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칼럼]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대피하라!”
[김호중칼럼]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대피하라!”
  • 온라인팀
  • 승인 2016.10.13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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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중 시민옴부즈맨공동체 공동대표

 

국민 10명이 목숨 잃었지만 ‘시스템’ 탓으로 돌려
책임회피 말고 이번엔 ‘소 잃고 외양간’ 꼭 고치자

미국을 습격한 허리케인 매슈로 인해 미국 국민 최소 10명이 사망했다. 이에 앞서 매슈는 아이티에 상륙해 1,000명에 가까운 사망자를 내는 등 큰 생채기를 냈다.

우리나라는 이에 앞서 지난 4일과 5일에 걸쳐 제18호 태풍 차바가 제주도와 남해안 지역을 강타했다. 차바로 인한 사망·실종 피해는 10명, 재산피해는 2,000억원 가량으로 집계됐다.

태풍, 홍수, 지진 등 거대한 자연재해 앞에 인간은 무력하기 짝이 없다. 우리는 자연의 위력 앞에 어쩔 수 없었다는 말로 모든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까 싶다.

짧은 시차를 두고 발생한 허리케인 매슈와 태풍 차바를 대하는 미국과 한국 정부의 대응은 달랐다. 미국은 매슈가 도달하기 이틀 전부터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현지시간 4일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는 “생명을 보호하는 게 급선무”라며 “매슈가 플로리다를 직접 강타하면 수년간 보지 못한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자동차에 기름을 채우고 상점을 찾아 마실 물과 비상식량을 구입하는 등 대비하는 모습이 방송으로 전해졌다. 이어 6일 릭 스콧 주지사는 “어떤 이유도 필요 없다. 대피하라. 대피하라”며 “(허리케인이) 당신을 죽일 수도 있다. 시간이 없다”고 다급하게 대피명령을 내렸다.

매슈의 세력이 약화됐고, 상대적으로 사망자 발생규모도 적었다. 플로리다 주에서 4명, 조지아 주와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각각 3명씩 총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숨진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노약자들로 강풍으로 쓰러진 나무에 깔려 숨졌다. 사망자 수로는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사망자 수를 단순 비교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자하는 게 아니다.

재해를 바라보고 위기에 대응하는 철학과 실천의 차이는 컸다. 한국의 지난여름은 유독 폭염에 시달렸다. 정부는 폭염에 대비하라고 휴대폰을 통해 경고문자로 외출자제 등을 경고한 바 있다.

또 미세먼지 문자알림서비스를 도입해 국민건강을 위해 대비정보를 보내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태풍 차바에 대해서는 대피문자나 직접방송이 없었다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차바는 이미 슈퍼 태풍으로 격상된 상태였다. 슈퍼태풍은 ‘미국 합동 태풍경보 센터’에서 사용하는 태풍 등급의 최고단계로, 지난 3일 최대풍속 시속 241km를 넘어선 상태였다. 허리케인 매슈의 풍속은 시속 233km이었다. 숫자로만 보면 미국 허리케인보다 한국 차바가 더 위력적이었다.

이번 태풍 차바의 피해가 컸던 곳은 울산이었다. 울산에 폭우가 오전 11시 무렵부터 쏟아지기 시작해 40분 만에 태화강 수위는 3미터로 올라갔고, 다시 30분 만에 4.5미터까지 올라간 뒤 다시 5.5미터 수위를 기록하기까지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두 시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동안의 물 폭탄에 경보음은 요란하지 않았다.

홍수예보시스템은 3시간 전에 발효되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이미 전날 200밀리미터가 넘는 폭우 예보가 나왔다. 3시간 예보시스템만 믿고 시민들에게 대피명령이나 경보를 보내지 않은 책임자는 없을 것이다.

3시간이라는 기준의 덫에 억울함은 고스란히 사망자와 재산피해를 본 국민의 몫이다. 양치기 소년의 외침이라도 좋다. “대피하라, 대피하라”는 명령을 국민들은 듣고 싶다.

*필자는 성균관대학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했고, 시민옴부즈맨공동체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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