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논단] 유아교육 질 제고 관점에서 사립유치원 정책
[교육논단] 유아교육 질 제고 관점에서 사립유치원 정책
  • 송지나
  • 승인 2017.09.24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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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사립유치원은 국가의 교육의무 부담을 덜어주는 민간 파트너”

[베이비타이즈=송지나 기자] 정부는 유아교육의 공공성과 공교육기관으로서 유치원의 의무를 강조하면서 국공립유치원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립유치원들은 국공립 교육기관 확대도 중요하지만 우선 국공립과 사립 유치원간 유아교육비 차별부터 해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공립유치원 원아와 사립유치원 원아를 차별해 지원하고 있는 교육비를 균등하게 지원함으로써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유아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획일화를 조장하는 누리과정을 통한 표준화 교육을 탈피해 영유아들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기를 수 있도록 유치원 교육 정책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아교육의 질 제고를 위한 유아교육정책은 무엇인지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의 의견을 들어본다.

다음은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유아교육법 개정을 통한 유아교육의 정상화 방안’ 세미나에서 발표한 ‘유아교육 질 제고 관점에서 사립유치원 정책’ 주요 내용이다.

▲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유아교육법 개정을 통한 유아교육의 정상화 방안’ 세미나에서 ‘유아교육 질 제고 관점에서 사립유치원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립유치원의 위상 회복 시급

지금까지 정부는 유아교육의 공공성, 공공교육기관으로서의 의무를 강조하며 사립유치원을 규제의 대상으로 여겨왔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립유치원 재무회계규칙의 도입 시도는 바로 그런 인식의 연장선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사립유치원은 국가의 교육 의무를 상당부분 덜어주는 정부의 파트너이다. 상하 또는 종속 관계가 아니라 협력과 보완의 관계이다. 우리나라의 유아교육을 이끌어 온 것도 사실상 사립유치원이고 100년에 이르는 유아교육 역사에서 국공립유치원이 등장한 건 불과 30여년에 불과하다.

기본적으로 정부의 유아교육 지원은 소외계층, 소외지역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 만약 민간, 사립유치원이 현저히 낮은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교육비를 현실성 없이 높게 책정하는 등 해당 지역 유아들의 교육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면, 정부가 유아교육 시장에 진입해 그런 유아들을 수용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국공립유치원 확대 정책을 내세워, 새롭게 주거구역이 생기는 곳에 국공립, 특히 단설유치원을 먼저 세우고 있다. 인구밀도가 높아 어느 정도의 수익성이 확보되는 곳엔 국공립이 선점하고 반면, 읍면지역이나 도서벽지에서의 공립유치원의 수는 감소하고 있다.

수요자 중심 유아교육의 방향

2012년을 기점으로 사립유치원에 대한 관점은 ‘유치원-설립자 일체형’ ‘영리성 허용형’에서, 이후 ‘유치원-설립자 분리형’ ‘시설 헌납을 전제로 하는 비영리형’으로 바뀌었다. 바로 정부의 만 3~5세 누리과정 시행으로 사립유치원에도 정부 지원금이 투입되면서부터다.

정부 지원금이 늘어날수록 사학에 대한 정부의 요구는 자주성과 공공성, 두 축의 기울기에서 점점 후자 쪽으로 기울어지게 된다.

그런데 수요자 입장에서 볼 때 누리과정 시행과 그 이후의 사립유치원비 인상률 상한제 적용, 사립유치원 재무회계규칙 도입, 국공립유치원 확대 등이 유아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할까.

먼저, 누리과정 시행은 수요자의 눈높이를 하향 평준화시키고 있다.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은 교육내용을 가르쳐야 하니 유치원 간 프로그램의 차별성이 거의 사라졌다. 주변에 인기있는 타 기관을 벤치마킹할 유인도 없어졌다. 유치원마다 특화된 프로그램이 사라지자 부모들은 시설의 규모나 교구 수준 등 외형에 판단 비중을 둘 수밖에 없게 된다.

최근 4차 산업혁명 바람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창의성과 문제해결 능력, 사회성 등 증진을 위해 교육계의 교육 혁명이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그런 능력의 함양은 유아기가 디딤돌이 될 수밖에 없다. 만 3세부터 모든 아이들이 같은 교육과정을 밟아야 하는 이 시스템에서 과연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인재를 길러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유치원비 통제에도 나섰다. 교육부는 2016학년도 1학기부터 각 유치원에 유치원비 인상률 상한제를 적용해, 유치원장이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원비를 결정하도록 하였다.

현장에서 일부 부모들은 교육비를 더 부담하더라도 지금보다 신뢰가 가는, 서비스 질이 높은 교육기관에 자녀를 맡길 의향이 있다. 하지만 유치원이 서비스 질을 높이려 해도 한정된 예산으론 한계에 부딪힌다.

자질과 역량이 높은 교사를 채용하고 교구와 프로그램의 질을 높여야 하고, 교육시설 환경을 개선하고, 바른 먹거리 급식·간식을 구매하는 데에는 예산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리과정과 사립유치원비 인상률 상한제라는 정부 규제는 유아교육의 획일화를 초래하고 학부모들의 교육선택권을 가로막고 있다. 또한 지난 9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되는 사립유치원 재무회계규칙은 당장은 사립유치원의 재정 투명화와 관리·감독 강화처럼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유아교육 서비스 질 저하와 연결될 수 있다.

사립유치원의 80%가 개인이 운영하는데, 다수가 시설 설립 시 수억원의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고 유치원 운영을 통해서 갚아나가는 실정이다. 또한 일부 시설장은 자기소유의 교지 및 교사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재무회계규칙에서는 유치원 설립시의 차입금은 인정하지 않고, 설립자의 각종 자산에 대해 공적 사용료 지급과 감가상각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사유재산 헌납을 전제로 유치원을 설립한 게 아니라면, 시설장이나 유치원장 누구나 우회적인 방법을 쓰더라도 재산회수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 과정이 과연 유아교육 서비스 질과 무관할 수 있을지 학부모 입장에서는 불안하다.

▲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유아교육법 개정을 통한 유아교육의 정상화 방안’ 세미나에서 ‘유아교육 질 제고 관점에서 사립유치원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사립유치원 정책, 학부모 관점에서 재고 필요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국공립 어린이집·유치원의 이용률이 40%가 되도록 국공립 시설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시설 하나 당 100명을 수용한다고 가정하더라도 5,270개가 신설되어야 하고, 건물 신축비도 상당하지만 향후 이들 국공립 기관에 대한 시설 운영비와 인건비 지원은 어마어마한 국가지출을 요구한다.

이렇게 볼 때 사립유치원은 그런 정부 부담을 덜어주는 민간 파트너이다. 공사립 유치원에 대한 학부모들의 설문조사 결과, 공립유치원 학부모는 ‘저렴한 교육비용’을, 사립유치원의 학부모는 ‘다양한 체험활동’에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그렇다면 학부모들이 생각하는 사립유치원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답은 나와 있다. 교육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이고 여기에는 교육과정의 다양성, 안전한 먹거리와 시설환경, 능력과 자질을 겸비한 교사 등이 포함된다.

정부가 공공성을 앞세워 사립유치원에 재정적, 행정적 제재를 가할수록 유아교육 서비스 질과 학부모 선택지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일방적 규제로 점철되는 사립유치원 정책, 이제라도 학부모의 바람에 조응하며 방향전환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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