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논단] 김정호 교수 “사립유치원 재무회계규칙은 잘못된 법”
[보육논단] 김정호 교수 “사립유치원 재무회계규칙은 잘못된 법”
  • 김복만
  • 승인 2017.03.2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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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의 교육·회계 통제는 바우처제도 취지 맞지 않아”
한국유아정책포럼서 ‘사립유치원의 정체성과 정책 방향’ 발표

[베이비타임즈=김복만 기자]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정부가 사립유치원에 적응할 시간을 주지 않고 학교법인용 재무회계규칙을 적용해 설립자의 권한과 교육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사립유치원 설립자에게 시설사용료와 설립자로서의 기여에 대한 정당한 대
가를 지출할 수 있도록 규칙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학부모에게 지원하는 보육보조금 때문에 불가피하게 교육내용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면 바우처를 받지 않는 사립유치원, (가칭)자율형 사립유치원을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정호 교수는 24일 개최된 한국유아교육포럼에서 ‘사립유치원의 정체성과 정책 방향’ 주제발표를 통해 “사립유치원에게 국공립유치원에게나 필요한 회계규칙과 프로그램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사립유치원에 적응할 시간을 주지 않고 학교법인용 재무회계규칙을 적용해 설립자의 권한과 교육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새로운 회계 방식으로 인해 유치원 설립자들은 학부모나 국가로부터 받은 수입을 설립자라는 명목으로는 한 푼도 가져갈 수 없고, 다만 원장이라는 직책에 대한 보수의 형태로만 대가를 가져가게 되면서 투자자로서 설립자의 지위는 완전히 박탈당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회계규제가 사립유치원의 일거수 일투족을 통제하는 수단이 돼서는 안되고, 주식회사의 외부감사법인이 사회에 공개하는 수준이면 족하다”며 “지금처럼 회계통제를 해야 한다면 최소한 유치원 설립자에게 시설사용료와 설립자로서 기여에 대한 정당한 대가는 지출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가 24일 서울 여의도 침례교회 교육관에서 개최된 한국유아정책포럼 창립기념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정책 방향에 적응할 시간이 없었던 사립유치원 경영자들을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지정한 항목 외에는 지출이 허용되지 않고 있는 학교법인용 회계기준을 사유재산으로 설립된 사립유치원에 무리하게 적용하고, 정책에 적응할 시간조차 주지 않은 채 추진함에 따라 사립유치원 설립자들을 ‘범죄자’로 낙인 찍고 있다는 것이다.

올바른 법이라면 사회의 관습과 통상적인 행동방식을 수용해야 하고, 통념에 따라 행동한 것이 범죄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상식에 따라 행동하면 범죄가 되고, 법을 따르면 파산을 하게 되는 법이라면 범법자의 잘못이 아니라 법이 잘못된 것”이라면서 “2012년 이후 갑자기 사립유치원에 적용되기 시작한 재무회계규칙은 잘못된 법”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또 “교육이 국가 책임이라는 미명 아래 정부는 회계규제와 비용통제를 통해 교육의
다양성을 파괴하고 모든 유치원을 국공립처럼 획일화하고 있다”면서 “이는 국가 권력의 남용이고 오용”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의 획일화는 아이들이 4차 산업혁명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게 만들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망치는 일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부는 왜 사립유치원에 대해 직접 재정지원을 하지 않고 바우처제도(아이사랑카드)를 실시하게 되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 “바우처제도를 실시하는 이유는 국민이 돈 안들이고 교육을 받으면서도 선택권을 주기 위함이며 또 그 선택을 받기 위한 학교들의 노력을 촉진하기 위함”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바우처는 사립유치원이 아니라 학부모에 대한 보조금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학부모에게 바우처 대신 현금을 줬다고 생각해보라. 그 현금을 유치원이 받았을 때 국가가 무슨 권리로 그 돈의 사용처를 감사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바우처를 이유로 사립유치원의 교육과 회계에 대한 통제를 하는 것은 바우처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특히 사립유치원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학부모의 선택을 돕기 위한 정보 공시와 폭력 등을 단속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 24일 여의도 침례교회 교육관에서 열린 한국유아정책포럼 창립기념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의 ‘사립유치원의 정체성과 정책 방향’ 주제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그는 “유아들에게 자유롭고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하려면 먼저 유치원이 자유로워야 한다”면서 “사립유치원의 ‘사립다움’을 지키기 위해선 사립유치원의 자유 허용, 자율형 사립유치원의 인정, 회계규제 현실화 등 정책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사립유치원에게 국공립유치원에게나 필요한 프로그램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며 “바우처제도 때문에 불가피하게 교육내용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면 바우처를 받지 않는 사립유치원, 즉 자율형 사립유치원이라도 허용해야 하고, (가칭)자율형 사립유치원에 대해서는 교육의 내용과 유치원비 등에 대해서 간섭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어 “사립유치원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유아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그 역할을 잘 해왔는데 지금은 위기에 처해 있는 게 현실”이라며 “사회에서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온갖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받기도 하는 등 사립유치원 교육의 다양성이 유아교육의 국가책임제라는 틀 속에서 파괴되고 말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항상 학부모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사립유치원의 장점은 다양성과 창의성이었다”면서 “사립유치원이 얼마나 우수하고, 국가예산을 위해서도 얼마나 유리한지, 기존의 국공립확대 정책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피해가 가는지를 파악해 학부모와 납세자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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