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어린이집 탐방] ‘꽃을 키우는 나비’ 같은 코알라어린이집
[모범어린이집 탐방] ‘꽃을 키우는 나비’ 같은 코알라어린이집
  • 송지나
  • 승인 2016.10.1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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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알라어린이집에서는 전면 열린어린이집의 일환으로 견학 때마다 학부모들이 항상 도우미로 참여해 아이들과 동행하며 교사를 돕는다. 사진은 견학에 참여한 학부형이 아이들과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모습.

 


‘전면 열린어린이집’ 시행…모든 교육 활동에 학부모가 함께 참여

[베이비타임즈=송지나 기자] “어린이집 안에서 아이들만 크는 것이 아니라 부모·교사·원장도 함께 성장하고,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이 비록 지금은 작은 날갯짓이지만 이것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큰 바람이 되며, 또 나아가 침체돼 있는 보육계에 신바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어린이집을 한 단어, 또는 한 문장으로 표현해 달라는 요청에 나비효과를 빗대어 ‘긍정적 효과를 일으키는 나비’라고 답하며 뜻을 설명해준 이은주 코알라어린이집 원장의 말이다.

아이들은 꽃이며, 교사들은 여기저기 날아다니면서 그 꽃을 돌보고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나비와 같다면서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키는 나비 같은 어린이집이 되고 싶다는 서울 강동구 구립 코알라어린이집의 이은주 원장을 만나봤다. 

▲ 이은주 코알라어린이집 원장

 


Q. 코알라어린이집 이름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던데.
A. 어린이집을 개원하면서 이름을 결정할 때는 그 이름에 뜻이 담겨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어린이집은 어떤 것을 하든 아이들을 배려해야 하기 때문에 어린이집 이름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아이들이 부르기 쉬울 것, 아이들에게 친근할 것, 캐릭터화 할 수 있을 것, 일상생활에서 쉽게 볼 수 없어서 아이들이 마음껏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조건을 기본으로, 아이들을 양육하는 기관으로서의 의미를 담을 것, 한글과 영문의 음과 뜻이 동일할 것 등 이 조건들에 맞는 이름을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름이 쉽게 결정되지 않더라고요.(웃음) 사실 이 ‘코알라’라는 이름도 쉽게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전에 근무하던 어린이집이 개원할 당시부터 혼자 품고 있던 이름인데, 지금의 코알라어린이집이 개원할 때 ‘코알라’가 앞서 말한 조건들에 잘 맞아 고집하게 됐습니다.  

Q. 코알라어린이집의 특장점은 무엇인가.
A. 저희 코알라어린이집은 대한민국 보육시설 중에 교사가 제일 많은 어린이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교직원이 원장인 저를 포함해 10명인데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을 수 있나 의문을 가지실 텐데요. 저희 어린이집은 ‘전면 열린어린이집’을 시행하고 있어 육아공동체적인 운영관을 가지고 보육교직원 뿐 아니라 모든 학부모가 교사가 되고 있습니다.

열린어린이집을 위해 특별한 프로그램이나 일회성 행사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열린어린이집을 어린이집의 보육 시스템으로 삼아 모든 교육 활동 프로그램에 학부모님이 자원봉사 또는 재능기부로 참여하실 수 있도록 열어 놓고 있습니다.

또한 특별히 맞벌이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부모님들을 위해 온라인 열린 어린이집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에만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오픈을 통해 열린 어린이집을 가족으로 확대해가는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저희 열린어린이집 시스템은 시작부터 학부모님들과 의논해 진행했고, 문제점을 함께 개선해 나가다보니 더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부모님들이 자발적으로 의견을 내서 안건이 시행되면 그것에 책임감을 가지셔서 참여도가 떨어지지 않고 잘 지속됩니다. 

▲ 견학에 참여한 학부모가 일손이 부족한 교사를 도와 아이들을 챙기고 있다.

 


일례로 올해 초 인천 급식 학대 사건이 일어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을 당시, 부모님들과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조율해나가는데 있어서 힘과 생각을 보태야 할 부분이 무엇인가 의논했었습니다.

아동학대 사건의 영상을 함께 보면서 사건의 원인이 무엇일까 함께 의견 나눴고, ‘교사들의 점심시간을 바라봤으면 좋겠다’ 해서 한 반 아이들의 점심시간이 끝나기까지 교사가 몇 번을 움직여야 하는지 카운팅을 해봤습니다.

세어보니 최소한 350번 정도였습니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엄마가 한 끼에 반찬 7~8가지를 둔다고 계산했을 때에 비교하면 무려 7배 정도입니다. 엄마의 일주일이 교사의 하루 점심시간인 것이죠. 

이런 상황을 보고 학부모님들이 교사와 아이 모두에게 즐거운 점심시간이 되도록 생각해낸 것이 학부모가 자원봉사(맛나 선생님)로 참여해 아이들이 배식을 기다리는 동안 식생활 동화를 읽어주고, 교사의 급식 배식을 돕는 것이었습니다.

맛나 선생님으로 몇 번 참여하시고 나서는 교사들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아예 고정적으로 요일을 정해 시간을 빼서 오시는 어머님도 계십니다.  

저는 어린이집의 부족함은 학부모가 함께 채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함께 채워갑시다’가 저희 어린이집의 모토이기도 합니다. 

저희는 운영위원회나 학부모 소위원회 등 회의체제, 소통의 체계가 잘 되어 있는 편입니다. SNS 회의도 있어 사소한 것 하나하나 공유하고 부족한 것들 채워나갑니다. 민원이 들어와도 운영위원회와 상의해서 해결합니다. 

특별히 원장·교사가 뛰어나서 어린이집이 잘 운영된다기보다는 원장·교사·학부모가 ‘아이들을 잘 키워보겠다’는 좋은 생각을 가지고 서로의 ‘부족함’을 나의 ‘채움’으로 받아들이니까 서로 돈독하게 지탱하면서 잘 온 것 같습니다.

지금은 모든 견학활동에 학부모님들이 자원해서 도우미로 참여해 주시고, 심지어 견학 참여를 해보신 아버님 몇 분은 견학 일정을 미리 알려달라고 하셔서 연차를 쓰시고 참여하시기도 합니다. 

또 다른 아버님들은 저녁 퇴근길에 어린이집에 들러 형광등 교체나 경첩 수리, 전선 배선 등 간단한 시설 수리도 해주십니다.

▲ 코알라어린이집의 특색 프로그램인 키움활동 중 지혜키움 시간에는 아이들이 신문과 잡지를 이용해 모둠활동을 진행한다.

 


Q. 특색 프로그램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
A. 저희는 특색교육으로 ‘키움활동’이라고 해서 누리과정과 연계해 요일별 테마에 따라 5개 영역으로 구성한 활동을 진행합니다. 

키움활동은 어린이집, 지역사회실정, 유아의 흥미를 고려해 구성했으며, 성격과 방법에 따라 개별, 대소그룹활동, 야외학습, 행사, 지역사회연계, 가정연계를 통한 활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합니다.

월요일에는 사회관계를 위한 협력 키움, 화요일에는 자연탐구 영역에서의 창의 키움, 수요일에는 신체운동 영역에서의 사랑 키움, 목요일에는 예술경험으로 감성 키움, 금요일에는 의사소통을 위한 지혜키움을 진행합니다.

대표적으로 월요일 협력 키움은 요즘 혼자 크는 아이들(외동)이 많아 수직적인 관계에서의 협력이 많이 약한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5·6·7세반에서 각 1명씩, 3명이 한 팀이 되도록 ‘띠앗’(형제나 자매 사이의 우애를 의미하는 순우리말)이라 부르는 소그룹을 구성해줍니다. 

아이들이 이 띠앗을 통해 형제처럼 서로 챙겨주며 도와주고, 놀이활동이나 텃밭활동, 생태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하면서 또래뿐만 아니라 수직적인 관계에서의 사회관계를 키워나갑니다. 

또 수요일 사랑 키움은 생태활동으로 진행됩니다. 강동구는 생태환경이 잘 조성돼 있어 가까운 고덕천, 일자산, 공원 등으로 생태활동을 나갑니다. 특히 저희 어린이집 뒤쪽으로 바로 고덕천 생태로가 있어 그곳에서 생태활동을 진행합니다. 

이 키움활동을 할 때 역시 저희 어린이집의 기반인 열린 시스템을 바탕으로 다양한 학부모 봉사자들이 함께 참여해 프로그램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 코알라어린이집은 인근에 있는 일지산과 고덕천, 공원을 찾아 아이들과 생태활동을 진행한다.

 


이밖에도 지난해까지는 만 5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지하철 스카우트’를 운영했습니다. 

지하철 스카우트는 경비를 많이 들이지 않고도 견학을 갈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아이들의 경우 지하철 요금이 무료인 만큼 인근에 있는 상일동역을 이용해 지하철을 타고 다른 지역을 관찰해 보면 좋을 것 같아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학부모님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할 수 없었을 겁니다. 아이들에겐 지하철에 위험요소(높은 계단, 열차 플랫폼의 틈 등)가 많아 교사들만으로는 인솔하기 어려운데, 학부모님들이 자원봉사로 많이 참여해 주셔서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최소 6명 정도에서 최대 10명까지 도우미로 참여해 주셔서, 아이들이 서울의 다양한 곳을 다녀볼 수 있었고, 지하철을 타면서 대중교통 예절도 배우고, 호선과 출구 정보, 거리 등을 통해 수 개념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다만 올해는 참여하실 수 있는 학부모님의 인원이 많지 않아서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지하철 스카우트 프로그램은 잠시 중단하고 대신 강동구가 운영하고 있는 일자산 숲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다시 지하철 스카우트를 운영하게 될 것 같습니다.

▲ 코알라어린이집의 보육교사 행복증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한 학부모가 재능기부를 통해 교사들에게 매너교육 특강을 진행했다.

 


Q. 보육교사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A. 많은 분들이 어린이집에 오면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에만 관심을 갖는데, 저희 어린이집은 아이들을 잘 키워나가려면 보육교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 작년부터 보육교사를 위한 ‘보육교사 행복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보육교사는 정서노동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교사들의 심리적인 소진도 막고, 어디에서 직무스트레스를 많이 받는지, 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사전요구도 조사한 후 교사들과 회의를 거쳐 ‘교사력 프로그램’을 구성,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제가 교사력 프로그램을 지켜보면서 감동적이라고 느낀 부분은 ‘조력’ 영역입니다. 조력 영역은 교사들을 위해 학부모가 뭘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부분인데, 우리 학부모님들께서 교사들을 위해 재능기부를 하셨습니다. 

물리치료사인 학부모님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스트레칭 요법이나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방법 등의 내용을 담은 강의를 진행해 주셨고, 승무원(비행기)이신 학부모님은 매너교육과 화장법, 관계에 있어서 대처법(사례 공유) 등에 대한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또한 미술심리치료사이신 학부모님은 교사들과 그림을 그리면서 교사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갖고, 교사들이 서로 좋은 마음과 힘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주셨습니다.

 


Q. 앞으로의 비전과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저는 어린이집에도 혁신어린이집의 시대가 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혁신학교와 같이 어린이집도 교사들이 아이들을 교육하고 돌보는 것에 집중하고, 제반 환경이나 행정적 업무는 행정 전문가들이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저희 어린이집이 지금까지 해온 전면 열린 어린이집도 매우 실험적이었습니다. 지금은 안정적으로 정착돼 잘 운영되고 있는데, 앞으로 전문적인 것들을 해보고 경험이 더 많아지면서, 보육 비전이나 철학을 교사·학부모·아동이 공유해 나가는 혁신어린이집의 좋은 모델로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부 차원에서 보육을 바라볼 때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1회성 정책보다는 현장에서 고생하는 보육교사들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준다면 우리나라의 보육이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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