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칼럼] 표류하는 대한민국호(號)
[김동철칼럼] 표류하는 대한민국호(號)
  • 김동철
  • 승인 2016.12.0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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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철 베이비타임즈 주필·교육학 박사 / ‘환생 이순신, 다시 쓰는 징비록’ 저자

 

우리나라는 지구상에서 유례가 없는 인성교육진흥법을 가지고 있다. 이 법은 지난 7월 12일 시행된 지 꼭 1년을 맞았다. 얼마나 인성이 무너지고 실종되었으면 이런 법이 생겼나 하는 자괴감이 솟는다. 

지난 2012년 학교폭력이 극성을 부려 자살자가 잇달았고 2014년 세월호 참사로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에 허점이 드러났을 때 “이게 정말 나라인가?”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 이후 여기저기서 무너지고 부서지고 불타고 죽어나는 재난이 발생했지만 국가안전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뒷북행정으로 일관한 모양새였다.

사사건건 정쟁에 몰두하던 여야는 2014년 말 여야 합의로 인성교육진흥법을 통과시켰다. 우리 시대의 인성이 무너져 내려 탐욕이 판치는 천박하고 저열한 사회라는 데 모두 공감했던 모양이다. 

오늘날 언론에 비친 우리 사회상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들로 도배하고 있다. 권력과 돈과 명예를 놓고 가진 자와 없는 자, 남녀노소 간에 피 튀기는 경쟁만 보일 뿐이다. 물질문명을 받드는 물신주의(物神主義)가 만연한 것이다.

돈은 생활을 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이지만 욕심이 보태져 탐욕으로 번지면 돈에 사람이 갇히고 끝내 패가망신(敗家亡身)의 파멸로 가는 경우를 우리는 흔히 보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를 통해서 나타난 공직자들의 비위사실은 어쩌면 빙산(氷山)의 일각일지 모른다. 아직도 숨겨진 비리나 비위는 여전할 것이다. 국민세금인 ‘눈먼 돈’은 곧 주머니 쌈짓돈으로 허랑방탕하게 소비되는 경우가 매우 많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은 안보비상의 위중한 국면을 맞고 있다. 북핵 방어 시스템을 놓고 사드 배치를 하느니 못하느니 국론은 갈가리 찢어졌다. 이 세상 어느 나라가 자기들의 안위를 위협하는 방어책을 놓고 이렇게 태평하게 티격태격하고 있을까. 참으로 기이하고 이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이나 미국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사대주의(事大主義)에 빠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국방과 안보를 빙자해서 나랏돈을 빼먹는 방산비리가 여전하다. 대통령도 말했지만 ‘방산비리는 이적(利敵)행위’다.

세계 경제규모 10위의 거함 대한민국호(號)는 이른바 ‘최순실의 국정농단’, 동북아 안보비상과 경제성장 둔화 등으로 그 방향타를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 전형적인 내우외환의 외로운 형세다. 

400여년전 율곡(栗谷) 이이(李珥)는 목숨을 내놓고 선조(宣祖)에게 상소문 만언봉사(萬言封事)를 올렸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18년 전인 1574년 이이는 불길한 예감을 감지한 듯 다음과 같이 선견지명을 밝혔다.  

“조선은 하루가 다르게 붕괴되어가는 한 채의 집(腐朽日甚之大廈 부부일심지대하)입니다. 지금 나라가 나라가 아닙니다(基國非基國 기국비기국)”라고 충간했다. 기둥을 바꾸면 서까래가 내려앉고, 지붕을 고치면 벽이 무너지는 나라, 조선의 기사회생을 간했던 이이는 “어느 대목(大木)도 손을 댈 수 없는 집”이라고 했다. 이 말은 바로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대변해주는 것 같아 등에 진땀이 난다.
   
이이가 가장 걱정스러웠던 7가지 문제점(時弊七條策)을 지적한 상소문 ‘만언봉사’의 그 첫째는 ‘위아래 사람들이 서로 믿는 실상이 없다(上下無交孚之實 상하무교부지실)’는 것이었다. 임금, 조정, 관리와 백성 간에 무신불립(無信不立), 신뢰가 없으니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없는 불신상황이 빚어지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둘째, ‘신하(관료)들이 일을 책임지려는 실상이 없다(臣人無任事之實).’
오늘날 국회의원 등 고위층의 갑질, 법조계의 전관예우, 관(官)피아의 기득권 챙기기, 똥별들의 방위산업비리 및 하위직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셋째, ‘임금이 경연에 참석은 하지만 덕을 성취하는 실상이 없다(經筵無成就之實 경연무성취지실).’
경연은 오늘날 국무회의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같이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가경영회의인데 작금의 안보비상이나 경제난, 취업난 등을 놓고 이렇다 할 실효적인 정책이 없다는 것이다. 

넷째, ‘현명한 인물을 등용해도, 그 계책을 수용하는 실상이 없다(初賢無收用之實 초현무수용지실).’
리더가 갖춰야할 첫 번째 덕목은 국민과의 소통능력. 그리고 국방, 안보, 외교 등 위기극복 관리능력이다. 이 대목에서 류성룡의 ‘징비록(懲毖錄)’은 치국(治國)의 교과서로서 리더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고전이 아닐 수 없다. 이순신 장군은 한산도 진영의 운주당(運籌堂)에서 휘하 장수들과 일개 병사까지 상하를 막론하고 군사에 관한 정보, 의견 등을 경청하고 토론한 결과, 항상 이기는 싸움을 할 수 있었다. 

다섯째, ‘하늘이 내린 재변을 만나도 반성하여 순응하는 실상이 없다(遇災無應天之實 우재무응천지실).’
세월호 참사 때 해양경찰, 해양관련 부처 공무원들은 국가 재난을 그저 강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정부의 위기관리 시스템의 붕괴는 곧 지도자의 무능력으로 각인됐다. 또한 북핵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국가가 위기상황에 봉착했지만 국론은 좌우로 분열돼 적전분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여섯째, ‘많은 계책이 있어도 백성을 구제하는 실상이 없다(群策無救民之實 군책무구민지실).’
정부가 아무리 정책을 내놓아도 거대 야당이 국회에서 발목을 잡는 이상, 정책 파행은 불가피하다. 또한 나라의 안보와 경제는 기울어져 가는데 보국안민(輔國安民)의 정책은 실종되었다.

일곱째, ‘인심이 선을 지향하는 실상이 없다(人心無向善之實 인심무향선지실).’
윗물이 부정하니 아랫물이 혼탁한 것은 악순환의 이치다. 백성은 유혜지회(有惠之懷)해서 자신에게 혜택을 주는 쪽으로 붙게 마련이다. 임진왜란 때 왜군의 앞잡이 노릇을 했던 순왜(順倭)가 바로 그 예다.      

이와 같은 국가의 총체적 난맥상은 이 나라 지도층의 인성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못한 결과이다. 지금부터라도 자라나는 어린 학생들에게 인성교육진흥법의 핵심 8대 핵심가치(예, 효,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를 실천에 옮기는 참교육으로 방향전환해야 한다.

관리의 임명과 보직 등 인사권을 가진 이조판서 율곡 이이가 한번은 류성룡 대감에게 “이순신이라는 올바른 사람이 있다고 들었는데 언제 한번 봤으면 좋겠다”고 하자 류성룡이 하급무관이었던 이순신에게 이 말을 전했다. 이순신은 “같은 문중(덕수 이씨) 사람이라는 것은 압니다. 그러나 인사권을 가진 이조판서와 만남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라고 확실하게 답했다.    

오늘날 우리는 선공후사, 임전무퇴, 살신성인을 보여준 이순신 장군에게서 특히 청렴결백과 원칙 등 배워야할 점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김동철 주필 약력>

- 교육학 박사
- 이순신 인성리더십 포럼 대표
- 성결대 파이데이아 칼리지 겸임교수
- 문화체육관광부 인생멘토 1기 (부모교육, 청소년상담)
- 전 중앙일보 기자, 전 월간중앙 기획위원
- 저서 : ‘이순신이 다시 쓰는 징비록’ ‘무너진 학교’ ‘밥상머리 부모교육’ ‘환생 이순신, 다시 쓰는 징비록’

▲ 김동철 베이비타임즈 주필·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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