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칼럼] ‘깜박과 잠깐’이 재난 부른다
[김호중칼럼] ‘깜박과 잠깐’이 재난 부른다
  • 온라인팀
  • 승인 2016.08.1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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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중 시민옴부즈맨공동체 공동대표

 

통학버스 짙은 선팅 규제해야
반려동물 동승하면 ‘깜박’ 사고 줄일 수 있어

지난달 29일 광주에서 4세 아이가 유치원 통학버스에 갇혀 의식불명에 빠져 아직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 버스기사는 차량에 아이가 남을 것을 몰랐고, 세차하는 과정에서 조
차 짙은 선팅으로 차량 내부가 보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어른들의 부주의와 짙은 선팅이 화를 키운 주범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해마다 찜통차에 희생되는 어린이가 속출하는 가운데, 매년 평균 37명이 사망하는 미국에서 어린이 안전사고 예방단체인 ‘키즈앤드카스’가 최근 의미 있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조사에 따르면 1990년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로 775명이 희생됐다고 한다. 사고원인은 부모가 깜박해 55%의 사고가 발생했고 13%는 알면서 ‘잠깐’ 때문에, 그리고 28%는 어린이 스스로 차량에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큰 문제는 깜박하는 부주의와 건망증이 결합될 때이다. 휴대폰을 손에 들고 있으면서 휴대폰 찾아 주머니와 서랍을 뒤지고, 자신이 움직였던 동선을 거꾸로 더듬어본 경험, 자동차 열쇠를 어디에 두었는지 또는 자동차를 어디에 주차했는지 몰라 주차장에서 애먹은 일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치매인지 건망증인지 스스로를 단죄하는 말을 하곤 한다.

이러한 현상은 단지 물건을 잃어버리는 데 그치지 않고 소중한 생명 손실이나 신체 손상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유치원 통학버스 사고를 바라보며 금이야 옥이야 키운 아이들이 어른들의 잘못된 습관이나 병증으로 희생된다면 얼마나 허망하고 덧없는 희생인지 대책이 필요하다.

시동이 꺼진 자동차 내부는 밀폐된 유리온실과 다를 바 없이 급격하게 실내온도가 상승한다. 자동차 전문가에 따르면 섭씨 32도인 날, 주차된 자동차 안의 온도는 1시간이면 섭씨 56도까지 올라가 영유아들에게 치명적이다. 기온이 그리 높지 않은 날도 밀폐된 자동차의 위험은 다르지 않다. 의학 매체인 WEB MD도 한 매체를 통해 22도의 날씨라도 자동차 안의 기온은 주차하고 에어컨을 끈 순간부터 한 시간 안에 30~40도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열에 민감한 영유아가 차량에 갇히면 체온이 급격하게 상승해 어지러움과 구토, 나아가 뇌손상을 입을 수 있다. 연일 지속되는 불볕더위에 보호자의 깜박하는 사이 아이들이 방치된 모습을 상상하기만 해도 공포영화를 보는 것 같다.

깜박거리는 개인습관은 일상에 불편을 초래할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평생 후회를 가져올 사건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병증이라면 병원을 찾아 전문가 상담을 받아야 한다.

또 반려동물을 동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차량에 방치된 영유아가 잠들어 있다가 방치된 경우, 보호자는 차량에 어린아이가 있는 줄 모르고 차문을 닫고 볼일을 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차안에 강아지 등 반려동물이 있을 경우, 컹컹 짖어 보호자나 차량을 지나치는 사람에게 주의를 환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재수 없어 생긴 일이 절대 아니다. 부주의한 습관으로 발생한 사건을 단지 재수 없어 발생한 것으로 정의한다면 이러한 사고는 줄지 않을 것이다. ‘깜박’과 ‘잠깐’이라는 해이는 가정과 더불어 국가적 재난의 출발점임을 기억해야 한다.

*필자는 성균관대학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했고, 시민옴부즈맨공동체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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