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화칼럼] 엄마가 보고 싶어요
[김영화칼럼] 엄마가 보고 싶어요
  • 온라인팀
  • 승인 2016.10.1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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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화 강동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철이는 초등학교 1학년입니다. 최근에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난폭한 행동을 하고 안절부절못하고 집중력이 떨어져 소아정신과 진료가 필요하다는 선생님의 권고에 따라 병원을 찾게 됐습니다.

철이는 현재 아빠와 형과 지내고 있고 4살 때 이혼한 엄마는 지방에 살면서 한 달에 한번 씩 아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철이 마음 속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기에 이런 문제행동을 보이는 걸까요?

부모 이혼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

많은 아이들은 부모의 이혼이 자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철이의 경우도 “엄마가 집을 나간 그날 내가 집에 있었더라면 엄마가 떠나지 않았을 텐데”하는 후회를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모든 일이 자신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부모 이혼도 자신이 뭔가 잘못해서 생겼다는 책임감을 갖게 됩니다.

철이의 경우처럼 아이들은 헤어진 부모를 그리워하면서도 걱정과 분노를 느끼기 때문에 밖에서 친구들과 싸우고 다니는 행동도 보입니다. 특히 엄마와 헤어지게 되면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굶게 되는 건 아닌지 하며 가난과 기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느낍니다.

이런 반응들은 아이가 10세 전인 경우 더 심하게 나타나고 특히 남자아이들의 경우 부모이혼으로 인한 충격을 더 많이 받습니다. 사춘기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부모 이혼에 타격을 덜 받습니다.

하지만 마음 속에는 배신감과 외로움을 숨기고 있고 부모의 배신에 대한 분노를 사회를 향해 드러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비행으로 경찰서에 연행된 청소년 대다수는 부모의 이혼이나 별거, 가출이 원인입니다.

부모가 이혼 할 때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서로 비난하고 싸우느니 아이들을 위해 헤어지는 것이 더 나은 것 같다”고 이혼을 결심하는 부모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도 정말 그렇게 생각할까요?

이혼 왕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20년간 이혼가정 자녀들을 추적 연구한 주디스 월러스타인(judith wallerstein)에 따르면 어린 시절 부모가 이혼한 가정의 자녀들은 자라서 독신으로 지내거나, 정신질환에 더 많이 시달리거나 했습니다.

부모들이 아무리 격렬하게 싸운다 해도 아이 입장에서 부모의 이혼을 좋아하거나 부모가 헤어지는 것이 후련하다고 느끼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최근 영국의 가정법률 전문변호사 단체가 이혼 가정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추적 연구를 통해 내린 결론은 이혼 가정의 자녀는 또래보다 학업 성적이 더 떨어지고 술이나 약물 중독에 빠질 위험이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폭식을 하거나 음식을 적게 먹는 식이장애를 앓거나 수업을 빼먹고는 부모의 이혼으로 학교생활이 어려워졌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이런 연구들은 아이들 입장에서는 부모가 이혼하지 않고 가정의 울타리를 깨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혼 잘하는 법

이혼 가정의 문제점 중 하나는 부모가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무엇을 경험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혼하거나 별거할 때 부모는 본인들이 심신의 심한 혼란을 겪기 때문에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란 사실 어렵습니다.

‘부부는 이혼하면 보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자녀 입장에서는 헤어진 부모라도 양쪽을 다 만나는 경우가 안정적인 정서발달에 도움이 됩니다.

만약 지금 이혼을 고려하고 있다면 아이들을 위해 다음과 같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 부부싸움에 아이를 끌어들여선 안됩니다. 아이 앞에서 상대를 비난하고 이혼의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려고 하면 아이에게는 상처와 죄책감만 남게 됩니다.

* 자녀가 어릴수록 부모의 이혼이 자녀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란 사실을 반복해서 말해주어야 합니다. 이혼 후에도 부모가 변함없이 아이를 사랑하고 보살핀다는 말도 꼭 해주어야 합니다.

* 아이들은 생활에서 일관성 있는 규칙이 필요합니다. 될 수 있으면 학교, 살던 집을 옮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부모의 이혼으로 느끼는 감정(불안, 좌절, 버려진 느낌)을 감추지 않고 표현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아이가 지나치게 불안해하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때는 전문가와 상의하여 심리적인 도움을 받도록 합니다.

이혼은 분명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과정입니다. 하지만 고통을 줄이고 아이들이 상처를 덜 받도록 노력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심리학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어린 시절의 경험이 그 사람의 품성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아이들 마음에 평생의 상처로 남을 수도 있는 ‘부모이혼 트라우마’를 최소화할 방법도 분명히 있습니다.

자녀의 적응은 이혼 후 첫 1~2년 동안 부모와 어떤 관계를 유지하는지에 달려있기 때문에 이 기간에 아이 앞에서 상대를 비난하는 언행을 보이지 않도록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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