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임칼럼] ‘할줄 아는자’와 ‘할줄 모르는자’ 없는 IT강국을
[조영임칼럼] ‘할줄 아는자’와 ‘할줄 모르는자’ 없는 IT강국을
  • 온라인팀
  • 승인 2016.10.13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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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임 가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2016년은 특히 제4차혁명이 탄생하였을 뿐 아니라 올해 초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국으로 인해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사물인터넷) 등과 같은 새로운 기술과 용어들이 등장했다.

스마트폰의 기능도 갈수록 세련되어 지고 있어서 자칫 조금만 방심하다가는 정보통신시대에 뒤쳐지기 십상인 시대에 우리는 이미 접어들었다.

앞으로 이러한 정보통신시대는 더욱 가속화되어 ‘할 줄 아는 자’와 ‘할 줄 모르는 자’ 간의 보이지 않는 격차가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든다.

마침 미국의 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에서 올해 2월,
미국·독일·러시아·중국 등 40개국 4만5,435명을 대상으로 연령·교육수준·소득에 따라 나타나는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를 조사한 결과가 흥미로왔다.

이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8∼34세 중 유무선 인터넷을 쓰는 비율이 100%이고 기성세대 92%로, 나이가 많든 적든, 교육·소득 수준이 높든 낮든 전 국민이 고르게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국가로 조사되었는데, 특히 조사대상인 40개국 중 가장 낮게 나타났다. 반면, 미국의 신·구 세대 간 인터넷 격차는 14%포인트, 독일 19%포인트, 일본 33%포인트, 이탈리아 35%포인트로 모두 우리나라보다 높았다.

우리나라는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과 적게 받은 계층 간의 격차는 9%포인트로 호주 11%포인트 미국 15%포인트, 프랑스 30%포인트, 중국 43%포인트, 칠레 61%포인트보다 낮았다. 또한 소득이 높은 사람과 낮은 계층 간의 격차도 10%포인트로 미국 13%포인트, 캐나다 14%포인트, 영국 16%포인트, 러시아 30%포인트, 페루 40%포인트 등보다 낮았다.

스마트폰 보유율 격차도 연령에 따른 격차 17%포인트, 교육에 따른 격차 15%포인트, 소득 상 격차 16%포인트로 일본의 연령 46%포인트, 교육 21%포인트, 소득 33%포인트 격차보다 낮았다. 이번 결과를 보고 생각보다는 우리나라의 수준이 괜찮아서 약간 안도감이 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 보면, 이 수치에는 사회적 취약계층 즉 장애인, 고령층, 농어민, 다문화가정, 탈북자 등 다양한 계층별 격차는 제시되어 있지 않다. 우리나라 장애인은 스마트폰 보유율이나 활용률면에서 일반인보다 훨씬 낮다. 장애인 중 스스로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장애인은 전체의 63.2%로 비자발적 36.8%에 비해 약 2배에 이른다. 왜 장애인들이 스스로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가? 이유는 접근하기 어려워서, 사용법을 몰라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몰라서 등 다양하다.

특히 스마트폰 보급은 되었고 인터넷에도 접속은 되나 사용하기 어렵고, 뭘 해야 되는지 몰라서 못한다는 이유가 대부분이다. 장애인 뿐 아니라 고령층, 농어민 등 다른 사회적 취약계층도 마찬가지이다.

▲ 인터넷이 되는곳을 찾아서 거리에서 숙제하는 아이들.

 


요즘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숙제를 인터넷을 통해 올리고 제출도 그렇게 한다. 출력해서 제출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그러나 인터넷이 되지 않아서 숙제를 알지도 못하고 제출도 못하는 취약계층이나 사회적 약자들이 의외로 많이 존재한다.

미국에서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인터넷이 되는 곳에 학교 버스를 주차시키거나 공용도서관 무료 와이파이 설치 등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다. 당장 먹고살기 바쁜 계층에서 인터넷은 사치이기에 정보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나중에 취업과도 연계되므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인터넷은 숨쉬는 공기와도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끊임없이 지능정보사회에서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정보를 공개하고 새로운 산업과 국민의 행복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전자정부 탄생 50년 역사를 지닌 자타공인 세계 최고 IT국가이면서 디지털 격차에서도 절대적 우위를 차지한 IT강국 코리아에 우리는 살고 있다. 무척 자랑스럽고 IT분야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자부심에 어깨가 으쓱해진다.

그러나 한걸음 더 나아가서 우리나라는 수치와 랭킹에만 너무 올인하는 것은 아닌가, 이제는 좀더 진지하고 실제적으로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에서는 ‘지능정보사회’에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2021년까지 3차 마스터플랜을 수립 중에 있다. 이번에는 스마트폰 보급률이나 통신인프라 등 매우 잘 갖추어져 있는 국가에서 사회적 약자, 취약계층, 또는 정보에 익숙하지 않아서 할 줄 모르는 계층 등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진정한 IT강국코리아가 되도록 기필코 무언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나폴레옹이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라고 말한 것처럼 IT강국코리아에는 ‘할 줄 아는 자와 할 줄 모르는 자가 없다’라고 공공연히 말하게 될 그날을 기대한다. 정부의 훌륭한 계획들이 ‘지능정보사회’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데 아낌없이 투자되어 모두가 행복한 꽃을 피우길 기대한다. 이것이 진정한 세계적 IT강국으로서 책임과 역할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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