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자녀 진로탐색 지원 가장 시급
다문화가정 자녀 진로탐색 지원 가장 시급
  • 김복만
  • 승인 2016.12.24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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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언어 능력 배양·진로상담 등 교육프로그램 강화 필요

[베이비타임즈=김복만 기자]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하고 타고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활용한 교육 및 인재육성 프로그램 도입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문화가정 학생들에 대한 진로진학과 상담을 원활하게 지원하기 위한 교원 및 전문가 양성 교육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문화가정 2세대에 대한 지원 방안으로 다른 무엇보다 청소년의 진로 탐색을 돕는 게 중요하다고 한 목소리로 강조한다.

다문화 정책이 이주민 1세대인 외국인 근로자, 결혼 이주 여성 등에 초점을 두고 있는 사이 2세대는 자칫 정책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다문화가족 자녀를 글로벌 인재로 육성
 
정부와 지자체는 다문화가족 자녀들이 가진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언어 능력을 통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가속화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다문화가족 자녀들이 이중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가족환경에서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한다.

여가부는 지난 8월18일 서울 용산구 용산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강은희 장관과 이동국 한국방송통신대 총장직무대리,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대표, 소근 세이브더칠드런 사무총장, 남상건 LG연암문화재단 부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중언어 가족환경 조성 사업’ 공동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한국방송통신대는 이중언어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청소년 미디어 창작 지원 등에 힘써온 다음세대재단은 그림동화를 활용한 이중언어 애니메이션을 보급한다.

‘사랑의 다문화학교’를 운영해온 LG연암문화재단은 언어 인재 과정과 대학생 멘토링을 통해 이중언어 인재 발굴을 지원한다.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인 세이브더칠드런은 다문화 인식 개선과 이중언어 교재·교구 보급에 나선다.

교육부는 청소년기에 진입하는 다문화학생이 늘어나는 데 맞춰 다문화 학생의 진로진학과 상담을 주제로 하는 교원 연수를 지난 8월 진행했다.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8월 16일부터 2박3일간 충북대에서 진로진학 및 전문상담교사 150여명을 대상으로 다문화교육 직무연수를 실시했다.

과거에도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다문화교육 연수는 있었지만 ‘다문화학생의 진로진학과 상담’만을 주제로 전국 단위의 교원 연수를 보다 강화한 것이다.

교육부가 이같은 연수를 준비한 것은 다문화학생 중 청소년기에 진입하는 학생 수가 늘어나는데 따른 것이다.

다문화학생 가운데 중학생 수는 2013년 1만1,294명에서 2015년에는 1만3,865명으로, 고등학생은 5,056명에서 8,388명으로 각각 증가했다.

연수 프로그램은 ‘다문화가정의 이해’와 ‘다문화학생 진로진학 및 전문상담의 이해, ’다문화상담의 실제‘ 등 15시간으로 편성됐다.

▲ 수원시로부터 ‘글로벌 다문화특성화학교’로 지정된 지동초등학교가 다문화 학생을 위한 한국어교실을 운영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다문화학생들이 한국어수업을 받는 모습.

 


수원시 ‘글로벌 다문화특성화학교’ 지정 프로그램 성과

수원시가 다문화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운영하는 이하을 위한 한국어교실을 운영하는 ‘글로벌 다문화특성화학교’ 지정 프로그램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수원시는 지동초등학교와 세류초등학교를 ‘글로벌 다문화특성화학교’로 지정하고 한국어를 가르치고 한국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도입한 이후 수원 지동초등학교는 지난해 다문화 학생이 70명에서 올해 92명으로 22명(31.4%) 늘었다. 세류초등학교도 지난해 34명에 불과했던 다문화 학생이 올해에는 46명이 몰리면서 80명이 됐다.

올해 ‘글로벌 다문화특성화학교’로 선정되면서 일어난 변화다.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소식이 퍼지자 이 두 학교에 다문화학생이 몰린 것이다.

수원시는 지난 2월 수원교육지원청, 경기대와 ‘다문화 특성화 학교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공모를 통해 지동·세류초등학교 두 곳을 글로벌 다문화특성화학교로, 수원초 등 6곳을 다문화협력학교로 각각 지정해 한국어 교육프로그램 사업비로 2억원을 지원했다.

다문화 학생만으로 구성된 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의 다문화 학생을 위해 시가 예산을 들여 교육지원을 한 것은 수원시가 처음이다.

두 학교는 전문강사가 가르치는 한국어 교육 과정을 만들고, 이중언어(한국어와 부모 나라 언어) 말하기 대회, 이웃 나라 문화체험 등 다문화 학생이 한국 학생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수원시가 다문화 학생 교육지원에 나선 것은 낯선 나라에 온 다문화 학생들이 특히 언어문제로 한국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우리 도시에 뿌리를 내리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겠다”면서 “앞으로도 지속적이고 체계적이고 차별화된 다문화교육정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이 11월 13일 성남시 분당구 한국잡월드에서 열린 ‘다문화가족 자녀성장 지원을 위한 ’多재다능‘ 직업체험 행사’에서 직업체험에 참여한 다문화가족 자녀들을 격려하고 있다.

 


전문가 “소질 파악 위한 정보 접근성 높여야”

전문가들은 다문화 청소년에 대한 지원을 특혜로 보기보다 미래 세대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와 투자라고 보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소질 개발을 위한 정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문화가정 2세대는 부모인 이주민 1세대와 비교하면 문화 수용성, 언어 능력 등이 뛰어난 데다 한국 사회 체계에도 익숙하다는 강점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문화 학생들은 직업 교육, 진로 탐색을 위한 조언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스로 살길을 찾으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차윤경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개별적으로 기관을 찾아다니며 직업 훈련을 받기는 어려운 만큼 학교 프로그램의 하나로 특강을 여는 방법도 추진할 만하다”고 말했다.

무지개청소년센터 인식개선팀 신국균 팀장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이주배경 청소년으로서 지닌 역량을 키워 한국 사회에서 한몫하도록 돕는 게 궁극적인 지향점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장 생활에 필요한 한국어 교육, 직업 체험, 진로 소양 교육 등 기본적인 교육을 강화하고, 한편으로는 바리스타, 제과제빵사, 메이크업아티스트 등 전문적인 기술을 배워 실질적이고 안정적인 자립이 가능하도록 하는 일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 팀장은 “다문화가정 2세를 성급하게 ‘학교 안 청소년’으로 편입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면서 “정규 학교가 아닌 외부 기관에서 듣는 수업에 대해서도 학기 중 출석 일수로 인정해 졸업 문턱을 낮춰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어렸을 때부터 한국어, 부모의 모국어인 외국어를 구사하는 이중언어 인재로 성장할 잠재력이 높지만, 기본적인 정보가 부족하고 본인의 소질이 어떤지 파악하기도 쉽지 않아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들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진로 탐색 과정도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다문화유치원 교육 모습. 다문화유치원은 다문화가정 유아가 많은 유치원을 선정해 언어·문화 이해와 의사소통능력 신장을 위한 교육을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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