아’에 집중하고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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